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위한 좌담회]산·학·관 "민간 기술로 대국민 서비스 품질 향상"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출범 4개월차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출범 이후 분과회의와 총회 등을 통해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위한 로드맵 수립에 집중해 왔다. 새해 3월까지 디지털플랫폼정부 로드맵을 마련, 국무회의에 보고할 계획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국민, 기업, 정부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부를 의미한다.
위원회는 공공서비스를 국민 관점에서 통합적, 선제적,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부처간 칸막이를 철폐해 디지털 플랫폼으로 하나의 정부를 구현할 방침이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반으로 과학적 정책결정을 내리고 국민과 민간이 함께 성장하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간과 협력 확대를 통한 선도적이고 혁신적인 민간 기술·서비스 도입이 필수다. 민간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활용에 따라 높아진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공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민간 서비스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위원회가 민간 위원 중심 6개 분과를 운영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민간 기업과 효과적 협업 체계 구축, 민간 서비스의 구독형 이용에 따른 과금체계 마련, 안정적 서비스 구현을 위한 보안 체계 확립 등 해결 과제가 많다.
어느 분야에서 무엇부터 먼저 디지털플랫폼정부 서비스를 구현해야 할지, 어느 범위까지 사업을 추진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전자신문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추진단과 '민간 서비스의 효과적 도입과 성공적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산·학·관 전문가들은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 확대와 대중적 서비스부터 단계적 전환, 민간기업과 협력 강화, 일하는 방식의 변화 등이 성공적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의 열쇠라고 역설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김종현 쿠콘 대표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송상효 숭실대 교수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허성욱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사회:김원배 전자신문 ICT융합부장
◇사회(김원배 전자신문 ICT융합부장)=디지털플랫폼정부의 성공적 구현을 위한 핵심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부터 논의를 시작했으면 한다.
◇조준희(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디지털플랫폼정부를 추진하는 이유는 정부가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이루고 민간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서다. 즉, 디지털플랫폼정부를 논의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은 디지털 대전환이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대전환이 가속화하고 있어 어떤 요소가 핵심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시스템이 구축형이 아니라 서비스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용 대가 체제와 데이터, 클라우드 중심으로 달라지고 있다. 서비스 형태의 가장 중요한 플랫폼은 클라우드다.
그런데 아마존웹서비스(AWS), MS, 구글 등이 이끄는 세계 클라우드 시장과 국내 시장은 차이가 크다. 국내 클라우드 전환은 서비스형 인프라(IaaS)로 전환하되 그 이후에는 시스템 통합(SI) 방식으로 구축한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가 성장할 수 없는 구조다.
SaaS 분야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글로벌 플랫폼을 사용하면 국내 SaaS의 해외 진출은 용이하겠지만 과거 앱스토어를 통한 해외 게임 유입처럼 국내 SaaS 소프트웨어(SW) 시장은 고사할 수 있어 살펴봐야 한다.
데이터도 신경써야 할 분야다. 민간 데이터든 공공 데이터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민간 데이터를 공공에서 많이 활용하고, 민간은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창업자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
위원회가 서비스, 일하는 방식 혁신, AI·데이터, 정보보호, 인프라, 산업생태계 등 6개 분과로 구성돼 있는 것은 클라우드와 데이터 같은 디지털 대전환 요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이한주(베스핀글로벌 대표)=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구현할지, 대한민국 서비스를 디지털화하고 사회 전체가 디지털을 잘 사용하는 사회가 될 지를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데이터는 돈과 같다. 돈처럼 유통이 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정부가 돈을 모아놓기만 하고 유통을 하지 않으면 경제가 파탄나는 것처럼 데이터 유통은 디지털 사회의 첫 번째 중요 요소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좋은 법이지만 데이터 유통이 필요할 때는 잘 맞지 않는다. 정부가 많은 데이터를 맡고 있다면, 이 역시 데이터 공유가 어려워진다. 데이터를 잘 활용하려면 데이터 사일로를 없애야 하고 제대로 유통될 수 있도록 법·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도 필요하다. 클라우드는 세계적으로 민간 중심으로 발전이 이뤄졌고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과거에 정부가 시스템을 구축해 사용했지만 이제는 민간 서비스를 도입해서 사용하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모아 유통하고 인사이트를 확보하고, 신기술을 만들고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는 게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민간 클라우드 활용을 통해 단점을 보완하는 게 정부의 역할 중 하나다.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가 앞서간 것도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AWS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사용한 이후부터 민간 기업으로 확산이 늘면서 성장했다. 우리 정부가 민간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민간은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내에서는 '클라우드' 하면 특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CSP)만 얘기하는데 SaaS SW를 봐야 한다. SaaS SW 시장은 지금 막 열리고 있고 미국이나 중국이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SW가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송상효(숭실대 교수)=디지털플랫폼정부는 기존 것을 다 무시하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에 무엇을 해 왔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자정부 세계 1위를 4번이나 했다. 전자정부는 행정업무를 전산화하는 게 핵심이었다. 지난 정부에서는 부분부분 디지털 전환을 추진했고 이번 정부에서는 이를 한 번에 모아 데이터 기반으로 디지털 전환을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가장 먼저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데서 시작된다.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제공하려는 서비스는 이미 국민이 경험해본 서비스다. 정부는 아직 제공할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인프라를 최적화해야 한다.
