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2% 하락하는데도 ‘매수’ 일색...올해 ‘매도’ 의견은 단 3개
외국계 증권사는 거침없이 의견 제시
국내 증시가 연초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발행한 기업분석 리포트는 여전히 ‘매수’ 의견이 대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코스피·코스닥지수는 각각 22%, 32% 하락했다. 그러나 올해 발행된 1만4000여개의 리포트 가운데 ‘매도’ 의견 리포트는 단 3개에 불과했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한 리포트는 1만4000건이 넘는데, 매도 의견 리포트는 단 3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마저도 모두 미래에셋증권이 제주항공에 대해 낸 것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외 47개 증권사 가운데 지난해 9월 말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1년 동안 ‘매도’ 의견 리포트를 내지 않은 곳은 29곳이다. 29개 증권사 모두 국내 증권사였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은 꾸준히 매도 의견을 내고 있다. 리포트 4개당 1개 꼴로 ‘매도’ 의견을 담은 증권사도 있다. 매도 리포트 비율 별로는 CLSA코리아증권(24.0%), 메릴린치(23.3%), 모간스탠리(17.3%), 골드만삭스증권(15.6%), 도이치증권(14.3%), 제이피모간(12.8%), 크레디트스위스(10.3%), 노무라금융투자·씨티그룹(9.5%) 순이다.
외국계 증권사는 국내 증권사와 다르게 거침없이 매도 의견을 제시한다. 기업 분석이 힘들다고 판단하면 아예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 의견을 낼 수 없다고 발표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증권사는 애널리스트의 업무 구조상 쉽게 ‘매도’ 리포트를 낼 수 없다고 토로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애널리스트는 “리서치센터 주요 업무는 법인 영업인데,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본인이 담당하는 기업에 대해 섣불리 매도 의견을 내면 법인 영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 “또한 매도 의견으로 주가가 폭락해버리면 기업 탐방부터 소소한 자료 요청까지 거절당하게 된다”고 했다.
올해 매도 리포트가 발행된 이후 해당 기업의 주가는 대부분 하락했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3월 18일, 6월 10일, 9월 23일 세 차례에 걸쳐 제주항공 매도 리포트를 냈다. 3월 18일 매도 리포트 이후 제주항공 주가는 3거래일에 걸쳐 6% 가량 하락했다. 6월 10일에는 매도 리포트가 나온 당일 주가가 5.7% 하락한 데 이어 다음날 6% 추가로 하락했고, 이후에도 7% 더 떨어졌다. 9월 23일에는 매도 리포트 발행 날 주가가 3.5% 밀렸다.
매도 의견을 에둘러서 표현한다는 ‘비중축소’ 리포트도 기업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비중축소 리포트는 DB금융투자가 카카오뱅크에 6월 29일, 8월 4일, 10월 7일 세 차례에 걸쳐 제시한 세 건이 전부다. 6월 29일 비중축소 리포트가 나온 이후 카카오뱅크 주가는 당일 8% 급락한 데 이어 이후 2거래일 동안 7% 하락했다. 8월 4일에는 주가가 오히려 5% 상승했고, 10월 7일에는 당일에 9.4% 급락하고 다음날도 3% 하락했다.
국내 증권사의 기업분석 리포트 매도 의견 기피 현상은 수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2015년 초부터는 금융투자협회가 매도리포트 비중을 공시하도록 했으며, 당시 일부 증권사들은 외국계 증권사 수준으로 매도 리포트를 끌어올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포부가 무색하게 수년 동안 증권사들은 매도 리포트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19년에는 매도 리포트가 단 1건이었고, 2020년부터 올해까지는 매도 리포트가 3건씩 나왔다. 그나마 에둘러서 ‘매도’를 표현한다는 ‘비중 축소’ 의견도 줄어들고 있다. 2020년 16개였던 비중 축소는 2021년 들어 5개로 줄었고, 올해 들어서는 3개로 더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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