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t&Earth] 소중한 식물 선물
식물은 함부로 선물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화초가 주는 싱그러움, 초록이 주는 안정감을 나 혼자만 즐길 순 없지 않는가. 상대의 취향과 성향을 기억하는 깊은 마음에서 선택한 식물이라면 시도해보자. 조심조심 식물 선물하기.
굳이 죽일 생각부터 하나 싶어 김이 팍 샌다. 그렇다고 사줬으니 잘 키우라고, 버리지 말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잘 지내지? 우리 알로카시아 잘 크고 있어?” 안부를 핑계로 식물의 생사가 궁금해 건 전화에 약간은 달뜬 목소리가 들린다. 방 창가 작은 테이블에 올려놓으니 사이즈가 딱이라며. 푸른색 큰 잎이 볼수록 맘에 든다고. 현재 키가 좀 자란 거 같고 밑동 근처에서 작은 잎이 나왔다고 속사포를 날린다. 호들갑이 더해진 그 친구의 목소리에 맘이 사르르 녹는다.
힘들 때 식물 기르면서 많이 위안을 받았다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꼬물꼬물 자라는 걸 보면 신통하고 기분이 좋다고. 대화는 평소에 비해 두 배 길어지고 웃음소리도 꽤 높아진다.
이렇게 요즘 집들이 인사로, 연말연시 선물로 작은 화분 하나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 혹시나 누군가의 애물단지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형편을 잘 아는 이에게만 엄선한다. 받는 이의 성향을 감안해 고심해 선택하고. 기르는 법도 빼먹지 않고 전한다. 그래서인지 되돌아오는 감동은 두 배다. 생각지도 않게 내 삶속에 들어온 생명체임에도 물을 주고, 햇빛을 쬐어 주고, 아침 저녁 들여다보며 안부를 건넬 줄 아는, 정이 있고 부지런한 나의 사람에게만 보내는 특급 새해 인사법인 셈이다.
오늘은 어떤 친구와 신나는 식물육아기를 나눠볼까? 식물과 함께 하는 무의미한 작은 행동들이 전하는 위대한 치유의 힘을 알기에 오늘도 나는 조심 조심, 식물 선물을 위해 행복한 고민을 시작한다.
글 최경미 일러스트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0호 (22.12.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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