현재 인프라는 부처별로 제각각으로 통합된 아키텍처가 아니다. 클라우드 전환을 통해 이를 통합해야 한다. 데이터 역시 너무 많은 곳에 산재돼 있는데 디지털플랫폼정부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김종현(쿠콘 대표)=부처별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있는데, 디지털플랫폼정부는 단순 링크를 통한 연결이 아니라 하나의 포털이나 앱에서 한 번만 신청하면 여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능이 구현될 것이다.
서비스 측면에서 봤을 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한정된 기간에 나와야 하기 때문에 민간과 협력이 중요하다.
국민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서비스 경험이 많으니 공공 서비스 제공 채널이 정부 외적으로 확대되는 것도 필요하다.
서비스 접근성이나 편의성을 높이려면 서비스나 데이터 개발이 확대돼야 한다. 기술이나 데이터의 체계적 관리방안 확립을 민간이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
◇허성욱(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공공이 민간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전자정부는 공도 많지만 한계도 있다. SW는 상상력과 창의력인데 민간을 뛰어넘기가 어렵다. 이에 대한 공감이 먼저 필요하다.
정부가 시스템을 구축하면 잘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운영·유지관리다. 네이버나 카카오는 개발 못지않게 운영·유지관리 인력을 투입한다. 공공은 이게 어려우니 국민 눈높이를 따라가기 어렵다. 결국 민간과 같이 가야 한다. 공급이 아니라 수요를 봐야 한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민간과 함께 하는 혁신 생태계다. 즉, 민간 생태계를 만드는 게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역할 중 하나다. 동시에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부적인 각론을 잘 논의해야 한다.
◇이한주=전자정부 시스템은 잘 만들어졌다. 다른 나라에서 보기엔 정말 부러운 시스템이기도 하다. 그러나 30년 전에 기획이 된 것이다 보니 오히려 (후발 주자인) 다른 나라는 빨리 최신 기술을 도입하고 우리는 이 프레임워크에 갇혀 있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이어받아야 하는 것은 그 정신이다. 지금은 현재에 맞는 기술을 사용하면 된다. 전자정부 시스템은 잘 만들었지만 무겁다. 보다 좋은 시스템을 가볍게 만들어 개발도상국 등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에 민간 기술·서비스를 활용하고 민간 기업과 협력을 늘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허성욱=독자적인 정부시스템의 한계, 국민의 높은 디지털 역량 등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는 모바일, 웹3.0 등으로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추세로 이를 정부가 홀로 감당하기에 불가능한 시대다. 또, 국민은 정부와 민간 서비스를 구별하지 않고 간편하고 지능적인 서비스에 매우 익숙하며 서비스 요구 수준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현재 전자정부서비스는 사일로 형태로 전자정부 서비스간 연결이 어렵지만 국민은 한 번에 처리되는 원스톱 서비스를 요구한다.
