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회복됐죠"…민수는 혼란스럽지 않다
기사내용 요약
첫 미니앨범 '나우 나우' 호평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싱어송라이터 민수(27·김민수)라면 '안심'해도 된다. 힘든 상황에서 '결심'이 아닌 '방심'을 해도 괜찮다고 깨닫게 해주니까.
민수가 데뷔 4년 만인 최근에 발매한 첫 미니 앨범 '나우 나우(NOW NOW)'는 그런 음반이다. 지난한 세월을 벗어나려고 굳이 애쓰기보다 자연스레 마음을 열게 만든다. 슬럼프를 겪었던 본인이 이 음반을 작업하면서 위로를 얻은 만큼 청자들도 그 기운에 물든다.
타이틀곡 '노 워리스, 아임 굿(No worries, I'm good)'를 비롯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댄서블한 분위기에 젖다 보면, 민수의 방식에 작업당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 온스테이지 영상을 통해 음악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민수의 대표곡 '민수는 혼란스럽다'의 제목을 빌려, 이젠 '민수는 평안해졌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에서 만난 민수는 "'난 괜찮아'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다음은 민수와 나눈 일문일답.
-첫 미니 앨범입니다. 감회가 남다를 거 같아요. 이번 앨범 모티브는 어디서 나왔습니까?
"되게 오래 걸려 시원해요. 1년이 걸렸거든요. 작년 9월부터 노래들을 쓰기 시작했고 곡을 다 만든 다음에 2개월가량 작업을 했어요. 앨범은 모티브가 있다기 보다 한 곡씩 작업을 하는데, 당시에 슬럼프를 딛고 일어나는 시즌이었어요. 곡 쓰는 스타일도 많이 바꿔 보면서 '내 사운드를 만들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작업했죠. 그래서 자연스레 제가 느낀 감정들이 노래 내용에 묻어 나와요. '곧 딛고 일어날 거야' '아직 우리의 시간은 아니야' '난 괜찮아'처럼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게 많아요. '내 인생에 해가 드는 시즌이 올 거야' 같은 희망적인 가사들을 담게 됐죠. 사실 처음 포인트는 사운드적인 부분이었어요."
-앞선 싱글들도 새로웠는데, 이번엔 어떤 사운드에 방점을 찍었나요?
"이번 노래들은 제가 비트를 먼저 만들고 시작했어요. 그렇게 작업한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사운드의 디자인이 머릿속에 명확하게 있었죠. 그렇게 하다가 어려워진 단계에서 험버트(Humbert) 프로듀서님을 만나 질이 높아졌어요."
-슬럼프 기간은 어떻게 찾아온 건가요?
"작년에 미국을 다녀왔어요. 미국에 간 이유는 한국에서 누구랑 작업할 수 있을 지 막막했고, 제가 프로듀서 없이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시야도 넓히고 작업할 사람도 찾아봐야지 했는데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 컸죠. 장전된 총알이 없는 느낌이라 슬럼프 같았습니다. 제 인생에서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어요. 미국을 찾아간 이유는 제가 미국 음악을 들으면서 자랐거든요."
-험버트 프로듀서님과 작업은 어땠나요?
"전 어쨌든 노랫말을 쓰고 멜로디를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 컴퓨터 작업에는 익숙하지 않거든요. 함께 사운드적으로 빌드업을 시켜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저랑 너무 잘 맞았어요. 전 일 할 때는 일 얘기만 하는 게 좋은데 작업실에 들어가자마자 헤드폰을 건네주시고 일 처리 속도도 빠르시고요. 특히 모든 장르를 연구하는 분이라 제가 원하는 걸 잘 파악해주세요."
-사운드적으로는 어떤 그림을 그리신 건가요?
"조금 선명한 걸 생각했어요. 팝한 사운드요. 저는 모타운 음악들을 많이 듣고 자랐거든요. 마이클 잭슨, 다이애나 로스 등이요. 그래서 제가 그루브 없는 음악을 잘 못 들어요. 하하. 영(young)하고 인디 팝스런 걸 만들어보자고 생각은 했는데 장르적인 걸 정해 놓고 하지는 않았어요. 프로듀서와 싱송라(싱어송라이터)의 차이 같아요. 그래서 험버트 프로듀서에게 노래를 들려드렸을 때 긍정적인 뉘앙스로 '너무 재밌다'고 했어요. 노래에 예상할 수 있는 느낌이 없다는 거죠. '안 배운 사람이 음악 한 거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하셨는데, 그 피드백이 좋았습니다."
