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이스라엘 역사상 최고 극우 성향 연정 구성…이·팔 유혈충돌 긴장 고조
지난달 이스라엘 총선에서 극우정당들을 대거 규합하며 승리한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연정구성에 성공하면서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극우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주요 연정 구성 정당들은 국제사회가 제시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해법인 ‘두 국가 건설’ 방안을 거부하고, 반아랍 인종혐오를 선동하고 있어 이· 팔 유혈충돌 긴장은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치에 유대교 색채가 강화되면서 이스라엘 법치와 민주주의가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네타냐후 전 총리가 연정 구성 마감시한인 21일(현지시간) 자정 직전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연정 구성을 완료했다고 통보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네타냐후 전 총리는 제1당인 극우 리쿠드당 대표로 극우 시오니즘(유대인들이 조상의 땅인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전개하는 민족주의 운동) 정당 연합체인 ‘독실한 시오니즘’과 초정통파 유대정당들을 끌어들여 우파연합을 꾸렸다. 전체 의석(120석) 중 과반인 64석을 확보하며 총리 복귀의 길을 텄다. 그는 연정구성에 합의하면서 정책 결정은 리쿠드당이 주도하겠다고 밝혔지만, 우파연합 승리에 일조한 극우정당 인사들에게 주요 장관직을 내줄 수 밖에 없다.
‘독실한 시오니즘’은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대표로 있는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와 전직 교통장관인 베잘렐 스모트리히가 이끄는 시오니즘당이 주축이 된 정당 연합체다. 이번 선거에서 14석을 차지하며 이스라엘 역사상 시오니즘 극우정당 최다 득표 기록을 다시 썼다. 선거 이후 두 정당은 다시 갈라섰지만 이념적으로는 동일하다.
벤-그비르와 스모트리히 모두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내 불법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지지하며, 궁극적으로 서안을 이스라엘 영토로 병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벤-그비르는 아랍계 주민에 대한 폭력을 부추기는 것으로 악명 높다. 그는 2007년 아랍계에 대한 인종차별 선동과 테러 지지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유대교와 이슬람, 기독교의 공동 성지인 동예루살렘 템플산에 있는 알아크사 모스크에서 아랍계 주민들을 상대로 한 폭동을 주도했다. 이달 초에는 알자지라가 자사 소속 팔레스타인계 기자를 총격 살해한 의혹을 받는 이스라엘군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자 이스라엘 주재 알자지라 기자를 추방하자고 주장했다.
스모트리히도 분만실에서 유대인 여성과 아랍계 이스라엘인 여성이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유대인 정착민이 팔레스타인 일가족을 살해한 사건은 테러 행위가 아니라고 발언하는 등 극단적인 시오니즘 행보를 보였다.
벤-그비르는 국경 경찰을 감독하는 안보장관에 오를 예정이다. 국경 경찰은 동예루살렘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점령통치를 시행하고 요르단강 서안의 군검문소를 통제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앞으로 국경 경찰과 팔레스타인 주민 간 유혈충돌 사고는 더욱 잦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벤-그비르는 자신이 장관이 되면 이스라엘의 안보 불안을 야기하는 이른바 ‘불충한’ 비유대계 이스라엘 시민들을 추방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스모트리히는 신설 유력 부서인 독립부 장관직을 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립부는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담당하는 부서로 해당 부서 신설법안은 지난 16일 첫 번째 독회를 통과했다. 스모트리히가 독립부 장관에 오르게 되면 그가 바랐던 대로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 C구역에서 팔레스타인 주거지 건설 금지가 유력하다. C구역은 서안 면적의 60%를 차지하며 이스라엘군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다.
야당과 법무부는 차기 정부가 계획한 개혁이 의회에 대법원 결정을 뒤집을 권리를 주는 것을 포함해 이스라엘의 법치와 민주주의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이 같은 권한부여는 각종 부패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전 총리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경찰력 남용으로 피해를 본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어떤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벤-그비르는 보안군이 위협에 직면해 언제 발포할 수 있는지 규정한 조건을 완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소수자 권리도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정 구성 파트너로 성소수자에 반대하는 노암당 대표 아비 마오즈는 예루살렘에서 성소수자 거리행진 행사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는 군대에서 여성들에게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것에 반대하며, 엄격하게 해석한 유대교 율법에 따라 이스라엘로의 이민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오즈 대표는 신설되는 ‘유대 정체성’ 담당국의 부장관과 총리실 산하 교육 문제 담당 장관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급 교육기관의 8000여 개 교육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자리로, 커리큘럼 등에서 성소수자 및 아랍 관련 문제로 교사 및 교육단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영상]마약에 대포차 500여대까지 미등록 외국인에 판매한 일당 45명 검거
- 코미디언 김병만 전처 폭행 혐의로 검찰 송치
- 최동석 ‘성폭행 혐의’ 불입건 종결···박지윤 “필요할 경우 직접 신고”
- ‘채식주의자’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 “한강 노벨상, 문학계가 공정한 시대로 나아간다는 희망
- 이준석 “윤 대통령 국정운영 ‘0점’···뭐든 할 수 있다는 착각에 정치 다 망가뜨려”
- “이과라서 죄송하기 전에 남자라서 죄송”… 유독 눈에 밟히는 연구실의 ‘성별 불평등’ [플
- 이재명 대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재판부 생중계 안한다
- [속보]국내 첫 백일해 사망자 발생…생후 2개월 미만 영아
- [영상]“유성 아니다”…스타링크 위성 추정 물체 추락에 ‘웅성웅성’
- 보이스피싱 범죄수익 세탁한 상품권업체 대표…잡고보니 전직 경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