◇이한주=지금은 디지털 혁명 시대다. 모든 국가는 디지털 혁신 전략을 세우고 있고 그 여정에 함께 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디지털화가 곧 생사를 결정함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디지털화 된다는 것은 모든 영역, 모든 프로세스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혁신하고 운영방식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변화는 더디고, 규제는 촘촘하다.
디지털플랫폼정부를 표방한 만큼 민간기술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조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공정하게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가 민간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민간 기업에는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좋은 자극제가 된다.
◇송상효=현재 정부 시스템에서도 최신 기술을 적극 도입하려는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정부시스템에서 검증된 기술을 도입하려는 경향이 많아 최신 기술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민간의 능률적인 업무처리와 편리한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민간 기업과 협력을 늘려야 한다.
◇사회=민간 기술과 서비스를 도입하려면 이전과 다른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 효과적 협력 방안은 무엇인가.
◇박성호(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우리나라는 디지털 패권국가를 지향하면서 정부(국가)경쟁력은 세계 30위에 가깝게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정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간을 따라잡아야 하는 절실한 시기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민간 참여에 대한 정부의 개방적 태도다. 여전히 공익과 사익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존재한다. 민간을 통제 대상으로 바라봐서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지금은 민간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할 때다.
플랫폼 기업을 비롯해 민간 기업에 정부가 먼저 제안하고 손을 내미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디지털플랫폼정부 사업에 참여하면 이익이 되고 메리트가 있다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향후 수립될 로드맵에 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으면 좋겠다.
◇송상효=정부가 혁신을 주도하는 시대는 지났다. 기존 전산화는 주체가 정부였지만 이제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사용자가 주체다. 사용자가 주체인 시대의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우선, 사용자와 소통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제공자 입장에서만 고민했다. 만들어 놓으면 잘 쓸 거라고만 생각했다. 이제는 아니다. 소통이 필요한데 민간 기업과 먼저 소통을 해야 한다. 민간 기업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쓰자는 것, 개발자와 이용자의 경험을 쓰자는 것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 이후의 아키텍처 공개도 필요하다. 다양하게 개발된 공공 서비스를 개방하고 민간이 참여하도록 해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지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박성호=공공과 민간의 상호 불신은 오랜 얘기다.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는 계속 민간을 컨트롤하고 규제와 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 같은 규제가 현실과 안 맞는 부분도 있다. 민간은 정부가 통제를 하면서 같이 무언가를 하자고 하면 헷갈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선언을 해야 한다. “민간은 수검자가 아니라 같이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얘기를 해줘야 한다.
◇송상효=함께 하려면 사기업(민간)을 인정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부분이 좀 부족하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자는 것도 이 때문이기도 하다. 함께 일하면서 서로 인정하고 새로운 방식을 찾는 거다. 지금도 '정부가 시키고 관리하는 주체' '사기업은 시키는 것을 하는 주체'로 인식되는데 일하는 방식 변화를 통해 이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현 정부에서 이를 안착시킬 필요하 있다.
◇박성호=게임 기업을 예로 들면 이용자가 피드백을 보내면 실시간으로 그에 맞춰 업데이트를 한다. 기존 정부는 그런 경험이 없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민간의 그런 경험을 가져올 필요가 있다.
◇김종현=어떤 분야에서는 민간이 하던 것을 정부가 서비스하게 되면 민간의 비즈니스 기회가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면에 공공 서비스를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로 개방하면 민간에서 혁신적 융합서비스가 나올 수도 있다. 데이터가 잘 개방되고 서비스도 민간에 열리면 선순환 구조가 생길 수 있다.
◇허성욱=정부와 민간의 협업 분야에서는 이미 많은 시도가 있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마스크 앱, 백신 시스템 등 여러 시도가 있었다.
여러 기업이 디지털플랫폼정부에 관심을 가지고 문의를 한다. 디지털플랫폼정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궁금해한다. 물론 기업 간 역량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인정할 건 인정하고 검토할 부분은 검토하면 된다.
◇사회=디지털플랫폼정부의 민간 서비스 활용은 단계적으로 가겠지만 그렇더라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도 필요할 거 같다. 무엇부터 하면 좋겠는가.
