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500만대 판매' 신화 이룬 현대차...IRA 대응이 최대 과제
현대차가 미국에서 자동차 1500만대 판매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질주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지만 내년 부터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이 완공되는 3년 동안 IRA가 유예되지 않으면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실적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도 IRA 대응에 사활을 걸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은 최근 뉴욕 주 윌리엄스빌에 있는 딜러숍 '웨스트 허 현대(West Herr Hyundai)'에서 1500만번째 신차를 고객에게 인도했다고 밝혔다. 1986년 1월 울산 공장에서 생산한 소형 세단 '엑셀'을 미국에 처음 수출한 이후 36년 만에 기록한 성과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성장을 견인한 차들은 중소형차였다. 현대차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로 1991년 미국 판매를 시작해 올 12월까지 353만대가 판매됐다. 쏘나타(314만대)가 뒤를 이었고 SUV인 싼타페(191만대), 투싼(134만대) 등도 상위 판매 모델에 들었다.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전환되는 시기, 현대차는 성공적인 전환을 이뤄냈고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12월 현지 판매를 시작한 '아이오닉 5'는 올 들어서만 2만대 넘게 판매됐다. 코나 일렉트릭 역시 올 들어 9000대 가까운 판매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8월 발효된 IRA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IRA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로 배터리 원자재도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일정 비율 이상 생산 혹은 가공돼야 구매시 최대 7500달러(약 956만원)의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아직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현대차는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10월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은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판매량 2위를 지키고 있었지만 최근 CNBC 보도에 따르면 포드의 올해 누적(1~11월) 전기차 판매량이 5만3752대를 기록하며 현대차·기아의 5만3663대를 앞서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IRA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
현대차의 IRA 대응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로버트 후드 현대차 워싱턴사무소 정부 업무 담당 부사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지 않으면 (조지아주) 공장이 경제적으로 타당한지 질문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조지아주에 만들기로 한 전기차 전용공장을 백지화 할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는 "멕시코는 인건비와 생산비 등 모든 것이 훨씬 저렴하다. 회사가 그 가능성을 다시 검토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도 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IRA 시행과 관련해 "지금이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며 "우리가 완전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유연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IRA가 유예되지 않을 경우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 계획이 틀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연간 총 32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북미 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글로벌 판매량 목표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되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HMGMA)'는 오는 2025년부터 가동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IRA가 유예되지 않는다면 HMGMA가 지어지는 3년간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며 "실적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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