[기고] 과이불개(過而不改)와 음주운전

2022. 12. 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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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ITF)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 중 21.8%가 알코올에 의해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이에 비해 음주운전이 차지하는 교통사고 비율이 7%대이며, 지난 10년간 음주운전은 사고 건수 7.2%, 사망자 수 14.2%가 감소하며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음주운전으로 인해 연간 200여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또 음주운전은 꾸준한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재범률이 매년 일정 수준을 유지(2017년 44.2%→2021년 44.8%)하고 있다. 경찰은 올해 7월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라 상습 음주운전자의 의무교육 시간을 최대 3배까지 확대 운영하고 있다.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위한 법령 개정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26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음주운전 금지 위반과 음주측정 거부 전력이 있는 운전자가 다시 음주운전을 하거나 음주측정을 거부하면 가중처벌하는 조항(도로교통법 148조 2), 일명 '윤창호법'에 대한 위헌 결정이 있었다. 헌법재판소 결정 요지에 따르면 '반복적인 음주운전에 대한 강한 처벌이 국민의 감정에 부합할 수 있으나, 결국 중한 형벌에 대한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기게 돼 범죄 예방과 법질서의 수호에 실질적인 기여는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음주치료나 음주운전방지장치 도입과 같은 비형벌적 수단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었다'는 전제조건과 함께 '반복적인 위반 행위에 대한 형벌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도 적시했다.

여기에서 음주운전방지장치는 운전자의 음주측정을 거쳐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가 검출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말한다. 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관련 법안이 최초로 채택됐으며, 이후 캐나다와 스웨덴 등 북미와 유럽 국가 등에서 음주운전 경력자를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 도입을 위해서는 국민의 수용성 검토는 물론이고, 장치의 안정성 확보뿐 아니라 장착 의무 대상과 관리 기준 등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공단은 이와 같은 배경에서 올해 6월부터 음주운전방지장치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시범 도입에 앞서 여러 차례 관련 업계 간담회와 설명회를 통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이에 따라 음주운전방지장치 시범 도입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며 주로 관광 목적으로 이용되는 제주도 지역 렌터카로 대상을 선정했다. 혹시나 기기 오작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운전자와 렌터카 사업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범 도입 이전에 공단 업무용 차량 14대를 대상으로 시범운영 기간도 가졌다. 그리고 이제 시범운영 결과에 따른 효과와 문제점 분석, 국내 적용 방안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과제를 남겨놓고 있다.

지난해 말 시작된 '위드 코로나'를 기점으로 경찰은 음주운전을 집중 단속한 결과 적발 건수가 1년 전보다 1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제 실내 마스크 해제 시점을 조심스럽게 거론하는 단계에서 연말을 맞이했다. 올해 사자성어로 선정된 '과이불개(過而不改)'는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로 과오가 없을 수 없기 때문에 생긴 말이라고 한다. 음주운전은 인간의 과오로 이해받기에는 피해자와 가족들이 견뎌야 하는 고통과 상처가 과중하다. 연말 음주가 음주운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과오가 아닌 범죄다.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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