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신간 소개『AI 지도책』

2022. 12. 2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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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 『AI 지도책』
“자원전쟁이 세계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배경에는 AI가 있다. 이 책은 AI를 ‘추출 산업’으로 규정하며 AI가 세계의 부와 권력을 실시간으로 재편하고 있음을 고발한다. ‘채굴이 AI를 만든다’는 말은 문자 그대로다. 데이터 마이닝이라는 새 추출 방식은 전통적 채굴의 개념을 더 확장시켰다.”
케이트 크로퍼드 지음 / 노승영 번역 / 소소의책 펴냄
AI에서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떠올린다면 실체를 모르는 일이다. 광물과 자원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인공지능(AI)의 실체가 알고 싶다면 실리콘밸리의 우주선 모양의 애플 사옥, 구글캠퍼스를 벗어나야 한다. 기술기업들의 연산과 상거래는 배터리에 의존한다. 리튬 추출을 위해 볼리비아, 콩고, 몽골, 인도네시아, 호주 사막 등이 현재 정치적 긴장을 겪고 있다. 전자기기에 필요한 희토류를 채굴하는 데는 무자비한 지정학적 폭력이 수반된다. 광업 지역에서는 전쟁, 기근이 흔하다. 자원 전쟁이 세계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배경에는 이처럼 AI가 있다.

저자 케이트 크로퍼드는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 선임 수석 연구원으로 뉴욕대 AI 나우 연구소를 공동 설립한 인물이다. 그는 광산의 갱도, 에너지를 집어삼키는 데이터 센터의 긴 통로,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물류 창고 등을 여행하며 AI라는 거대한 산업의 실체를 알려준다. 희토류, 석유, 석탄에 대한 기술기업의 수요는 엄청나지만 이 채굴의 진짜 비용을 AI 기업이 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평균 수명이 4.7년에 불과한 스마트폰은 연간 수억 대가 버려지고 대부분 가나, 파키스탄의 전자 폐기물 하치장에 매립된다.

디지털 날품팔이꾼도 필요하다. 푼돈을 받고 하루 종일 이미지와 데이터를 분류하는 노동자의 수는 급증하고 있다. 아마존 창고에도 알고리즘의 명령에 복종하는 막대한 노동자가 고용된다. 뉴저지주 로빈스빌 아마존 물류 센터에는 시간기록계가 있다. 인간의 노동은 초 단위로 감시된다. 휴식 시간은 매 교대당 15분, 식사 시간은 30분으로 주어지고 교대당 근무시간은 10시간이다. 23㎞의 컨베이어벨트 굉음 속에서 로봇과 작업자들은 한치의 오차 없이 노동에 임한다. 데이터기업들의 AI 모형 구축을 위해서는 사람들의 말과 사진, 뉴스 등 거대한 데이터가 알고리즘 개선을 위해 쓰인다. 사람들의 프라이버시가 사생활이 아닌 단순한 인프라로 간주되며, 개인정보유출과 감시 자본주의는 묵인된다. 많은 사각지대에서 인간은 AI를 위해 복무하고 있다. 심지어 AI는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저항할 힘이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서 정보와 자원을 더 많이 추출한다.

더 나아가 이 책은 AI가 국가 권력의 도구로 이용되는 현상을 고발한다. 현재 AI는 감시와 군사적 목적을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상업 분야를 넘어 교실, 경찰서, 기업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기업인 피터 틸의 팔란티르는 기계학습을 통해 얻은 데이터 분석을 전장에서 활용한 데 이어, 연방수사국의 범죄조사와 국토안보부의 이민자 감시에도 활용한다.

인공지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치밀하게 추적하는 이 책은 AI가 ‘인공’적이지도 않고 ‘지능’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인공지능은 체화되고 물질적인 지능이며 천연자원, 연료, 인간 노동, 하부 구조, 물류, 역사, 분류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AI는 정치·사회적 구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자본과 노동력이 필요한 탓에 AI는 궁극적으로 기득권에 유리하게 설계될 수밖에 없다. “AI는 권력의 등기부”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밀레니얼이 MBTI에 집착하는 이유 『밀레니얼의 마음』
강덕구 지음 / 민음사 펴냄
사골국처럼 철만 되면 나오는 또 하나의 세대론일까. 아니다. 이 책은 오히려 세대론은 해방되어야 한다고 외친다. 이 책은 기성세대가 만든 스테레오 타입에 갇힌 밀레니얼 담론에서 벗어나 ‘나의 시대’와 ‘나’를 규명한다. 90년대생 영화평론가인 저자는 각 장의 도입부에서 소설의 방식을 차용해 ‘누군가’의 삶을 그리고, 이어 기억과 비평의 방식으로 ‘모두’의 삶을 묘사하며 한 시대의 초상을 완성하는 데 도전한다.

최근 MZ세대를 규정해온 ‘욜로’나 ‘파이어족’, ‘능력주의’ 같은 담론에 매몰되지 않는 이 책은 밀레니얼 세대의 ‘병든 마음’에 주목한다. SNS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바로 옆에 있는 친구보다도 저 멀리에 있는 타인과 연결되기를 선호했다. 이러한 감각은 역설적으로 거리 감각의 상실로 이어졌고 너무도 쉽게 ‘대상’에 동일시하는 감정을 만들어냈다. 밀레니얼 세대는 불안에 허덕이며, 부재하는 소속감을 대신해 인터넷의 커뮤니티에 자신을 대입하고 있다. 선풍적으로 불고 있는 ‘MBTI 열풍’ 또한 이들 세대가 얼마나 자신을 알고 싶어 하는지, 또 열망과 달리 얼마나 자신에 대해 무지한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0호 (22.12.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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