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계' 투명 공개 논란 속 양대노총 지원액 보니…5년간 197.8억
정부여당 입법추진 '속도'…양대노총 반발 격화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정부가 주요 노동조합의 재정 운용 투명성 제고를 위해 행정관청이 직접 재무회계를 보고받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이들 노조에 지원되는 국고보조금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그동안 주요 노조가 추진한 사업·연구·행사 등에 예산을 지원해 왔는데, 기관별로 예산 지원이 이뤄지다보니 총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 관련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서 이전 정부 5년간 주요 노조에 지원한 국고보조금만 197억7800만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타 부처나 지자체 등을 통한 국고보조금 지원금을 따지면 그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해마다 수십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양대노총(한국노총, 민주노총)과 상급단체가 없는 미가맹 노조에 지원했다.
고용부의 '연도별 노동단체 지원내역'을 보면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6년에는 29억2500만원이던 국고보조금이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 37억1600만원, 2018년 37억1600만원, 2019년 49억1600만원, 2020년 37억1600만원 2021년 37억1400만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노조별 국고보조금 지원액을 보면 한국노총은 2017년 29억8900만원, 2018년 30억6400만원, 2019년 41억6800만원, 2020년 29억4200만원, 2021년 30억400만원, 2022년 29억2600만원을 지원받았다.
같은 기간 민주노총은 2억8200만원(2017년), 3억3800만원(2018년), 3억3500만원(2019년), 3억6200만원(2020년), 3억1500만원(2021년), 3억3100만원(2022년)을 받았다.
이들 양대노총은 이렇게 받은 지원금을 주로 연구용역·교육사업 명목으로 썼는데, 한국노총의 경우 지난해 노동자법률구조 상담비로 14억7700만원, 노조 간부 교육비로 5억4000만원, 정책연구비로 4억7700만원을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의 경우 노동조합 역할 연구용역에 699만원, 산업안전보건 동영상 제작사업에 2300만원, 비정규직 마음돌봄 예술치료 프로그램에 1800만원 등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앙정부나 지자체 예산이 주요 노조에 적잖이 국고보조금의 형태로 지원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행정관청이 직접 재무회계를 보고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고보조금이 지원됨에도 현행 법 규정에서는 예산이 목적에 맞게 적정하게 쓰여졌는지, 확인할 길이 마땅치 않다는 문제 인식에 따른 것이다.
현행 노조법 25조에는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회계감사원으로 하여금 6개월에 1회 이상 당해 노동조합의 재원 및 용도, 주요한 기부자의 성명, 현재의 경리 상황 등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하게 하고 그 내용과 감사결과를 전체 조합원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을 뿐이어서 노조 회계의 투명성에 대한 지적이 있어왔다.
여당을 중심으로 한 입법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일명 '노조 깜깜이 회계 방지법'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회계감사자 자격을 공인회계사 등 법적 자격 보유자로 규정하고 노조 내 회계담당은 감사 업무에서 배제했다. 또 300인 이상 대기업 및 공기업 등 대규모 노조는 매년 행정관청에 회계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노조원이 열람 가능한 회계자료 목록을 구체화했다.
같은 날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노조 재정 투명성 문제는 사실상 외부로부터 감사의 눈길이 전혀 미치지 않는 영역으로 남아있다"며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은 113만 명 이르며 연간 조합비 무려 17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법률 정비를 통해 노조의 회계가 정부 혹은 독립적 외부 기관의 감사를 받게 해야 한다"며 "사측에는 투명한 회계와 운영 요구하면서 자신들의 장부는, 더구나 국가 예산이 투입된 회계를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노조를 압박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노조는 격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한국노총은 "사단법인이나 종교단체 등 자주적으로 운영되는 여러 조직이 있는데 노조에 대해서만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노조 자주권 침해이자 길들이기가 의심된다"고 논평했다.
민주노총도 "노동조합은 자주성을 기반으로 권력·자본의 간섭을 배제하고 조합원의 노동조건 개선과 사회정치적 지위 향상을 그 목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주도하고 수구 언론이 벌이는 책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국제기준에 반하는 반노동 책동"이라고 규정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부는 이번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조치와 관련해 "노조의 재정운영 투명성은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요청하는 중요한 개혁과제로, 정부는 노조의 회계 불투명성에 대한 근본적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노조 활동도 책임성과 민주성을 바탕으로 더욱 건강하게 발전하고 지속가능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한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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