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연극 ‘맥베스 레퀴엠’

2022. 12. 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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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 현혹된 영혼

국립정동극장의 ‘연극시리즈’는 매년 한 명의 배우를 주목해 그의 철학과 인생을 담는 작품을 제작하는 브랜드 기획공연이다. 첫 시리즈로 송승환 배우의 ‘더 드레서’를 선보였다. 두 번째 작품은 뮤지컬 배우 류정한과 함께하는 ‘맥베스 레퀴엠’이다. 셰익스피어의 가장 화려하고 강렬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맥베스’가 원작이다.

(사진 국립정동극장)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 있는 문학의 거장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의 4대 비극 중 가장 짧지만 가장 화려하고 강렬한 작품이 ‘맥베스’이다. ‘맥베스’는 생생한 현장감과 스펙타클한 전개, 시적 운율이 살아 있는 문장과 거침없는 대사들, 그리고 욕망과 탐욕으로 파멸해가는 인간의 붕괴와 인간의 고귀함을 밀도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맥베스’는 시대가 변해도 통용되는 보편적인 가치와 현대성으로 오페라, 영화, 연극 등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예술 장르로 변주되어 왔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마지막에 발표된 ‘맥베스’는 역사가 라파엘 홀린셰드의 저서 『연대기』에 기록되어 있는 스코틀랜드의 한 귀족에게서 모티브를 얻어 집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세 마녀들의 예언에 현혹되어 야욕에 사로잡힌 맥베스는 던컨 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한다. 원하던 왕좌에 올랐지만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던 그는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갇혀 무분별한 살인을 거듭하며 파멸해 간다.

스코틀랜드 국경에 위치한 어느 재즈 바. 전쟁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친구 뱅쿠오와 함께 술을 마시던 맥베스는 자신이 코더 영주가 되고, 또 왕이 될 것이란 예언을 듣는다. 그 예언을 들은 후부터 맥베스의 마음 속에 있던 수많은 조각들은 욕망이 되고, 죄책감이 되고, 마녀가 되고, 친구가 된다. 처음이자 마지막 살인이 될 줄 알았던 던컨 왕의 죽음은 살인의 시작이었을 뿐. 그의 살인은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죽은 자를 위한 노래를 부르는 맥베스, 그 노래 끝에는 허망한 욕망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맥베스 레퀴엠’은 배경을 1920년대 스코틀랜드의 재즈바로 가져온다. 극은 전쟁 직후의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누아르 느낌이 물씬 나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다. 특히 재즈풍의 음악과 레퀴엠은 비극으로 치닫는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연출은 ‘인디아 블로그’, ‘터키 블르스’ 등 여행 연극 시리즈로 사람에 대한 고찰과 공감을 전하고, 연극 ‘킬롤로지’에서는 강렬한 미장센과 무대 연출로 호평받은 박선희가 맡았다. 박선희 연출은 “욕망에 현혹되어 왕을 살해 후, 죄책감에 파멸해가는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도 비슷하다. 환영에 시달리는 맥베스의 심약한 마음은 마치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공황장애, 정신 분열 등을 연상시킨다. 맥베스의 비극은 예언에서 파생된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행한 결과이다. 이번 작품에선 원작이나 기존 작품과 차별화를 주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맥베스 레퀴엠’에서는 데뷔 후 약 25년 뮤지컬 장르에서 정상의 자리에 선 류정한이 맥베스 역을 맡아, 데뷔 후 20여 년 만에 연극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좌측부터) ‘맥베스’ 역 류정한, ‘뱅쿠오’ 역 정원조, ‘올리비아’ 역 안유진(사진 국립정동극장)
Info

장소 국립정동극장 / 기간 ~2022년 12월31일 / 티켓 일반 7만 원, 청소년 할인 4만2000원 / 시간 화~금 7시30분, 토·일 2시, 6시 *월요일 공연 없음 / 출연 맥베스 ? 류정한, 올리비아 ? 안유진, 뱅쿠오 ?정원조, 맥더프 ? 김도완, 로스 ? 박동욱 등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및 자료제공 국립정동극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0호 (22.12.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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