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골든타임' 강조하던 그 의원이…
전 인구의 5%가 소시오패스 성향(반사회적 인격장애)을 갖고 있다고 한다.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슴지 않고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소시오패스는 일상에서 쉽게 마주칠 만큼 많기 때문에 심리학자들은 그들을 최대한 멀리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조언한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10월 29일 저녁, 피해자를 구하러 가는 앰뷸런스가 야당의 한 비례대표 초선 의원을 태우느라 30여 분 늦게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 출신인 이 의원은 앰뷸런스에 남편까지 태워 현장에 간 뒤 15분간 머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사진을 찍고 돌아갔다. 이 의원은 해당 사건이 알려지기 전 한 방송에 출연해 압사 사고 피해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골든타임 4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적이 있어 더 공분을 샀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던 야권은 이 의원 사건에는 침묵하고 있다. 참사 발생에 책임을 지라며 지난 11일 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의결한 것과 대조된다. 책임 규명에 기여하겠다며 유족 동의 없이 사망자 명단을 공개한 일부 야권 성향 언론 역시 이 의원에게는 비판의 날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태원 참사를 예방하지 못하고 피해자를 더 줄이지 못한 정부를 비판할 수는 있다.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판은 합리적 이유에 근거해야 하고 그 잣대도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근거 없이 감성에 호소하거나 상대편만 공격하는 비판은 오히려 피해자의 불행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
소시오패스는 타인을 이용하기 위해 인간의 선한 부분, 동정심과 이타심을 공략한다고 한다. 국민이 슬픔에 빠진 상황은 소시오패스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다. 다행히 국민 다수는 대형 참사 때마다 피해자의 불행을 이용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한국 사회가 피해자의 불행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부화뇌동하지 않는 성숙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김형주 오피니언부 kim.hyungj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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