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부동산값 떨어지고 공급망 회복… 물가, 결국 누그러질 것”
인플레이션은 언제쯤 완화될까?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최근 한풀 꺾였지만 위안이 되지는 않는다. 세계적으로 급등하는 물가가 하루아침에 진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개선될 조짐은 보이기 시작했다. 물가 지표와 매장 가격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은 몇 가지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한국의 10월 가정용 에너지 요금이 전년 대비 28.7% 증가하며 CPI를 악화시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운송 비용은 5.4% 상승하며, 6월의 16.8% 상승에 비해 크게 줄었다. 유가가 3월 최고치보다 34.6% 하락(달러 기준)한 것도 인플레이션 완화를 뒷받침한다. 유로존의 에너지 부족에 대한 우려도 재고 확보, 신규 수입 터미널, 8월 이후 유럽 천연가스 가격 60% 하락 등으로 이제는 무의미해 보인다.
곡물 가격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등했다. 하지만 미국 밀 선물거래 가격은 3월 이후 39.5% 하락(달러 기준)했다. 유엔의 세계식량가격지수(World Food Price Index)도 3월 최고치에서 15.0% 하락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0.3% 상승한 수준이다.
CPI에 아직 반영되지 않은 부동산 가격 또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 부천에서도, 미국 보스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부동산 디폴트는 무서운 이야기지만, 가격 하락은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이 된다.
S&P의 11월 한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보면, 공급망 이슈도 드디어 완화되고 있다. 공급관리협회(ISM)의 미국 구매관리자지수를 보면 배송 시간이 빨라졌고 재고는 완만하게 증가했으며, 투입 비용도 하락했다. 공급망 회복이 운송비도 낮추고 있다. 상하이 운임 요금은 2022년 최고치의 25%에 불과하고, 해상 운임인 발틱운임지수(BDI)도 2021년 정점 대비 74.2% 하락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경직된 노동시장이 물가를 상승시킨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 임금은물가를 따라갈 뿐 그 반대는 아니다. 통화 공급 속도도 둔화되고 있다. 2020년 말 글로벌 M2(통화, 예금 계좌, 펀드)는 전년 대비 23% 증가했지만, 지금은 6.3%에 그친다. 한국 M2 증가율도 지난해 12월 13.1%(전년 대비)에서 올해 9월 6.6%로 하락했다. 더 광범위한 지수인 미국 M4는 2020년 6월 30.8% 증가에서 현재 0.1% 증가로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부하고 저렴한 시중 자금 덕에 대출은 상당히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의 은행 대출은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 10월 미국 대출도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이 무색하게 12% 늘었다.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 완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경제성장을 저해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은 모두를 힘들게 한다.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마치 쥐를 잡아먹어 배가 불룩해진 뱀과 같다. 우리는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 상승을 삼켰지만 이제 물가는 내려가고 있다. 소화시키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점점 더 나은 소비자물가지수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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