-첫 트랙 뱀파이어(Vampire)는 어떤 곡인가요? 절친한 뮤지션 문선(MOONSUN) 씨도 힘을 보탰는데요.
"비트 만들고 베이스라인 넣고 흥얼거리다 멜로디가 먼저 꽂혀 가사를 스케치한 곡이에요. (영어) 단어를 완성하는 게 어려워서 동생(사촌 동생 조세현)이 영어를 잘하거든요. 동생에게 가사를 부탁했죠. 비트는 통통 튀는 걸 만들고 싶었는데, 제가 갖고 있던 악기 소스가 부족해 험버트 프로듀서님 만나기 전에 문선 언니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했어요. 노래는 멜로디, 비트, 베이스라인 세개가 동시에 떠오른 뒤에 '뱀파이어'가 붙어 버렸어요. 사실 뱀파이어 캐릭터는 잘 몰라요. 어렸을 때 '트와일라잇' 봤던 것이 생각 났어요. 해 없을 때 다니다가 해 있을 때 안 나오는 걸 인생에 비유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지내다가는 뱀파이어가 될 거 같은데 그래도 '내 인생에 해가 뜨겠지' '나도 나한테 사랑을 주러 나갈 거야'라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떠올랐고 그게 비트랑 어울렸어요."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슬럼프에서 벗어나신 건가요?
"노래를 만들고 있고, 거기에 몰입을 하고 있으면 제가 슬럼프에 빠져 있다거나, 자신감·자존감이 떨어져 있다는 생각은 안 나요. 그 시간엔 저만 있는 거죠. 곡을 만들고 있는 순간이면 슬럼프는 이미 극복한 느낌이에요. 이번 음반은 '노 워리스, 아임 굿'이 중심이 됐어요. 내용적으로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죠. 이번에 곡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방에 들어가면서 두 달가량 소셜 미디어, 스마트폰 메신저를 지웠어요. 작업에 집중하려고 지웠는데 타인의 음성이 더 들리는 거 같았어요. '늦은 거 아니야' '도태되는 거 아니야' 같은 제가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타인의 음성이 들렸죠. 자존감을 떨어트리게 하는 말이었는데 그 가운데 '난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명확한 슬럼프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올 때가 됐다고 느껴요. 싱글을 많이 냈고 그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 하고 싶은 때였으니, 그런 것이 필요했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나무가 마디를 만드는 것과 같은 거냐고 묻자) 그쵸! 음악적인 슬럼프를 벗어나기 위해선 제가 만족스럽고 좋은 음악을 만드는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이번엔 만족도가 스스로 높아요."
-두 번째 트랙 '퍼펙트 타임(Perfect Time)'은 어떻게 만들어진 곡입니까?
"마냥 밝은 노래를 만들어야지 생각했어요. (마냥 밝은 노래의 기준이 무엇인지 묻자) 가사적인 게 큰데요. 너무 큰 서사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냥 너무 좋은 거죠. 가사 내용도 최대한 아무 걱정 없고, 고민 없고, 마음에 응어리가 없는 느낌으로 써야죠. 그래서 반복되는 가사도 많아요."
-앨범 제목과 동명인 '나우 나우'는 어떻게 만들어진 곡입니까?
"'오징어게임' 정호연 씨의 너무 팬인데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 출연하신 걸 엄마랑 같이 보는데 너무 멋지더라고요. 우연히 행운을 마주한 느낌으로 지금을 받아들이기 보다 항상 준비를 해왔던 사람처럼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걸 보면서 '멋지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붕 떠 있는 느낌이 아니었죠. 만약에 제가 음악으로 그렇게 인정 받는 순간이 온다면, 예를 들어 상을 받는 장면의 순간을 상상하면서 시상식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어요. 그래서 연말 느낌이 나는 것도 같아요."
-민수 씨에게 최고의 시상식은 '그래미 어워즈'인가요?
"너무 좋죠. 상상만 해도 웃기네요. 하하."
-이번 앨범 작업을 하시면서 더 밝아지거나 위로가 됐습니까?
"완전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특히 '노 워리스, 아임 굿'은 오랜만에 데모를 만들고 들으면서 우는 순간을 선사해줬어요. 어릴 때는 자주 그랬어요. 새벽에 작업실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 가면서 제 데모를 듣고 '살아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과정이 없어졌다고 느꼈어요. 이번에 오랜만에 그런 느낌이 들면서 많이 회복이 된 거 같아요. 노래를 함께 만들고, 주변 사람들이 너무 좋다고 해줘서 자존감도 많이 회복됐죠. '너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해줬고요."
