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전 실기 문제 입수해 산업기사 합격한 4명 징역형

'재료 교체' 부정 시험 도운 직업전문학교 교사도 징역형

류연정 기자

가구제작산업기사 국가기술자격시험 실기 시험에 사용될 도면을 사전 입수해 부정 시험을 치른 한 직업전문학교 원장과 교사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방법원 제10형사단독 류영재 판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직업전문학교 원장 A(53)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교사 3명에게 각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원장인 자신과 교사들이 산업기사 자격증을 획득하면 직업전문학교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 A씨는 지난 2019년 교사 3명과 함께 시험 준비에 나섰다. 이들 모두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같은 해 12월 실기 시험만 남겨두고 있었다.

A씨는 출제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2018년 산업기사 평가방법에 대해 연구한 용역 결과를 살펴봤고 거기에서 한 협탁 도면을 발견하게 된다.

마침 A씨가 운영하는 직업전문학교 실습실에서 실기 시험이 치러질 예정이었기에 A씨는 미리 시험에 필요한 재료 목록을 시험 시행사인 한국산업공단으로부터 송부 받은 상태였다.

재료를 보고 전에 본 협탁이 시험 문제임을 눈치챈 A씨는 출제위원 B씨에게 "직업전문학교 교육용 자료로 쓰려 한다"며 협탁 도면을 요청했다. A씨 자신과 교사들이 산업기사 시험을 칠 것이라는 사실은 비밀로 했다.

그렇게 얻은 도면으로 A씨와 교사들은 사전에 협탁 제작을 연습했다.

이후 실제 시험에서 해당 도면이 문제로 출제됐고 A씨와 교사들 모두 가구제작산업기사 자격증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실기시험에 참여한 전국 응시자 35명 가운데 합격자는 이들을 포함해 9명뿐이었다.

이들은 또 시험을 치르며 재료를 잘못 가공하는 실수를 범할 경우 재료 교환이 어렵다는 규칙도 어겼다. 시험 관리자인 같은 학교 교사 B씨에게 부탁해 시험장에서 몰래 외부 재료를 공급 받아 실수를 만회했다.

B씨는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류 판사는 "국가 공인 자격시험의 신뢰를 해하여 시험 제도 자체의 존속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중한 범죄로 범행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A씨는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기는커녕 증거에 반하는 변명을 하고 나머지 피고인들과 허위진술을 맞추거나 유도했고 내부고발자에 대한 인신공격을 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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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CBS 류연정 기자 mostv@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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