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LG디스플레이가 그리는 '투명한 미래' 살펴보니

백유진 2022. 12. 2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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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문화회관서 '투명한 미래전' 개최
22일 LG디스플레이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투명한 미래전'을 열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흐릿한 이집트 벽화 위로 투명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겹쳐졌다. 오랜 시간이 지나며 흐려진 그림들이 선명해지고, 색이 바래 훼손된 그림들도 투명 OLED를 통해 되살아났다. 의미를 알 수 없던 상형문자들도 벽화 위 투명 OLED에서 제 뜻을 찾았다. LG디스플레이가 최근 오픈한 전시회 '투명한 미래전(展)'전에서 볼 수 있는 미래 박물관의 모습이다.

화면이 전환되면서 투명 OLED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의 형체가 꽤 잘 보였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투명 OLED로 만나는 미래 박물관

22일 LG디스플레이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투명 OLED가 적용된 미래의 모습을 담은 전시회를 소개했다. 투명 OLED는 화소 스스로 빛을 내는 OLED의 장점을 극대화한 기술이다. 기존 유리창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투명도가 높고 얇아 사이니지, 건축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투명 OLED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유일하게 양산에 성공한 기업이다. 이번 전시회는 최초 개발·양산에 이어 다양한 산업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투명 OLED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전시회에서 LG디스플레이는 △트랜스포메이션 △모빌리티 △사무공간 △문화·엔터테인먼트 △리테일 △홈 등 6개 테마존을 마련하고 각 분야에서 적용할 수 있는 투명 OLED 솔루션을 보여줬다. 가장 흥미로웠던 장소는 문화·엔터테인먼트였다. 투명 OLED만이 구현할 수 있는 '오버레이(겹쳐보임)' 효과가 가장 잘 드러나서다.

투명 OLED가 슬라이딩 되면서 훼손된 그림과 상형문자의 뜻을 보여줬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이번에 처음 공개된 '슬라이딩 T-도슨트' 솔루션은 투명 OLED가 미닫이문처럼 좌우로 움직이면서 각 전시품에 적합한 정보를 보여준다. 디스플레이 뒤에 위치한 전시품 위로 투명 OLED가 겹치면서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바닥에 투명 OLED를 설치한 '매직 티 워크'도 인상적이었다. 발굴 당시 모습이 재현돼 있는 바닥 위로 투명 OLED를 오버레이 해 어떤 유물이 묻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손실된 유물 위에 투명 OLED를 겹쳐 복원됐을 때 유물의 모습을 체험하는 것도 가능했다.

전시된 유물에 투명 OLED 화면이 더해져 투탕카멘의 황금가면이 완성됐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여준호 LG디스플레이 솔루션CX그룹장(상무)는 "현재 중국의 일부 박물관에서 시험 테스트를 진행했고, 중동 등 해외 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최근 국내의 여러 미술관, 박물관에서도 설치하고 싶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하철·상점 등 활용도 '무궁무진'

이 밖에 지하철 등 공공장소와 카페 등 상업시설에서 활용할 수 있는 투명 OLED 사례도 살펴볼 수 있었다. 모빌리티 존에서는 승강장에 설치된 스크린 도어에 투명 OLED를 적용했다. 광고와 함께 지하철 노선도, 운행 정보, 열차 내 혼잡도 등의 유용한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보인다.

투명 OLED가 적용된 열차 승강기. 지나가는 풍경 위로 각종 정보와 광고가 함께 보였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열차 출입문과 창문에 투명 OLED를 적용해 정보 제공과 광고 수익 창출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었다. 바깥 풍경을 보는 동시에 운행 및 날씨 정보를 확인하게 하고, 유명 랜드마크나 관광지를 지날 때는 관련 정보를 보여주는 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20년부터 베이징, 심천 등 중국 주요 도시 지하철과 일본 JR동일본 열차 등에 철도용 투명 OLED를 공급한 바 있다.

투명 OLED가 적용된 쇼케이스. 전시 제품과 투명 OLED 화면의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리테일 존에서는 명품 매장과 카페 매장에 도입된 투명 OLED를 볼 수 있었다. 쇼케이스에 진열된 케이크를 보면서 재료, 영양성분 등을 확인하고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했다. 투명 OLED의 특징을 활용해 매장의 개방감을 유지하고 전시 제품을 가리지 않으면서 매장 외부에 브랜딩 영상, 프로모션 정보 등을 보여주는 것도 가능했다.

투명 OLED는 일반 LCD(액정표시장치)나 LED(발광다이오드)에 비해 발열과 소비전력이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상업화에 적절하다는 게 LG디스플레이 측 설명이다. 오래 작동시키거나 고객이 자주 만지더라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또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투명 OLED는 현재 투명도가 40%에 달한다. 투명도가 5% 수준에 그치는 투명 LCD에 비해 활용도가 높은 이유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투명도 45%의 OLED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고, 투명도 50~60% 개발 로드맵도 갖고 있다.

투명 OLED가 적용된 쇼케이스. 전시 제품과 투명 OLED 화면의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12조원 시장…앞서서 선점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전 세계 투명 OLED 시장 규모는 올해 1000억원에서 오는 2025년 3조원, 2030년에는 12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오는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 각 산업 분야의 글로벌 주요 고객을 초청해 투명 OLED의 확장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투명 OLED의 구체적 활용 방안과 전략적 협업을 다각도로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김희연 LG디스플레이 CSO(최고전략책임자) 전무는 "투명 OLED는 현재 LG디스플레이만 하고 있고 사업 확장성이 높은 분야"라면서 "한국의 소부장 업체와 함께 산업을 키워 한국의 디스플레이 생태계 발전과 산업 제도화에 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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