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바다 생태계 교란” 식물 플랑크톤이 ‘최종병기’ 될까
- 신진대사 탄력적으로 바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피해 완충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바다 식물 플랑크톤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바다 생태계 교란을 막을 수 있는 ‘최종병기’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악셀 팀머만 기후물리 연구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바다 식물 플랑크톤의 유기탄소 생산량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식물 플랑크톤은 바다에서 가장 중요한 유기체다. 햇빛이 닿는 바다 표층에 주로 서식하며 광합성을 통해 바다 생물의 먹이인 유기탄소를 합성하고, 인류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내놓는다.
지구온난화는 해양의 심층부보다 표층부 바닷물을 더 데운다. 표층수가 따뜻해지면 밀도가 가벼워지며 심층부와 층이 더 명확히 분리(성층화)된다. 식물 플랑크톤은 영양염과 이산화탄소를 광합성에 이용하는데, 해양이 성층화되면 심층부에 풍부한 영양염이 표층부에 덜 도달한다. 즉, 지구온난화는 식물 플랑크톤의 먹이를 줄인다.
이전 연구들은 표층부의 영양염 고갈이 식물 플랑크톤 생산성을 감소시켜 해양 생태계를 교란하고, 기후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IBS와 미국 하와이대 공동연구팀은 북태평양 해양과학기지 관측 자료와 슈퍼컴퓨터 기반 기후 시뮬레이션 결과를 종합한 결과, 이전 연구의 결론과 달리 표층부 수온 상승에도 불구하고 식물 플랑크톤 생산성은 증가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공동연구진은 선행 연구들이 식물 플랑크톤의 ‘영양 흡수 조절 능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와이 해양 시계열 관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30년간 수집된 식물 플랑크톤 자료에 따르면, 표층 영양염이 매우 고갈된 시기에도 식물 플랑크톤 생산성은 일정하게 유지됐다. 열악한 조건에서 식물 플랑크톤은 인(P) 대신 황(S)을 광합성에 사용하며, 영양염 부족 환경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이를 영양 흡수 조절 능력이라고 한다.
데이비드 칼 미국 하와이대 교수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신진대사 전략을 바꾸는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인을 필요로 하는 식물 플랑크톤 종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플랑크톤 종 변화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BS 연구팀은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 기반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을 통해 식물 플랑크톤의 영양 흡수 조절 능력이 향후 전 지구 해양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했다.
영양 흡수 조절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시뮬레이션에서는 2100년까지 식물 플랑크톤 생산성이 전 지구적으로 8%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 연구 결과들과 일치하는 결과다. 하지만 영양 흡수 조절 능력을 반영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전 지구 표면 온도가 약 4℃ 상승하는 2100년까지 플랑크톤 생산성은 전 지구적으로 약 5%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제1저자인 권은영 IBS 기후물리 연구단 연구위원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영양염 고갈이 가장 큰 아열대 해역에서는 생산성이 기존 예측 값과 최대 200%까지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식물 플랑크톤 생산성이 강화되면 바다는 대기로부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바다 식물 플랑크톤이 기후변화에 따른 전 지구적 규모의 바다 생태계 변화에서 교란을 막는 완충 작용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식물 플랑크톤이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전반적인 생산성은 유지되지만, 플랑크톤 세포를 이루는 원소 함량 혹은 플랑크톤 종 변화가 일어나 해양 먹이사슬 구조가 변할 수 있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해양 생물의 미래를 더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식물 플랑크톤이 수온 상승과 해양 산성화를 포함한 여러 복합적인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12월 22일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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