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젖소 101마리 네팔행 비행기…원조 받던 韓 이제 어엿한 공여국
기사내용 요약
농식품부, 헤퍼코리아와 손잡고 종자 등 네팔 지원
정황근 장관, 인천공항서 환송식…4차례 걸쳐 운송
비정부 기구와 함께 국내 첫 젖소 생우 해외 공여
"네팔 낙농업 부흥에 도움…ODA 후속 활동 중요"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한국 젖소가 네팔 낙농업 성장을 돕기 위해 네팔행 비행기에 실렸다. 한국전쟁 이후 해외에서 젖소를 원조 받아 이제는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우수한 우유 생산성을 자랑하는 한국이 나른 나라의 낙농업 발전을 이끄는 공여국이 됐음을 알렸다.
22일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민간 국제개발단체 헤퍼코리아와 함께 한국 젖소 101마리 네팔 보내기를 기념하는 환송식이 열렸다.
이날 환송식에는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과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이혜원 해퍼코리아 대표를 비롯해 네팔 낙농관계자 등이 함께 했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삶의 터전을 혼자 힘으로 다시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농업과 낙농·축산업도 마찬가지였다.
기아와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재건이 시급했지만 불과 50여년 전까지만 해도 젖소 1마리당 하루 우유 생산량이 10ℓ도 채 되지 않았다.
이때 국제 사회와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 국제개발 수행기관인 헤퍼인터네셔널의 지원이 우리나라 축산업 발전에 있어 디딤돌이 됐다.
헤퍼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부터 1976년까지 총 44회에 걸쳐 우리나라에 젖소 897마리, 황소 58마리, 염소, 돼지, 닭 등 3200마리의 가축과 생태계 회복을 위한 150만 마리의 꿀벌을 원조했다.
1969년에는 독일에서 차관을 들여 젖소를 도입하고 국립축산과학원의 전신인 국립종축장 조직과 지금의 안성팜랜드 자리에 한독낙농시범목장을 설립했다. 이는 현대식 낙농업의 출발점이자 체계적인 낙농산업의 기반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국제사회와 헤퍼의 도움으로 한국 젖소의 우유 생산성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향상됐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젖소 1마리당 우유 생산성은 연간 1만423㎏으로 이스라엘, 미국, 캐나다, 스페인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국내 낙농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 환경에 최적화된 젖소 종자를 생산, 낙농가에 꾸준히 보급하고 있다. 젖소 검정사업 등 젖소 사양관리방법도 개선했다.
정황근 장관은 환송식에서 2년 전 작고한 부친이 1969년 당시 충남 성환에 있는 국립종축장에 재직하면서 독일에서 차관으로 도입한 젖소 사육을 담당했던 인연을 소개하며 이번 원조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정 장관은 "한국의 우수한 젖소 유전자원과 낙농기술력이 네팔에 전달된다면 국가차원에서 낙농업 부흥에 고심 중인 네팔 정부와 자라나는 네팔 어린이들의 영양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단순한 젖소 지원에 그치지 않고 향후 2년간의 국제협력사업(ODA) 등 후속 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젖소 생우와 씨수소가 해외로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팔로의 운송을 위해 이달 5일부터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검역 시행장에서 기본 검진, 백신 접종 등 출국 준비를 마쳤다.
이날 젖소 42마리가 네팔행 비행기에 탑승한 것을 인공수정용 정액, 사료 등과 함께 23일부터 28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운송된다. 내년 1월에는 젖소 종모우(씨수소) 2마리를 운송해 네팔 현지에서 유전적 개량을 위한 정액 생산도 가능해진다.
네팔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1223달러로 전체 인구의 80%가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 낙농업은 네팔 국내총생산(GDP)의 9%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으로 전국에 약 750만 마리(추정)의 젖소를 보유하고 있지만 생산성은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네팔 토착종 젖소의 연간 마리당 산유량은 880㎏에 불과하다. 교배 개량종(홀스타인·저지)은 3000㎏ 수준으로 우리나라 젖소 산유량의 3분의 1 수준이다.
네팔 정부는 우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인도(2010년), 중국(2018년)으로부터 젖소 수입을 시도했으나 여러 이유로 도입에 실패한 바가 있다.
한국 젖소가 네팔에 도착하면 격리기간을 거쳐 네팔 정부에서 추진 중인 신둘리 지구 시범낙농마을 50개 농가에 차례로 분배될 예정이다. 이들 농가들은 헤퍼, 지방정부와 함께 비용을 분담해 축사를 신축하고 한국에서 오는 젖소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젖소를 받은 농가는 한국에서 건너간 유전자원에서 맨 먼저 태어난 암컷 새끼와 함께 전수 받은 기술과 지식을 이웃 농가에 전수하는 방식으로 지역 내 300가구까지 젖소 사육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이번에 젖소 지원을 비롯해 농가별 교육, 개체별 식별번호(ID)부여 후 모바일앱을 통한 사양관리, 국내 젖소 전문가 파견, 바이오가스 시설 설치 등 다양한 후속 조치도 진행한다.
정 장관은 "한국의 우수한 젖소 유전자원과 낙농 기술력이 네팔 낙농산업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양국 우호 증진의 발판이 되길 기원한다"며 "네팔 국민, 특히 어린이들에게 행복한 새해 선물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hj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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