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리의 '건방진 놈' 욕설 녹취록 자선경매 출품...8천만 원에 낙찰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야당 대표를 겨냥해 내뱉은 욕설을 기록한 국회 녹취록 사본이 자선 경매에서 8천만 원에 팔렸습니다.

뉴질랜드 매체들은 22일 아던 총리가 데이비드 시모어 액트당 대표에게 '건방진 놈'이라고 혼잣말처럼 한 발언을 담은 녹취록이 뉴질랜드 전립선암 재단을 위한 온라인 경매에서 10만100 뉴질랜드달러, 약 8천만 원에 팔렸다고 전했습니다.

문제의 욕설이 포함된 녹취록에는 아던 총리와 시모어 대표의 서명이 담겨 있습니다.

이 욕설 문서에 대한 경매는 지난 15일 시작돼 이날까지 무려 282차례나 응찰이 이뤄지는 등 열띤 경합 양상을 보였습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 질의 때 나왔습니다.

시모어 대표와 열띤 질의응답을 벌이던 아던 총리가 자리에 앉으면서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옆에 앉아 있던 그랜트 로버트슨 부총리에게 '건방진 놈'이라고 내뱉은 게 국회 속기록에 고스란히 담기면서 구설에 올랐습니다.

아던 총리는 자신이 실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파문이 커지자 이튿날 국회 발언에서 다시는 그런 발언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시모어 대표도 이를 흔쾌히 수용했습니다.

두 사람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상생의 정치를 보여줬습니다.

두 사람이 욕설이 담긴 문서를 연말 전립선암 재단 자선 경매에 내놓는다고 발표하자 뉴질랜드 언론들도 자선활동이긴 하지만 정치적 경쟁자가 한 팀이 된다는 것은 뜻밖의 일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습니다.

입찰이 종료된 후 시모어 대표는 아던 총리에게 사의를 표하고 싶다며 "지난주 국회 기자실 파티 때 저신다에게 이번 일을 제의했는데 그가 그 자리에서 수락해 곧바로 일이 추진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경매에서 나온 수익금은 전립선암 재단의 사업을 위해 전액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게 돼 무척 기쁘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던 총리는 낙찰가에 대해 "이 정도일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국회의 낡은 마이크 때문에 생긴 실수가 전립선암 재단에 많은 돈을 가져다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욕설 녹취록의 낙찰자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YTN 임수근 (sgl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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