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대 담합’ 뒤통수 친 7대 제강사…‘기적의 숫자’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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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6조원대 규모의 조달청 철근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7대 제강사 전·현직 임직원들을 기소했다.
공정위는 이들 제강사들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조달청이 정기적으로 발주하는 철근단가계약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받을 물량을 정해 업체별로 배분하고 투찰 가격을 합의하는 식으로 담합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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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32억원 상당 국고손실 초래돼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검찰이 6조원대 규모의 조달청 철근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7대 제강사 전·현직 임직원들을 기소했다. 이들이 담합한 규모는 6조8442억원으로 관급 입찰 사상 최대 규모다. 약 6732억원 상당의 국고손실이 초래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조달청은 별도의 손해배상도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 21일 현대제철·동국제강·대한제강·한국철강·와이케이스틸·환영철강공업·한국제강 등 7대 제강사 전·현직 임직원 22명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위반·입찰방해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22명 중 담합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고위급 임원 등 3명은 구속, 나머지 가담자 19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검찰 기소는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로 이뤄졌다. 조달청은 1년 또는 2년 단위로 지방자치단체, 시·도 교육청 산하 각급 학교 등 각종 공공기관이 사용할 철근을 구매하기 위한 입찰을 진행해오고 있다. 1년 치 물량은 130만~150만 톤(t)이며 이는 국내 전체 철근 생산량의 10~15%에 해당한다. 한 해 평균 계약액으로 따지면 9500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이들 제강사들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조달청이 정기적으로 발주하는 철근단가계약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받을 물량을 정해 업체별로 배분하고 투찰 가격을 합의하는 식으로 담합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담합 수법은 치밀했다. 조달청의 철근 입찰은 희망수량 경쟁방식으로 실시됐다. 입찰자가 계약할 희망수량과 단가를 투찰하고,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 순으로 조달청 입찰공고 물량에 도달할 때까지 입찰자를 낙찰자로 정하는 방식이다.
보통 희망수량 경쟁방식의 경우 업체가 써내는 가격, 즉 투찰 가격이 상이하게 마련이다. 업체마다 원하는 물량도 다르고 조달청이 입찰시 예상하는 예정가격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최종적으로 써낸 7~9차까지의 투찰 끝에 써낸 가격은 모두 동일했다. 최저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것이다. 이에 예정가격 대비 투찰가격 비율인 투찰률은 98.94~99.99%에 달했다.
공정위와 검찰이 담합을 의심한 또 다른 근거는 입찰 업체들이 2012~2018년까지 매번 일정 비율(일정 물량)로 낙찰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정위 측은 "5개 분류별로 희망수량과 투찰가격으로 응찰해야 하는 다소 복잡한 입찰 방식이지만 총 28건의 입찰 과정에서 담합에 합의한 업체 중 단 한 곳도 탈락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 역시 "평균 99.765%라는 사실상 불가능한 투찰율로 7년간 단 하나의 탈락 업체 없이 관수철근을 낙찰받아 왔다"며 "결국 제강사들이 국가를 상대로 민간시장 대비 폭리를 취한 범행의 진상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들은 사전 조율에도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입찰 공고가 나면 모처의 까페에서 모여 물량 배분을 협의하고 조달청이 입찰 기초금액 산정에 필요한 가격제출을 요청하면 입찰담당자들은 어김없이 모였다. 아울러 입찰일에는 대전에 위치한 조달청을 방문하기 앞서 대전역 근처에서 각 업체별 배분 물량, 투찰가격을 점검하고 투찰 예행연습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565억원을 부과했다. 전·현직 직원 9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가담 정도가 훨씬 큰 대표이사 등 13명을 추가로 적발해 공정위에 고발요청했다. 7대 제강사 실무진들은 공정위에선 범행을 부인했으나 검찰에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달청은 피해를 입은 공공기관과 함께 별도의 손해배상도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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