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이크론 매출 반토막에 10% 감원…주택거래 10개월째 줄어
뉴욕=김현수 특파원 2022. 12. 22. 14:46
미국 테크 산업과 부동산 시장의 겨울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호황을 누렸던 산업이 금리 인상 속에 찬바람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21일(현지시간) 미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실적 악화 속에 내년까지 임직원 약 10%를 감원한다고 공시했다. 마이크론 임직원 수가 약 4만8000명임을 감안하면 4000~5000여 명이 회사를 떠나게 될 전망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직격탄을 입은 미 부동산 시장은 ‘거래 절벽’이 심화되고 있다. 1999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최장기인 10개월 연속 거래수가 줄었다.
반면 미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축인 소비는 11월 부진에서 벗어나 12월 상승 가능성을 보여주는 소비심리 개선 지표가 나왔다. 소비가 살아나면 내년 경기 연착륙이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론에 불을 지펴 이날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급등했다.
● 깊어지는 테크-부동산 겨울
마이크론은 이날 자체 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액이 41억 달러(5조2000억 원)로 전년 대비 약 47% 감소했다고 밝혔다. 1분기 손실은 1억9500만 달러(2500억 원)로 주당 18센트 적자를 봤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수준이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에서 “최근 몇 달 동안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드라마틱하게 급락했다”며 실적 악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팬데믹(대유행) 기간 급증했던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기기가 급속히 냉각되며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내년 상반기 전망도 어둡다는 점이다. 마이크론은 2분기(12~2월)에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줄고, 주당 순손실이 52~74센트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하반기가 되어서야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앞서 인텔도 100억 달러(12조7000억 원) 비용감축 일환으로 감원을 시사했고, 엔비디아와 퀄컴은 고용동결을 밝히는 등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얼어붙은 상태다.
미 부동산 시장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 인한 거래절벽에 시달리고 있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이날 11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가 전월보다 7.7% 감소한 409만 건(연율 기준)으로 집계돼 10개월 연속 감소 기록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과 비교하면 35.4% 급락한 수치다. 집값도 올해 6월 최고점을 찍은 뒤 5개월 연속 전월대비 하락세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3.5% 높지만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이라는 평가다.
● 인플레 둔화에 소비심리 회복되나
부정적 경기 전망 속에도 이날 미국 소비심리가 개선됐다는 지표가 나와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지수가 1.5% 급등했다. 11월 최대 성수기 블랙프라이데이에도 소매매출이 급감해 비관론이 휩쓸던 미 증시가 12월에 소비심리가 개선됐다는 발표에 수직 상승한 것이다. 미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08.3으로 올해 4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도 6.7%로 2021년 9월(7.1%) 이후 가장 낮았다.
전날 소비 경기에 민감한 나이키와 페덱스 실적이 시장전망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한 점도 내년 경기 연착륙에 대한 희망에 불을 지폈다. CNN은 “유가가 하락하고 체감 인플레이션이 내려가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내년 경기침체가 결국 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금리로 경기를 진단하는 모델을 개발한 아우트로 에스트랄다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의 장단기 금리 역전을 근거로 내년 경기침체 확률을 95%로 예측했다”며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침체가 다가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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