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감염자 폭증에 외지 의료진 긴급 수혈…중국인들 해외서 약 사재기
중국 수도 베이징이 코로나19 감염자 급증으로 의료 현장의 부담이 가중되자 다른 지역에서 의료 인력을 긴급 수혈하고 있다. 의약품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서 중국인들은 해외에서까지 감기약과 해열제 등을 사재기하고 있다.
중국 후난성(湖南)성 방역당국은 지난 20일 관내 3급 병원에 베이징에 파견할 의료진 178명을 차출한다는 통지를 했다고 홍콩 명보가 22일 보도했다. 통지에 따르면 후난성 방역당국은 풍부한 치료 경험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중증 환자 구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의사와 간호사, 중증호흡기 치료사 등을 차출해 베이징에 파견할 예정이다. 방역당국은 또 각 병원에 파견되는 의료진을 위해 3∼5일 동안 필요한 방호물자를 준비하라고 통지했다.
산둥(山東)성도 현재 베이징에 의료 인력 파견을 준비 중이다. 산둥성 방역당국은 현재 2급 이상 종합병원에서 내과 중심으로 의사들을 선발하고 있으며 2년 이상 근무한 간호사들을 모집해 모두 500명의 의료 인력을 베이징에 파견할 것으로 전해졌다. 방역당국은 파견되는 의료진에게 사전에 7일 동안의 방호 물자를 준비해 놓고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는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명보는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에서도 의료 인력 50여명을 베이징에 파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는 방역 완화 이후 감염자가 급증한 베이징에서 의료 시스템이 큰 압력에 직면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중증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을 다른 지역에서 긴급히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흡기 전문가인 왕광파(王廣發) 베이징대 제1병원 호흡기·위중증의학과 주임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베이징에서 주로 유행하는 오미크론 BF.7 변이 감염자 다수는 유증상이며 고열이 있을 수 있고 중증 환자도 비교적 많다”며 “베이징의 경우 향후 1∼2주 안에 중증 감염의 정점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에서는 의약품 품귀 현상도 이어지면서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의약품을 대거 사들이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국인들이 본토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을 위해 홍콩과 마카오, 대만 등 중화권은 물론이고 태국과 호주 등에서도 감기약과 해열제 등을 사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홍콩에서는 시민들에게 의약품 사재기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고, 마카오는 약국에 진통제와 해열제, 항원검사 키트 등에 대한 판매 제한을 지시했다. 대만 당국도 시민들에게 해열제 등 의약품의 대량 구매를 통한 해외 반출 자제를 당부한 상태다. 또 호주 ABC 뉴스는 호주에서도 중국계 호주인들이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감기약 등을 구입해 중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명보는 태국 방콕에서도 중국인들이 대량으로 약을 구입하고 있다는 현지 약국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중국 국무원은 전날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로 열린 상무회의에서 의약품 수급 등과 관련해 “대중의 방역과 의료 물자 수요를 확실히 보장하고 관련 기업의 전속력 생산을 지지하겠다”며 “국제협력을 강화해 급히 필요한 물품을 합리적으로 수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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