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간지옥’ 동물카페…고양이는 구조됐지만, 미어캣은 남겨져
개·고양이 19마리 격리 보호했지만 야생동물은 남겨져
여전히 열악한 업장…“동물보호법 사각지대 안타까워”
서울시내 한 동물카페의 잔혹한 학대가 드러난 뒤 개와 고양이는 구조됐지만, 야생동물은 여전히 영업장에 남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동물카페는 지난 11월 업주가 개를 망치로 때려 살해하고 사육 중인 동물이 병들자 방치해 죽게 만든 것이 폭로돼 논란이 일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러한 상황을 전하며 남겨진 동물들을 구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물자유연대는 21일 “지난 11월30일 개와 고양이는 격리 조치가 시행됐다. 하지만 지자체가 특수 동물은 치료할 수 있는 수의사와 보호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난감을 표해 현장에 남겨졌다”고 전했다.
단체는 지난달 동물단체의 실상을 폭로하고, 개 7마리와 고양이 12마리를 구조했다. 구조 당시 고양이는 전염병에 노출돼 있었고 개들도 관리 부실로 인한 건강상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돼 긴급 격리조치가 이뤄졌다. 그러나 라쿤, 미어캣, 페럿 등 포유류와 양서·파충류 총 40여 마리는 현장에 남겨졌다.
모든 동물이 카페에서 일괄적으로 구조되지 못한 이유는 동물보호법의 사각지대 때문이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담당자는 “동물보호법은 사육·관리 의무를 위반해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했을 때 격리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 8조는 법 적용 대상을 반려동물로 특정하고 있어 야생동물에게는 적용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야생생물법은 야생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학대행위를 금하고 있지만 학대에 따른 격리 보호조치는 정하지 않고 있다.
이후 서울시와 마포구, 동물자유연대는 ‘야생동물카페 긴급 현장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지난 16일 현장 점검에 나섰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동물카페의 참혹한 실태가 폭로된 지 20여 일이 지났지만 다시 찾은 현장은 전과 다름없이 열악했다.
단체는 “지독한 악취는 기본이고 야생동물들에게 아직까지도 고양이 사료가 급여되고 있었다. 또 현장점검 당시 세 차례나 정전이 되면서 기온에 민감한 양서·파충류 동물들의 안위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당시 서울시는 서울시야생동물센터 수의사와 동행해 치료가 필요한 개체들의 보호를 고려했지만, 긴급한 치료를 요하는 동물은 없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서울시 자연생태과 담당자는 “야생생물법이 자연에서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동물에 대한 법률이다 보니, 동물카페에서 사육하는 외래종을 관리 보호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업장에 남아있는 동물을 위해 지속적으로 점검을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3일 공포된 새 야생생물법에 따라 앞으로는 야생동물을 이용한 영업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대신 미흡한 동물관리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리고, 마포구는 해당 카페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현재 동물카페는 이러한 조치에도 영업 중이다. 업주가 계속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때는 ‘불법 영업장’이라는 안내문이 부착되고, 최종적으로는 폐쇄가 가능하다.
한편 해당 업주는 사건이 공론화 된 뒤에도 지자체의 조치에 격렬히 반발하며 담당 공무원들을 직권남용으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카페는 동물전시업, 동물원, 식품위생법상 영업장 모두 미등록 상태로 운영해 이미 고발과 행정처분이 내려졌지만 이를 무시하고 영업을 해왔다.
지난 20일 서울시가 공개한 ‘동물체험시설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내 동물카페 10곳 중 4곳은 이처럼 무등록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근본적으로는 가해자의 학대 행위가 확인되었다면, 피학대동물뿐 아니라 가해자가 데리고 있는 모든 동물을 보호조치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현행법이 동물의 피난조치를 포괄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 법이 학대자가 관리하는 동물의 보호조치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학대자가 범법행위를 반복하지 못하도록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속보] 여야, 내년도 예산안 합의…내일 본회의 처리
- 마지막 ‘격리의무’도 손본다?…“취약층 피해 우려로 시기상조”
- “과도한 제한” 헌재, 관저 100m 집회 금지를 금지한 까닭은
- 이효리 보고 ‘산’이 꼬리 흔들었다…“너무 고맙다. 알아봐줘서”
- 노조에 ‘부패 딱지’ 덧씌운 대통령…사회 갈등 더 불거질 듯
- 출석 요구받은 이재명 “가장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정권”
- 서울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열차 고장…2시간 만에 운행 재개
- 국힘 의원 이태원 막말, 극우단체서 ‘10배’ 증폭…“모욕죄 고소”
- ‘성평등’ 없는 2022 교육과정 확정 발표…“개정 아닌 개악”
- 매달 1명이 떨어져 죽는다…고공 작업자 추락사 못 막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