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세제혜택', 채권 수급개선에 정말 도움될까
비과세 ISA에 회사채 넣고 저신용등급 채권엔 분리과세
시장 전문가들 "개인투자자 직접적 유인책…일단 환영"
앞으로 저신용등급 채권이나 회사채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세제혜택을 받게 된다. 채권시장 수요를 진작하기 위한 정부의 복안인데, 바꿔 말하면 올해 레고랜드 사태의 후폭풍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이 같은 혜택이 채권시장 수급 측면에서 직접적인 유인책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저신용등급 채권의 경우 높은 신용위험값 등 리스크가 커 투자에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회사채 ISA 비과세·하이일드펀드 분리과세 지원
정부는 지난 21일 확정·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채권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으로 시장의 수급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회사채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에게 세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비과세 혜택 대상 금융상품에 회사채를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는 예·적금 펀드와 상장주식에 한해 일반형 기준 200만원 한도로만 비과세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내년 2월 중 비과세 대상에 회사채도 포함하기로 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펀드에 대해서도 분리과세 등 세제혜택을 부여한다. 국내 채권에 60% 이상 투자하면서 신용등급이 BBB+ 이하인 저신용등급 채권을 45% 이상 편입한 펀드가 그 대상이다. 반면 그간 '채권시장의 블랙홀'로 불릴 만큼 자금이 쏠렸던 국공채에 대해선 발행물량을 감축한다.
결국 회사채와 저신용등급 채권처럼 돈이 돌지 않는 곳에 절세 혜택을 내세워 금융회사의 판매를 유도하고, 이들에 대한 수요를 진작하겠다는 의도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채권시장은 기업 자금 조달의 일차적인 통로가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회사채에 인센티브를 줘서 개인투자자의 투자를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유입 기대" vs "투자 리스크 고려해야"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이들 세제혜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개인 접근성이 떨어졌던 저신용등급 채권이나 회사채 투자에 인센티브를 주는 만큼 채권시장 수급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잉여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방향을 틀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한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은 내년 초까지 이어지겠지만 이번 정부 대책이 채권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국내 채권시장에서 회사채는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져 개인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세제혜택을 줘서 개인을 일단 유입시키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채 발행에 대한 부담이 경감되고 자금 조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하이일드 펀드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펀드 자체에 세제지원을 함으로써 자금이 돌게 할 수 있다는 주장과 더불어 이들 상품의 비우량 저신용등급 채권 비중을 고려할 때 투자 리스크를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개인은 신용등급이 낮은 대신 금리가 높은 채권에 들어가고 싶어도 자금력이 (기관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그런데 하이일드 펀드로 상품을 만들어 여기에 세제혜택을 주면 복수의 개인투자자 자금이 한꺼번에 들어가 수급 개선에 일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저신용 채권은 등급이 낮을수록 신용위험액이 확대되는 등 그 리스크가 커진다.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 지표로 흔히 쓰이는 이 신용위험액은 자산의 급격한 가격 변동이나 거래 상대방의 채무 불이행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규모인 총위험액을 구성하는 값이다.
단적으로 정부나 중앙은행이 발행한 채권의 위험값은 0%다. 신용등급이 'AAA'에서 'AA-'인 일반 회사채에는 1.6%의 위험값을 부과한다. 그 이하부터는 그 값이 급격하게 올라간다. 그나마 'A+'에서 'A-'까지는 4.0%다. 하지만 정부가 하이일드 펀드를 통해 세제혜택을 부여한다는 'BBB+' 이하 채권의 경우 신용위험값이 8.0%에 달한다. 'BBB-' 미만은 12~24%까지 리스크가 커진다.
또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채권시장 수급 진작에만 집중하다 자칫 애먼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부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세제혜택 대상 채권의 면면을 잘 살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수연 (papyru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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