-'너 같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그냥 민수랑 이야기할 때 그 느낌인 거 같아요. 꾸며진 느낌보다는 제 성격이 나온 거 같다고 많이 말씀 해주셨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미국에서 촬영한 '노 워리스, 아임 굿' 뮤직비디오는 행복을 전달해주는 게 목표였어요. 10일 동안 통으로 찍었는데 캠코더 소스가 560개나 나왔어요. 정리하는 것도 일이었죠. 하하. 근데 다시 보니까 여행을 한번 더 다녀온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딱 열일곱살에 시작했어요. 그 전엔 춤을 좋아했죠. 항상 춤을 췄었고요. 원래는 춤으로 직업을 가지고 싶을 정도였는데 커가면서 스스로 비전이 없다고 느꼈어요. 근데 춤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게 음악이더라고요. (춤과 음악에 모두 능한) 마이클 잭슨을 좋아했으니, 춤을 출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야지라고 일기장에 썼더라고요. 하하."
-춤은 왜 그렇게 좋았어요?
"아기 때부터 춤을 췄대요. 음악이 나오면 계속 추고, 거울만 보이면 계속 추고, 유치원 때도 애들이랑 다 같이 춤을 출 때도 센터에 서 있고, 그렇게 이정현 '와' 춤을 많이 췄다고 해요. 하하. 항상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했어요. 비욘세 '싱글 레이디', 이효리 '치티치티 뱅뱅'도 많이 췄죠. 음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후에는 작곡가나 프로듀서를 생각했지, 가수를 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마이클 잭슨 등과 작업한 미국 유명 음악 프로듀서인) 퀸시 존스 인터뷰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죠. 그리고 신기한 게 고등학교 다닐 때 주변에 노래 잘하는 친구가 많아서 가수 한다고는 명함을 못 내밀었어요. 주로 제가 피아노를 치고 친구들이 노래를 하고 그랬죠. 그러다 제 음색이 특이하고 '네 노래는 네가 제일 어울려'라고 친구들이 얘기를 해주면서 노래 연습을 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쓰는 멜로디 라인에 그루브가 있는데 확실히 제가 부를 때 가장 자연스럽긴 해요. 노래를 부르면서 가사를 많이 쓰는 편인데 그래서 노래마다 붙는 그루브가 따로 있죠."
-그러다가 2016년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에서 동상을 받으셨어요. 그런데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성격은 민수 씨 지금 음악과 좀 달라요.
"제가 열일곱 때는 컴퓨터도 못 다루고 피아노도 못 치고 패기만 있었어요. 그래서 전문적으로 피아노를 배우고 화성도 배우고 대학을 가려고 준비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피아노 위주의 음악을 많이 만들었죠. 그러면서 서정적인 음악을 찾게 됐고 유재하·이소라·검정치마·선우정아 선배님들의 음악을 많이 듣게 됐고, 가사 위주의 곡들과 다른 신(scene)들을 접하게 된 거죠. 이런 음악들도 좋다는 걸 느낀 거예요. 당시 제가 갖고 있는 무기는 피아노 밖에 없어서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 나가게 된 거죠."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동상을 받았던 곡이 '위로연'입니다.
"제 입시곡이기도 했는데요. 음악을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했어요. 다른 친구들이 학교 가는 시간에 잠이 들었죠. 새벽에 혼자 깨 있으면 아무도 없는 거 같았어요.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만든 노래가 '위로연'이었어요."
-아울러 'MZ세대 패션 아이콘'으로도 통하며 각종 브랜드에서 모델로도 활약 중이시죠. 비주얼적인 것에도 관심이 많으시죠?
"음악 외적인 것도 중요해요. 그 부분에 있어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애를 씁니다. 지금은 '보여지는 세상'이잖아요. 외모를 본다기 보다 옷 스타일링, 분위기를 같이 보는 거죠. 옷을 잘 입고 못 입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아티스트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보는 거죠. 이번 음반에서 비주얼적으로 중요했던 부분은 제가 가진 자연스럽고 사랑스로운 매력의 정점을 찍어보자였어요. 하하. 이번 음반의 음악 작업 역시 자연스러워서 만족도가 높았죠."
-민수 씨의 또 다른 매력은 솔직함이죠. 전 그래서 민수 씨의 노래에서 대리만족도 느껴요.
"제 삶이 솔직하지 않으면 음악도 솔직하지 않다고 느껴요. 물론 항상 그럴 수 없겠지만, 되도록이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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