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대출·2금융권 유동성 ‘약한 고리’ 우려···금융불안 ‘위기’ 단계

이윤주 기자 2022. 12. 2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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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식당가의 모습. 연합뉴스

1000조원을 넘어선 자영업자 대출과 증권사·여전사 등 2금융권의 유동성 위험이 국내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약한 고리로 부각되고 있다. 향후 금리인상과 경기 둔화 국면에 금융지원정책의 효과까지 사라질 경우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위험 규모가 4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레고랜드 사태 등의 여파로 올 3분기 금융불안지수(FSI)는 ‘위기’ 단계로 높아졌다.

코로나 지원으로 가린 자영업 대출 부실
내년 말 최대 40조 부실위험 우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올 3분기말 현재 1014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이 0.7%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10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코로나19의 충격과 고금리·고물가로 자영업자들의 업황이 크게 나아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도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은 3분기 말 현재 0.19%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은이 자체적으로 연체가 시작되거나 세금 체납 등으로 등록된 차주를 뽑아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위험률을 분석한 결과 역시 코로나19 이후 서비스업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부실위험률이 오히려 하락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위기시 손실보전금 지급,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 유예, 금리 인하 등의 금융지원조치들이 적극 시행된 데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경기둔화도 본격화하고 있어 자영업자 부실위험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코로나 발생 이전의 대출 증가율이 유지되고, 내년 대출금리 0.5%포인트 상승·매출 회복세 둔화·금융지원정책 효과 소멸의 경우를 모두 가정한 결과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내년 말 대출잔액은 102조원, 이 가운데 부실위험 규모는 19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비취약차주의 경우는 금리 상승·매출 둔화로 전체 대출 1028조원 중 부실위험 규모가 16조1000억∼19조7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취약·비취약차주를 합칠 경우 부실위험 대출 규모가 내년 말 최대 40조원에 이를 수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자영업자대출 부실위험 축소를 위해서는 취약차주의 채무 재조정을 촉진하고 정상차주에 대한 금융지원조치의 단계적 종료, 만기 일시상환 대출의 분할상환 대출 전환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자기자본 대비 PF대출 비율 76%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증권사·여전사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유동성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올 3분기말 현재 증권사의 유동성비율은 지난 2019년 말 133.7%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120.6%로 낮아졌다. 카드사의 즉시가용유동성비율은 같은 기간 220.3%에서 155.6%로, 캐피탈사의 경우 169.8%에서 134.4%로 떨어졌다. 한은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대내외 금융시장 불안 등 공통요인에 업권별 특이요인이 맞물리면서 비은행금융기관의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증권사는 향후 부동산 경기가 둔화할 경우 부동산 PF 채무보증 이행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는 9월 말 기준 23조9000억원 정도다. 저축은행도 자기자본대비 PF 대출 비율이 9월 말 기준 75.9%로 금융권 중 가장 높은 수준인데다, 앞으로 수신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어 부실 우려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만큼 유동성 부족 상황에 대한 높은 경계감을 유지하고, 비은행금융기관의 유동성 상황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GDP대비 민간신용 비율 224%

한편 국내 금융시장 전반을 보면 금융불안지수(FSI)가 최근 ‘위기’ 단계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강한 긴축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 경색 현상까지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계와 기업의 빚을 합친 민간신용은 나라경제규모의 2.2배를 웃돌았다.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 금융불안지수(FSI)는 10월과 11월 각 23.6, 23.0으로 집계됐다. 올해 3월(8.6) 이후 9월(19.7)까지 7개월 연속 ‘주의’ 단계(8이상 22미만)에서 꾸준히 오르다가, 결국 10월 ‘위기’ 단계(22이상)에 들어섰고 11월에도 위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3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23.7%로 2분기(222.3%)보다 1.4%포인트 올랐다. 가계빚은 증가세가 주춤한 반면 기업신용이 가파르게 늘어난 영향이다. GDP 대비 가계신용의 비율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한 분기 사이 105.7%에서 105.2%로 떨어졌지만, 기업신용의 GDP 대비 비율은 116.6%에서 118.5%로 급등했다. 기업대출 증가율도 3분기 전년 동기대비 15%에 이르렀다.

한은은 “높은 민간신용 수준,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증대, 비은행금융기관의 복원력 저하 등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주요 취약요인으 로 잠재하고 있다”면서 “대내외 금리상승 기조 지속, 자산가격 하락, 환율 상승,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 금년 하반기 이후의 대내외 여건 변화는 금융불안을 초래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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