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역신문의 소멸…뉴스의 사막화 “풀뿌리 민주주의 위기”

최성진 2022. 12. 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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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단, <미디어정책 리포트> 2022년 6호 발간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큰 신문사
성공적 디지털 전환 통해 새로운 경쟁력 확보
픽사베이

디지털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전통 언론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04년 이후 미국 신문사 네 곳 가운데 한 곳이 문을 닫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서 비롯하는 피해는 지역신문 등 중소 규모의 매체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은 ‘미국 지역신문의 위기와 민주주의 시스템 유지를 위한 노력’ 보고서(<미디어정책 리포트> 2022년 6호)에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아날로그 미디어 환경에 비해 더욱 직접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정보 유통과 여론 형성이 이뤄지고 있고, 산업화된 거의 모든 국가에서 그 지배력은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미국 신문 시장의 경우 이러한 디지털 생태계 구조 변화로 인한 시장의 위기 구조가 극단적으로 발생하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신문산업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신문산업이 겪고 있는 위기는 신문사 수의 변화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미국 신문 시장에서는 2004년 기준으로 일간지 1472개와 비일간지(주간지 포함) 7419개가 발행되고 있었으나, 2022년 현재 일간지 수는 1234개, 비일간지(주간지 포함)는 5150개로 줄었다. 지난 18년간 전체 신문사의 4분의 1이 문을 닫은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이던 2020년 이후에만 일간지 30개와 비일간지 326개가 폐간했다.

언론재단 제공

신문사 수의 급격한 감소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요인은 물론 신문 광고 시장의 축소다. 보고서는 “미국 신문 광고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시장 규모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가장 빠르게 시장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신문 광고시장은 2005년 494억달러로 가장 큰 규모를 형성했지만, 이후 급격한 시장 감소가 진행되면서 2015년 203억달러, 2020년 71.3억달러로 축소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종료된 2022년 다른 미디어 광고 시장은 전년에 견줘 반등한 것과 달리, 신문 광고 시장에서는 시장 규모 축소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이로 인한 광고 수입 급감으로 인한 피해는 미국 신문산업 생태계의 양극화로 이어졌다. 예컨대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등 대형 신문사는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통해 디지털 뉴스 생태계에서도 새롭게 경쟁력을 확보했으나, 지역신문은 디지털 영역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지면광고 수입 감소와 구독자 이탈이라는 이중의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미국의 ‘뉴스 사막화’ 현상이다. 예컨대 미국에 있는 3143개 카운티 중에서 지역신문이 없는 카운티는 200개가 넘고, 전체 카운티의 50% 이상인 1630개 카운티에서 단 하나의 신문(대부분 주간지)만 발행되고 있었다.(2020년 기준) 일간지만 따지면 전체 카운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000개 카운티에 일간지가 없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2022년 6월)

이에 보고서의 저자인 최민재 언론재단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신문산업의 위축과 농촌 지역 중심의 뉴스 사막화 확대에 대한 평가 시각은, 미국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공론장의 소멸로 평가되고 있다”며 “따라서 지역신문의 소멸이 지역 풀뿌리 민주주의 공론장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과 이에 대한 정책적, 산업적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최 위원은 “국내 신문 산업 생태계와 지역 여론 공론장 생태계 구조는 미국과는 다르지만, 지역 언론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환경 개선이 되지 못하는 상황은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지역 언론 생태계 구조에 대한 분석과 지역 언론의 기능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 작업들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고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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