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판독 기술에 눈 높아진 스포츠팬들 ‘판독 불가’에 웅성
지난 한 달간 전 세계를 뜨겁게 만든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이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최초 도입된 기술이다. 선수들은 물론 스포츠팬들도 크게 만족했다. 이렇게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가운데 국내 프로배구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상황이 나왔다.
지난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 삼성화재의 경기 2세트 우리카드가 12-9로 앞서고 있던 상황, 삼성화재 김준우가 스파이크 서브를 넣었다. 우리카드 나경복이 리시브한 공은 네트를 그대로 넘어갔고, 주심이 있던 옆줄 쪽에 떨어졌다. 아웃이라고 판단한 삼성화재 선수들은 공을 받지 않았다. 주심 역시 아웃으로 판정했다.
그러자 우리카드는 줄 위에 떨어졌다며 인·아웃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는 ‘판독 불가’로, 원심 유지였다. 공이 코트에 떨어지는 순간을 보고 판정을 해야 하는데, 이 순간 공의 위치가 우리카드 오재성의 다리에 가려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판독 불가가 나왔다. 판독 불가를 이유로 홈팀에 불리한 판정이 나오자 관중석은 술렁였고,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도 의아해하며 부심에게 항의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V리그는 비디오 판독에 매우 적극적이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주최하는 국제대회의 경우 판독 요청이 가능한 상황이 7가지에 불과하지만, V리그는 11가지에 달한다. 다만 판독은 중계 방송사의 카메라로만 진행한다. 중계용 13대뿐 아니라 네트 터치나 오버 네트 등 판독을 위한 카메라가 12대가량이 운용되지만, 선수의 움직임에 따라 사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선보인 SAOT는 경기장에 설치된 10여대의 카메라와 공 내부에 탑재된 고감도 센서를 통해 이뤄졌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 프로야구의 경우 2017년부터 비디오 판독을 위해 경기장 내부에 한국야구위원회(KBO) 자체 카메라를 설치해 운영하고, 판독도 KBO에 있는 비디오 판독 센터에서 심판들이 판독을 진행한다. 경기장 내부에서 경기위원, 심판위원, 부심 3명이 중계 방송사 스태프와 소통하며 진행하는 V리그와는 대조적이다. 이렇다 보니 TV 중계가 없는 경기는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지 않는다.
배구의 경우에도 올림픽 등 국제대회는 호크 아이와 같은 첨단 장비를 동원해 비디오 판독을 진행한다. V리그를 운영하는 한국배구연맹(KOVO)도 첨단 장비를 동원하는 방안을 알아본 바 있지만 운영 비용이 워낙 커 중계 방송사 영상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KOVO 관계자는 “V리그는 매경기 경기장이 바뀌어 장비를 매번 옮겨야 하는 환경이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최근 경기장 현장에 중계 방송사들의 카메라 대수도 크게 늘어 비디오 판독을 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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