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고전 번역에 평생 바친 천병희 교수 별세

고명섭 2022. 12. 2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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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고전 문헌 번역에 평생을 바친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가 22일 별세했다.

고인이 번역한 그리스어·라틴어 원전 목록은 플라톤 저작 전집,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와 <일리아스> ,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 ,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을 비롯해 주요 고전 문헌을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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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전집 등 주요 원전 40여종 우리말로 옮겨
22일 별세한 서양 고전 문헌 번역가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 사진

그리스·로마 고전 문헌 번역에 평생을 바친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가 22일 별세했다. 향년 83.

고인은 서울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1961년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으로 유학해 독문학과 함께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공부했다. 독일 정부가 실시하는 그리스어검정시험과 라틴어검정시험에도 합격해 고전 문헌 연구자로서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다.

1966년 독일에서 돌아와 서울대 독어교육과 전임강사가 된 고인은 1967년 ‘동백림사건’에 연루돼 교직에서 쫓겨나고 3년 반 동안 영어 생활을 하는 고초를 겪었다. 출감한 고인은 ‘자격 정지 10년’이라는 사슬에 묶여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고전 문헌 번역을 본격화했다. 이때 처음으로 플라톤의 <국가>를 박종현 성균관대 교수와 공동으로 번역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도 우리말로 옮겼다. 독재정권이 젊은 학자를 강단에서 쫓아낸 것은 그 개인에게는 말로 할 수 없는 불행이었지만, 고전 문헌 번역이라는 인문학의 중대 사업에는 오히려 행운이 됐다. 생전에 고인은 “만약 그때 대학에서 독문학을 계속 가르쳤다면 고전 번역에 뛰어들 용기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격 정지가 풀린 고인은 1981년 단국대 교수로 임용돼 한동안 독문학 연구와 강의에 힘을 쏟았으나 1990년대에 들어와 고전 문헌 번역에 남은 삶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이후 30년 동안 일체의 세상사에 관여하지 않고 고전 문헌만 붙들고 씨름하며 40여종의 그리스·로마 원전을 우리말로 옮겼다. 고인이 번역한 그리스어·라틴어 원전 목록은 플라톤 저작 전집,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와 <일리아스>,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비롯해 주요 고전 문헌을 아우른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2남3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7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4일 오전.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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