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중 이례적으로 미국 찾은 젤렌스키가 얻은 3가지

김민수 기자 2022. 12. 2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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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21세기판 처칠로 부상…우크라 지원 여론에 다시 불 지펴
美패트리엇 지원으로 우크라 방공망 강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2.12.21/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 후 의회에서 연설했다.

이와 관련해 외신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통해 얻은 '이익'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젤렌스키, 21세기판 '처칠'로 부상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방문으로 얻은 이점은 바로 '21세기의 윈스턴 처칠'이라는 이미지다.

미국 CNN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약 81년 전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워싱턴 방문을 언급했다.

처칠 총리는 1941년 12월 미 의회에서 약 30분간 역사적인 연설을 했다. 처칠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는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BBC는 당시 워싱턴을 방문한 처칠 총리의 존재가 미국 내에서 큰 흥분을 불러일으켰다고 표현했다.

처칠 총리는 미 의회 연설에서 "고난의 시간이 우리에게 닥쳤다"고 경고하면서 연합국이 이제 미국의 도움을 받아 앞으로 3년 안에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낙관주의를 심어주려 했다. 처칠의 미 의회 연설 다음 날 뉴욕타임스는 "의회가 감격했다"고 묘사하면서 당시의 분위기를 "광란의 열광과 환희의 웃음이 넘쳤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깜짝' 방미 일정도 외신들의 주목과 대중의 기대를 불러일으다. 그는 처칠 총리와 마찬가지로 미 의회 연설에서 열광적인 기립 박수 속에서 "모든 가능성과 파멸과 암울한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무너지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는 살아있고 활기차다"고 강조했다.

사실 젤렌스키의 투사적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개전 이후 망명 권고를 받기도 했지만, 끝내 수도 키이우에 남아 항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3월 영국 하원 여야 의원을 대상으로 화상으로 “나치가 당신의 나라를 빼앗으려 할 때 당신은 나라를 잃고 싶지 않았고, 영국을 위해 싸워야 했다”며 “우크라이나인들도 러시아군에 맞서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연설해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미 의회 연설을 통해 '21세기 처칠'로 다시 세계인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됐을 것이다.

전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경. ⓒ AFP=뉴스1
21일(현지시간) 알래스카주 아일슨 공군기지에서 열린 북극해 연습 도중 패트리엇 미사일 M903 발사대가 52 방공포병연대 5대대에 배치돼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러 미사일 막을 수 있는 '방패' 美패트리엇 미사일, 우크라 품으로

최근 러시아가 에너지 기반 시설을 겨냥하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은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민들을 지킬 수 있는 강력한 '방패'가 필요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으로 이를 얻었다.

미국 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21일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포함한 18억5000만달러(약 2조3828억원) 상당의 추가 군사 지원 결정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군사 지원 패키지에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가 포함될 것"이라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방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패트리엇 지원으로 러시아와의 긴장이 더 고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이는 방어적 무기"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번 지원 패키지의 가장 강력한 요소는 우리의 대공 방어를 크게 강화할 수 있는 패트리엇 포대"라며 "테러리스트 국가의 주요 테러 방법인 우리의 도시와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을 박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표현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국 레이시온사에서 제작한 패트리엇은 고공비행 항공기를 요격하기 위한 개발된 지대공 미사일(SAM) 시스템으로 러시아군의 순항·탄도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드론까지도 격추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패트리엇이 방어용 무기이기 때문에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과 같이 전장의 판도를 180도 뒤집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지만, 최근 계속되는 러시아군의 기반 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 회담 중 악수를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젤렌스키의 '꺾이지 않는 마음', 종전 압박과 지원 반대 여론 이겨낼 수 있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미 일정에서 우크라이나는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를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얻은 것은 '평화협상' 압박과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여론을 어느 정도 누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전쟁의 장기화로 세계적으로 식량 및 에너지 위기가 심화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영토 할양을 조건으로 조속히 러시아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아 종전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미국 공화당은 우크라이나를 향한 '백지수표'는 없다며 초당적 지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미국 CNN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주요 서방 동맹국과 함께 전쟁의 미래를 위한 진로를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에서 "폭정의 최전선"에서 미국의 지원은 "이러한 싸움을 견뎌내는 것 뿐만 아니라 전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환점에 도달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 의존적이어서 누군가 옆에 있으면서 동시에 그러한 전투가 계속될 때 안전함을 느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두 나라는 이 전투에서 동맹국이며 내년은 전환점이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용기와 미국의 결의가 우리 공동의 자유, 그들의 가치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자유의 미래를 보장해야 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특정 지역의 분쟁이 아닌 세계의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연설에 우크라이나를 향한 '백지수표'는 없다며 초당적 지원에 반대한 공화당 의원들도 그의 연설에서 진정성을 느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회 연설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 자리에서도 영토 할양을 전제로 하는 협상은 할 수 없다는 뜻을 공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의로운 평화"를 추구할 의향을 가지고 있다면서 "대통령으로서 정의로운 평화는 조국의 주권, 자유, 영토 보전에 관한 타협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고위 관리도 바이든 대통령이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크라이나가 제외된 평화협상은 우크라이나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기존 노선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압박하거나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의회 및 동맹국들과 협력하여 우크라이나를 전쟁터에서 가능한 최상의 위치에 두게 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방미 일정으로 우크라이나가 향후 지속적으로 러시아군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공화당 내에서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을 반대하는 여론이 존재한다. 제시카 앤더슨 헤리티지 액션 전무이사는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원조에 대한 적절한 감독과 책임 없이 470억달러를 추가로 지출하고 그 중 62%만이 군사 지원에 사용된다"면서 "차기 의회는 미국 지원의 규모와 범위에 대해 정직하고 투명한 토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CNN은 사설에서 "미국인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지친다면 젤렌스키를 폄하하는 추악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러시아가 승리할 것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는 뒤바뀔 것"이라며 "그것은 전제 정치의 승리이자 민주주의의 통탄할 만한 손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CNN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러한 점들을 분명히 각인시켰다면, 그의 역사적인 방문은 '승리'였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의사당 하원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국기에는 바흐무트 전장의 군인들이 보낸 메시지와 서명이 적혀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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