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제작진 의식수준 의심케 하는 '결혼지옥' 논란

김가영 2022. 12. 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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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내용의 연속으로 매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이 결국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9일 방송이 기폭제가 됐지만 '결혼지옥' 논란에 대한 제작진의 책임론이 커지는 이유다.

'결혼지옥'이 일반인들의 고민을 이용해 화제성과 시청률만 취하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것은 오롯이 제작진의 역할이라는 것을 간과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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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논란에도 자극적 소재에 집중
기획의도 못살리고 '막장' 전락
사진=MBC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자극적인 내용의 연속으로 매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이 결국 도마 위에 올랐다. ‘솔루션’보다 ‘갈등’에 더 초점이 맞춰지며 본질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은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일 방송이 기폭제가 됐지만 ‘결혼지옥’ 논란에 대한 제작진의 책임론이 커지는 이유다.

‘결혼지옥’은 19일 방송에서 재혼을 한 부부가 출연해 고민을 털어놨다. 부부의 일상이 관찰카메라를 통해 공개되며 딸과 의붓아버지인 남편의 문제가 드러났다. 남편은 아이와 가까워지기 위해 아이를 끌어안고 ‘주사 놀이’라며 엉덩이에 찌르는 등 스킨십을 했지만 아이는 이를 불편해 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아이가 “싫다”고 의사 표현을 했음에도 스킨십은 이어졌는데 이런 장면들이 ‘아동 학대’라는 비판을 초래했다.

특히 제작진은 이번 방송 이전에 현장이나 영상으로 이런 모습을 확인했을 터인데 어떠한 조치 없이 촬영을 이어갔고, 적절한 편집 없이 방송을 해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아이의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을 문제의식 없이 바라봤다는 것은 ‘성인지 감수성’, ‘윤리적 감수성’의 결여 문제로도 이어진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MBC 시청자 소통센터 게시판에 프로그램 폐지나 제작진의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글을 쏟아냈다. 뿐만 아니라 익산경찰서를 통해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보내기도 했다.

제작진은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청자분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또한 이런 상황을 지적하고 조언을 해야 하는 오은영 박사의 역할에 비난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오은영 박사는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 내내 남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매우 단호하게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뒷부분에 집중되고 상당 부분 편집돼 오 박사 및 MC들이 남편의 행동에 온정적인 듯한 인상을 드린 것 역시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사과문은 오히려 화를 키우고 있다. 누구보다 사안을 예민하고 조심스럽게 바라봐야 하는 제작진이 시청률에 매몰돼 방송의 공적 책임은 도외시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지옥’은 부부 갈등의 해법 제안이 기획의도지만 그 혜택은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약자가 어린 자녀인데 피해 상황을 방치했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자격과 의식 수준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결혼지옥’은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 그럼에도 앞서 배우 김승현의 부모인 김언중, 백옥자 부부가 출연해 폭력적인 장면을 보여주며 논란에 휩싸였고, 부부의 성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들이 오가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매번 부부가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보다 문제적인 모습이 비중 있게 다뤄지며 논란이 됐는데, 여러번의 논란에도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비난을 불러왔다.

문제 지적과 해결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학습을 하고, 문제 의식을 심어주겠다는 기획의도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기획의도는 그저 그럴싸한 포장이었을 뿐인가. ‘결혼지옥’이 일반인들의 고민을 이용해 화제성과 시청률만 취하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것은 오롯이 제작진의 역할이라는 것을 간과한 듯하다.

김가영 (kky120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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