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직선제' 대신 '시도지사 러닝메이트?'…교육계 반응은

유승목 기자 2022. 12. 2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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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개선에 공감하면서도 정치중립성·교육자주성 훼손 우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9월1일 서울 영등포구 우신초에서 등교하는 어린이들을 맞이 한 뒤 교내에 부착된 학생회장 선거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던진 교육감 직선제 개편이 교육계 안팎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함께 선출하는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두고 논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교육현장에선 '깜깜이 선거', 교육행정력 낭비 같은 직선제 부작용 개선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진보교육계를 중심으로 러닝메이트제는 사실상 임명제나 다름 없는 '민주주의의 퇴행'이라며 반발하는 양상이다.

22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협의회)에 따르면 이날 협의회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유기홍·강민정·도종환·서동용·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교육자치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교육감 직선제 선출 방식의 필요성을 점검해보자는 취지로, 교육 전문가들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학부모 단체 대표 등 교육 이해당사자들이 모였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이 단초가 됐다. 윤 대통령은 연금·노동과 함께 교육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광역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지역 주민들이 선택하면 균형발전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2007년 도입 후 15년 가량 지속된 직선제 틀을 깨고, 일반자치와 교육자치를 통합해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자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김선교·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러닝메이트제 선출을 골자로 한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하고, 교육부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러닝메이트제를 골자로 한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내는 등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런 상황에서 직선제 고수 입장을 유지하는 야당과 교육계가 제동을 건 것이다.
진보·보수 교육감 모두 "우려"…사실상 임명제?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12.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날 토론회에서 교육 전문가들은 러닝메이트제가 교육 자주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허울좋은 임명제로 변질될 수 있단 우려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러닝메이트라곤 해도 사실상 시도지사가 임명하는 것"이라며 "일반자치 권력이나 예산 영향력이 크다보니 교육감 위상이 국장 수준으로 떨어지고, 시도지사와 견해가 다르면 소신껏 정책을 펼쳐나갈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감들 역시 진보·보수 성향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입장을 견지했다. 보수 성향인 임종식 경상북도 교육감은 "교육이 지자체에 예속되면 도정의 일부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성향인 박종훈 경상남도 교육감도 "교육감 직선제가 시작된 후 우리 교육이 얼마나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었는지에 대한 고찰 없이 역기능만 갖고 이야기하는 데 대해 우려하지 않을 없다"고 덧붙였다.

교육정책에 색깔이 개입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노시구 전교조 정책실장은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는 '당에 충성하는 사람'을 지명하는 제도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시도지사 후보의 정당 색깔만 보고 (교육감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미 교육감들의 정치성향이 어느정도 노출된 만큼, 큰 부작용은 없을 것이란 반론도 나왔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상임대표는 "수 차례 교육감 선거에서 경험했듯 후보들을 진보와 보수로 나눴고, 이들의 성향에 정당은 없지만 정치성은 있었다"며 "시도지사 임명제는 직선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단 점에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관심 투표 개선 필요성엔 '끄덕'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한 전국시도교육감들이 24일 오후 충북 청주시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에서 열린 제87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 서울시교육청 제공) 2022.11.24. *재판매 및 DB 금지
교육 전문가들은 대체로 러닝메이트제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교육감 직선제 개편 필요성이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해선 어느정도 동의했다. 교육감 직선제 과정에서 나타난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 인지도 부족과 정책 무관심 △후보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과도한 선거비용 등 부작용 △지방자치단체장과의 갈등으로 효율적 교육정책 집행 어려움 등의 역기능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천 교수는 "교육감 직선제도 불완전한 요소가 있고 역기능이 존재하는 만큼 그간 노출된 문제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유권자 무관심 문제는 후보자 간 정책 토론회 양적 확대 등 홍보 차원에서 해결하고, 투표도 만 16세로 연령을 낮춰 학생들의 참여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故)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별세로 내년 4월 진행될 보궐선거는 교육감 직선제 개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해당 선거에서도 정책·후보자 무관심 등 깜깜이 선거가 지속되면 정부가 추진하는 러닝메이트제 도입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측은 "현행 직선제의 경우 과도한 선거비용, 유권자 무관심 등 부작용으로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면서 "선출방식 변경은 국민 여론 등을 종합 고려해 국회에서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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