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이 관련 1심 무죄' 양현석, 내년 YG 행보에 힘 실릴까
기사내용 요약
총괄 프로듀서로서 복귀 가능성 제기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양현석(52)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총괄 프로듀서가 그룹 '아이콘' 출신 비아이(26·김한빈)의 마약 투약 혐의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혐의와 관련 22일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향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K팝 간판이 된 '블랙핑크' 외에 구심점이 부족한 YG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될 지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월드 투어가 예정돼 있는 블랙핑크는 투어 종료 직후 재계약을 해야 한다. YG를 굴지의 K팝 기획사로 만든 빅뱅 역시 같은 해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회사와 그룹들 간의 확실한 의견 조율이 필요한 시점에 이들을 발굴한 양 전 프로듀서의 리더십이 YG에서도 필요한 게 사실이다.
신인 그룹 론칭에도 추진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양 전 프로듀서가 이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도 내부에선 나온다. '베이비몬스터'라는 그룹명으로 알려진 신인 걸그룹은 애초 올해 데뷔 예정이었으나 내년으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걸그룹 전성시대를 맞아 최근 각 기획사에서 4세대 걸그룹을 잇따라 론칭하면서 성공했는데 YG는 2016년 블랙핑크 이후 걸그룹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YG 내 보이그룹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흐름에서 분기점도 필요한 때다. 형제그룹인 '위너'와 '아이콘'은 새로운 전환점을 찾기 힘든 시점이고, 보이그룹 막내 '트레저'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기대 만큼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양 전 프로듀서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대표적 인물이다. 1980년대 후반 이태원에서 알아주는 춤꾼이었다. 연예경력도 가수 박남정의 백댄서로 출발했다. 올해가 데뷔 30주년이다. 1992년 데뷔한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서태지가 음악과 콘셉트를 맡고, 그와 이주노가 댄스 부분을 담당했다. '회오리춤' 등을 유행시켰다. 하지만 그룹 시절 서태지에 가려 말 그대도 '아이들'에 불과했다.
1996년 서태지와아이들이 해체하고 그해 힙합 전문 음반기획사 '현 기획'을 설립, 독자 활동에 나선다. 하지만 처음 프로듀싱한 그룹 '킵식스'는 제대로 이름을 알리지 못하고 실패했다.
이듬해 기회가 찾아왔다. 힙합과 R&B 기반의 기획자로 차별화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힙합듀오 '지누션'과 힙합그룹 '원타임'을 시작으로 렉시, 세븐, 휘성, 거미 등 개성 강한 R&B 가수들과 가창력이 출중한 R&B 그룹 ‘빅마마’ 등을 제작했다. 실력 있는 가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 YG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었다.
이후 한류를 대표하는 그룹이 된 빅뱅을 시작으로 2NE1 위너 아이콘 블랙핑크 등을 속속 키워내면서 대표적인 한류 기획사가 됐다. '강남스타일'의 싸이가 한 때 몸 담기도 했다. DSP미디어가 발굴한 1세대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를 영입하기도 했다.
YG의 간판 프로듀서인 테디가 설립한 독립레이블 더블랙레이블 등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선보일 채널도 갖춰나가면서 외형을 확대했다. 강동원, 차승원, 최지우 등 톱배우들도 잇따라 영입하며 배우 매니지먼트사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양 전 프로듀서는 사업적인 감각이 뛰어날뿐더러 두뇌회전도 빠르다는 평을 들었다. 아울러 SBS TV 'K팝 스타' 심사 등에서 인간적인 면모도 내세웠고, YG 블로그에 '프롬 YG' 코너를 만들어 소속 가수들의 소식도 직접 전하며 팬들과 소통도 꾀했다.
YG는 곧 양 전 프로듀서였다. 이런 색깔에 장점이 분명 있었지만, 소통이 양방향이 아닌 일방형으로 흐르면서 단점이 차차 부각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JTBC와 손잡고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선보인 아이돌 그룹 서바이벌 프로젝트 '믹스나인'이다.
양 전 프로듀서는 '믹스나인'을 통해 선발된 9명의 연습생을 YG를 통해 데뷔시키기로 약속했으나, 연습생들이 속한 기획사들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데뷔 무산을 선언했다. 이후 K팝 업계 안팎에서 그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2019년 빅뱅 출신 승리가 성접대, 성매매 등의 혐의를 받으면서 YG에도 포화가 시작됐고 그해 비아이의 마약 구매 의혹이 결정타가 됐다. 이 사건을 은폐하는데 개입하고, 경찰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더해진 것이다. 가수 지망생 A씨가 비아이 마약 건과 연루된 자신을 양현석이 협박을 했다고 소셜 미디어에 폭로하기도 했다.
이후 YG에 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그 피해가 소속 가수와 회사의 주가까지 미치자 양 전 대표는 YG의 모든 직책, 업무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입에 담기도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이 무분별하게 사실처럼 이야기되는 지금 상황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참아왔다"면서 "더 이상은 힘들 것 같다"고 사퇴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자신을 둘러싼 온갖 의혹은 부인해왔다. "언론보도와 구설의 사실관계는 향후 조사 과정을 통해 모든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날 법원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프로듀서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그에게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함께 기소된 전 YG 직원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양 전 프로듀서는 이날 선고 뒤 "재판부의 판결에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제 본연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사실상 현업 복귀를 예고했다.
이날 오너 리스크를 해결한 YG의 주가는 급등했다. 전일 대비 7.06%가 상승한 4만7750원을 기록했다.
이미 양 전 대표의 동생인 양민석(49) 이사회 의장은 3년 만인 지난 7월 대표직에 복귀했다. 현재 YG는 황보경(52)·양민석 공동 대표이사 체제다. 양 형제는 지난 2019년 6월 보직에서 동반 사퇴했었다. 업계는 양 전 프로듀서가 곧 총괄 프로듀서 등의 직책을 맡아 복귀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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