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윤석열 대통령의 "건강보험 20조 원 낭비", 과연 사실일까요?

이경원 기자 2022. 12. 22. 1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문재인 정부의 의료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시작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 원을 넘게 쏟아 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보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 인기 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보제도의 근간을 해친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케어'에 대한 사실상의 폐기 선언으로 읽혔습니다.

정말 20조 원이 낭비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그 내역을 꼼꼼히 따져봤습니다.
 

왜 중요한데

윤 대통령 발언 이후, 여당은 발을 맞추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연일 문재인 케어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지우기'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김건희 여사의 건강보험료가 7만 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새로운 공격 포인트로 삼았습니다. 현실은 늘 정쟁입니다. 재정 파탄, 포퓰리즘, 문재인 지우기, 김건희 여사 보험료 7만 원 논란 등 정치적 구호가 난무합니다.

하지만, 건강보험 보장성 문제는 우리 의료의 미래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현안입니다. 우리 자신, 우리 가족이 아프면 당장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사실에 근거한 진지한 토론이 필요합니다.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을 둔 실태 조사가 전제돼야 합니다. 사실은팀은 그 중심에 '20조 원'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부·여당의 말대로, 문재인 케어로 20조 원이 정말 추가로 더 들었는지, 그리고 20조 원이 방만하게 쓰였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팩트' 없이는 좋은 대안이 나올 리 없습니다. 독자들도 정치인들의 날 선 발언이 아니라, 팩트 그 자체를 보고 판단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사실은팀이 국민보험공단이 작성한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문재인 케어 실시 이후, 원래 안 썼던 돈인데 추가로 투입된 건보 재정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입니다. 윤 대통령 말대로, 2017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5년간, 추가로 들어간 재정은 대략 20조 원 정도로 분석됐습니다. 정확히 21조 2,616억 원입니다.


문재인 케어에서 가장 많이 지출된 항목은 중증 약제비의 보장성을 완화하는 사업이었습니다. 많게는 수억 원을 호가하는 희귀병 치료제를 건강보험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이게 4조 원이 넘었습니다.

다음은 본인 부담 상한제 항목입니다. 건강보험 가입자가 연간 부담하는 본인 일부 부담금의 총액이 일정 금액을 초과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서 초과 금액을 부담하는 제도입니다. 2004년 7월 도입됐는데, 문재인 케어는 그 범위를 넓혔습니다. 2018년 1월부터 소득 하위 50%의 건강보험 의료비 상한액을 연 소득 10% 수준으로 인하했습니다.

쭉 보시면, 취약계층 부담 경감 정책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난임 여성에 대한 지원으로 9천억 원 넘게 추가로 지출됐습니다. 이는 건강보험 보장성과 더불어,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아동 의료비 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인 빈곤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의료비가 절실한 노인들을 지원하는 예산도 눈에 띕니다. 노인 임플란트 7,382억 원, 노인 외래진료비 6,780억 원, 노인 틀니 4,796억 원 등입니다.

사실은팀은 일단, 당위적 차원에서 봤을 때 크게 문제 될 예산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한 걸음 더

문제는 '도덕적 해이' 부분일 겁니다. 만일, 문재인 케어로 도덕적 해이의 수위가 보장성 강화 효과를 상쇄할 만큼 심각하다면, '문재인 케어 폐기'라는 정부·여당의 문제의식이 타당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그 수준이 보장성 강화라는 대원칙을 뒤흔들만한 수준이 아니라면, 전면 폐기가 아니라 제도를 일부 보완하는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항목은 초음파와 MRI 항목입니다. 사실은팀은 보다 명확한 도덕적 해이의 규모를 확인하기 위해, 감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 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감사원은 상복부 등 5개 초음파와 뇌 MRI를 대상으로 표본 점검한 결과, 1,606억원에 달하는 사례가 급여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썼습니다. 과잉 진료와 부당 수급이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다만, 감사원은 1,606억 원 정도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추정'될 뿐이지, 전체가 부당 청구로 볼 수는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즉, 명확한 도덕적 해이의 수준과 수위를 측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결과적으로, 감사원 스스로 인정하고 있듯, 문재인 케어와 관련한 도덕적 해이의 구체적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예산 낭비 규모가 얼마인지 특정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gpTZu-jMQY ]
**'보러가기' 버튼이 눌리지 않으면 해당 주소를 주소창에 옮겨 붙여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경원 기자leekw@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