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기행에 경쟁자는 추격… 점유율 추락하는 테슬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기행과 경쟁자의 추격으로 ‘전기차 세계 1위’인 테슬라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주가는 올 들어 65% 하락했고, 시장 점유율은 10%대로 낮아졌다. 테슬라 주주 사이에선 “머스크는 테슬라 CEO에서 물러나라”는 성토가 나온다.
◇ 머스크 기행에 화난 투자자들… “일하는 CEO가 없다”
머스크는 ‘인류의 화성 이주’라는 야망을 갖고 우주 기업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운영한다. 머스크는 테슬라로 돈을 버는 이유를 ‘화성 이주 계획에 쓸 목적’이라고 표현하는 몽상가인데, 테슬라를 글로벌 전기차 1위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인정받았다.
요즘 머스크는 ‘리스크(위험 요인)’로 불린다. 괴짜 행보가 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투자금융기관 오펜하이머는 테슬라에 대한 투자 의견을 ‘아웃퍼폼’(시장 수익률 상회)에서 ‘퍼폼’(중립)으로 하향 조정하며,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보인 행태가 테슬라를 향한 투자 심리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진단했다.
테슬라의 3대 개인주주인 레오 코관도 “테슬라에는 일하는 CEO가 없다”며 “머스크의 바보짓 때문에 테슬라 주식이 가치가 없어졌다”고 질타했다. 테슬라 주가는 연고점(1월3일·399.93달러) 대비 65.5% 하락했다. 지난 20일 종가는 137.80달러였다.
머스크의 괴짜 행보에 대한 비판은 440억달러(약 56조원)를 들인 트위터 인수 전후로 특히 거세졌다.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해 11월 이후 390억달러(약 50조원) 이상의 테슬라 보유 주식을 팔았는데, 트위터를 인수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CEO직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트위터 CEO 사임 여부를 트위터 내 투표로 진행하기도 했다.
민감할 수 있는 현안에 아슬아슬한 발언을 연이어 던진 것도 ‘머스크 리스크’를 만들었다. 머스크는 지난달 대만을 홍콩처럼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중국 편을 드는 발언을 했다. “기업의 이익 때문에 민주국가를 전제국가의 특별행정구로 바꾸자고 한다”는 대만의 분노를 샀다.
지난 10월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유엔 감독하에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종전안을 제멋대로 제안했다가, “그 어떤 우크라이나인도 테슬라 같은 쓰레기를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발을 샀다.
미국 내에서도 아슬아슬한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직 민주당에만 투표했으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머스크는 최근에는 친(親)공화당 행보를 보였다. 트위터 인수 직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계정을 복원하며 미국 내 정치 논쟁의 중심에 섰고, 지난달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동차는 이동을 위해서만 사는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가 지닌 비전과 가치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면서 “머스크의 정치적 발언은 치명적”이라고 분석했다.
◇ 6년 동안 변화 없는 ‘모델3′… 경쟁자 추격에 점유율 하락
머스크가 기행을 벌이는 사이 테슬라의 점유율은 하락세다. 시장조사기관 IHS 마킷에 따르면, 테슬라의 글로벌 순수 전기차(BEV) 시장 점유율은 2020년 22.3%에서 올해 상반기 17.9%로 낮아졌다. 시장조사기관 S&P글로벌에 따르면, 테슬라는 본토인 미국에서도 전기차 점유율이 하락세다. 2020년 79%, 2021년 71%, 올해 1~3분기 65%로 낮아졌다. S&P글로벌은 2025년에 테슬라의 미국 점유율이 20%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신차 출시가 없다는 점이 점유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예컨대 테슬라 ‘모델3′는 2016년 이후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가 없다. 일반 승용차가 2~3년 뒤 페이스리프트, 5~6년 뒤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이는 것과 달리 제때 신차가 나오지 않아 요즘 테슬라는 시장에서 디자인이 밋밋한 차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연례 보고서 ‘자동차 전쟁(Car Wars)’에서 테슬라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하지 않아 전기차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잃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모델 출시도 2020년 3월 ‘모델Y’ 이후로 없다. 이 기간 테슬라는 중국에서 중국 전기차 기업 BYD(비야디)에 점유율 1위를 내줬고, 글로벌 시장에선 초대형 자동차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임은영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 대부분의 테슬라 소비자는 머스크의 비전과 문제 해결 방식에 열광하고, 테슬라의 기술 개발을 기다려주고, 미완성 기술에 열성적으로 피드백을 주면서 기술 개발에 동참해온 동반자적 관계”라면서 “머스크가 테슬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주가가 회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
- 4만전자 코 앞인데... “지금이라도 트럼프 리스크 있는 종목 피하라”
- 국산 배터리 심은 벤츠 전기차, 아파트 주차장서 불에 타
- [단독] 신세계, 95年 역사 본점 손본다... 식당가 대대적 리뉴얼
- [그린벨트 해제後]② 베드타운 넘어 자족기능 갖출 수 있을까... 기업유치·교통 등 난제 수두룩
- 홍콩 부동산 침체 가속화?… 호화 주택 내던지는 부자들
- 계열사가 “불매 운동하자”… 성과급에 분열된 현대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