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복당, ‘박지원’은 되고 ‘민형배’는 신중한 이유[이런정치]
박지원 복당과 형평성 문제제기
검수완박 정당성 확보 우선돼야
위헌 판결에 따라 복당 갈릴 듯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복당을 수용하면서 지난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위해 탈당한 민형배 무소속 의원의 복당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은 박 전 원장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민 의원에 대한 복당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지만 명분이 갖춰져야 한다는 입장이 중론이다. 검수완박과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민 의원의 복당 여부를 가를 명분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박 전 원장의 복당이 최종적으로 결정되기 전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민주당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박 전 원장의 복당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여러차례 비공개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헌·당규에 탈당·복당 기준이 엄격하게 규정된 만큼 박 전 원장의 복당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난 대선 때 대통합 차원에서 탈당 인사들의 복당을 대규모로 받아들인 것에 준해 박 전 원장 복당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던 것이다.
박 전 원장은 2016년 1월 당내 주류였던 친문(친문재인)계와 갈등을 빚다가 탈당해 두 달 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던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그로부터 2년 뒤에는 당내 노선 차이로 국민의당에서도 탈당했다.
이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 관계가 악화하던 2020년 7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를 국가정보원장에 임명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원장직에서 물러난 뒤 줄곧 복당 의지를 밝혀 왔다.
결국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결단으로 지도부는 지난 19일 박 전 원장의 복당 신청을 수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시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대승적·대통합 차원에서 박 전 원장의 복당을 수용하자는 (이재명) 당 대표의 의견에 대해서 최고위원들께서 수용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의 복당이 결정된 이후 당 내·외의 진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선 일각에서는 박 전 원장의 복당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연결 짓는 해석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 전 원장도 현재 검찰 수사 대상이기에 당이라는 보호막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이 대표는 누구나 인정하는 박 전 원장의 정치적 공격력을 우군으로 삼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이 복당을 하면서 이 대표의 ‘호위 무사’를 자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같은 문맥이다. 실제 박 전 원장은 복당 이후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박 전 원장은 전날 한 라디오에서 “이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서 야당 탄압에 대한 투쟁을 하는데 벽돌 한 장이라도 놓겠다”며 “김만배씨가 (숨겨 뒀다는) 260억원의 돈이 이 대표 집에서 나왔느냐. 아무 관계 없는데 왜 자꾸 이 대표와 연결시켜 보도가 되나”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여진이 있다. 박 전 원장의 복당에 형평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전 원장의 경우 사익을 앞세워 탈당 후 창당을 한 사람이고, 민 의원의 경우 당이 추진하는 법안을 위해 스스로 탈당한 선당후사를 실천한 사람인데 복당이 미뤄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한 라디오에서 “박 전 원장 같은 경우는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나간 것이지 않나. 일종의 해당 행위를 한 것”이라며 “박 전 원장은 복당되고 민 의원은 복당이 안 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의 복당 이후 민 의원도 ‘복당을 원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민 의원은 전날 “제가 탈당한 것은 ‘검찰 정상화’ 내지는 ‘검찰개혁, 검찰수사권 축소’ 이런 것 때문”이라며 “정서적으로나 당 입장에서나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보면 제가 복당을 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민 의원의 복당은 연내 결정이 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민 의원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킨 민주당의 정당성을 명확히 확인하는 일이 선결돼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다. 민 의원의 탈당이 검수완박법의 국회 통과를 위한 공적인 행위였던 만큼 헌재에서 검수완박법의 위헌 여부가 가려져야 민 의원의 복당 명분이 명확해진다는 판단이다. 자칫 정무적 판단으로 헌재 판결 전에 민 의원의 복당을 수용할 경우 검수완박법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이 민 의원의 복당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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