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 나이지리아에 베닌 약탈문화재 반환
독일이 자국 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던 옛 베닌 왕국의 약탈 문화재를 원 소속국인 나이지리아 정부에 돌려줬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과 클라우디아 로트 문화장관은 20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서 베닌 약탈문화재 20점의 반환식을 열었다.
이날 반환된 문화재들은 청동과 상아, 기타 귀금속들로 제작된 조형물들이다. 1440년부터 1897년까지 이어졌던 아프리카의 베닌 왕국(현 나이지리아 남부 에도주 베닌시티)의 유물들로, 1897년 영국의 식민통치 시절 약탈돼 독일 예술상들에게 팔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도이체벨레(DW)는 “이날 반환된 보물들은 독일 전역의 여러 박물관에 보관된 1130개의 베닌 도난품들 중 일부”라고 소개했다.
베어보크 장관은 이날 반환식에서 “문화재를 약탈한 것은 잘못됐고, 이를 보유한 것도 잘못된 일”이라며 “우리는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설명했다. 로트 장관은 “(문화재의) 반환은 훔친 보물을 전용한 식민지 과거의 부당함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지나간 부당한 역사를 기억해야 정의로운 현재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재 반환 이후에도 약탈과 식민주의의 역사를 잊거나, 우리의 부끄러움을 은폐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최근 유럽에서는 식민 시대 문화재를 반환하는 움직임이 이어져왔다. 프랑스가 지난해 약탈 유물 26점을 베넹 공화국에 돌려줬으며, 독일은 올해초 나이지리아에 베닌 왕국 시절의 청동 유물 2점을 돌려줬다. 독일은 박물관 여러 곳이 보유한 약탈유물 1000여점의 소유권을 넘기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측은 이날 기념식에서 영국의 식민지배 당시 해외로 유출된 모든 약탈 문화재의 반환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조프리 온예아마 나이지리아 외무장관은 “대영박물관이 보유한 문화재도 반환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독일이 문화재 반환을 결정해 기쁘다”고 말했다. 대영 박물관은 현재 최대 규모의 베냉 청동 유물들을 보관하고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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