◇조준희=핵심은 역시 클라우드다. 클라우드화 해야 수출도 가능하다.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SaaS화 하는 게 두 번째 할 일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 사업으로 구현한 것을 부처별로 운영하면 기존 전자정부와 다를 바가 없다. 부처별로 유지보수 업체에 맡기는 게 아니라 한 클라우드 환경에 배치하고 서비스해야 국민이 만족할 수 있다.
그런데 새해 각 부처 예산 중 민간 클라우드 기반으로 서비스 형태로 만드는 사업에 대한 예산은 그리 많지 않을 전망이다. 클라우드, SaaS 개발 등을 2~3년 내에 완료해야 한다.
◇이한주=물론 클라우드가 맞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몇몇 사례도 있었다. EBS 온라인 교육을 예로 들면 한달 만에 초·중·고교생 50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처음엔 외국계 클라우드를 사용하다가 1년 후 국내 클라우드로 옮겼다.
백신예약시스템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보건복지부, 민간기업이 머리를 맞대니 한달 만에 150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각계가 힘을 모으니 안 되는 일이 없었다. 결국 기술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무엇부터 바꿔야 하냐고 묻는다면 대국민이 이용하는 서비스부터 바꾸면 된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를 AI로 감지하고 예측할 수 있는 서비스,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서비스부터 구현하면 된다.
서로 머리를 맞대면 솔루션이 나오고 하나하나씩 해결될 수 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제도나 예산을 준비하고 민간과 각 부처의 의지를 모아야 한다.
◇송상효=시스템과 서비스는 다르다. 시스템은 구축해서 운영하지만 서비스는 만들자마자 지속적 인터랙션을 통해 계속 업데이트하고 다시 만든다. 전자정부시스템에서 디지털서비스로 가려면 서비스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면서 전체 시스템을 대체하도록 해야 한다. 국민은 이를 통해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박성호=디지털플랫폼정부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예전 네이버를 생각했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으면 정보를 수집해 원하는 메뉴를 제시했고 이용자는 만족해 했다.
정부도 정부 포털을 만들어 원스톱으로 수요를 파악하고 이용자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을 듯하다.
◇사회=디지털플랫폼정부를 통한 대국민 서비스 품질 향상과 이를 통한 우리 SW·ICT 산업 발전 방안은 무엇인가.
◇조준희=망분리 해소가 필요하다. 물리적 분리가 아닌 기술(논리적 등)로 분리를 하게 되면 이 자체가 우리나라의 새로운 기술이자 산업이 되고 수출도 할 수 있게 된다. 클라우드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이한주=한류 상품은 해외 수출이 되는데 왜 대한민국 SW는 해외에 나가지 못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한국에 대한 시각이 좋다. 세계적으로 팔릴 수 있는 보안 제품은 이스라엘과 한국이 만든다. 그런데 이스라엘 제품은 잘 팔리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망분리 등 일부 정책 때문이다. 망분리를 벗어나서 클라우드 활성화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의 정책과 철학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다른 나라를 벤치마킹할 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개념을 정리하고 철학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 특히, 개인정보 이슈는 세계적으로 벤치마킹할 데가 없다. 유럽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
SaaS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철학과 프로세스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제품을 만들면 이길 수밖에 없다.
◇박성호=동감한다. 우리나라 제도나 기술도 잘 돼 있는데 여전히 외국 것이 낫다는 생각이 박혀 있다. 우리가 만들어 나가면 된다.
◇허성욱=디지털플랫폼정부가 생각하는 것은 결국 서비스가 중심이다. 국민이 뭘 원하는지 살펴본 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고 성공사례를 빨리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산업계 인에이블러가 되려면 투자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초거대 AI, 메타버스, 마이데이터 등 산업계가 원하는 것에 대해서 디지털플랫폼정부가 테스트베드가 돼 주는 것도 필요하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톱-다운 접근이 가능한 조직이다. 20년 넘게 공개SW, 상용SW 발전을 이야기하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는데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이런 산업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상효=디지털플랫폼정부 성공은 민간과 정부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정부의 서비스, 민간의 기술을 활용하기보다는 함께 만들고 운영해 국민에게 최고의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발주자와 제공자가 아닌 민간 기업과 정부가 함께 국민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원칙, 조직 그리고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정리=
정리=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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