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타트업이 나이키와 협업할 수 있었던 이유

이은영 기자 2022. 12. 2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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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커뮤니티의 창업가들은 주저 없이 서로 돕는다. 대가는 바라지 않는다. '끼리끼리' 문화와는 다르다. 꿈이 있고 열정이 있는 모두에게 열려있다."

미국 소도시 볼더와 포틀랜드에서 만난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아무 조건 없이 먼저 돕는 문화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일궜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네트워킹은 유명 창업가의 강연이나 명함 주고받기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 명분 없이도 자유롭게 모여들어 만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그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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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커뮤니티의 창업가들은 주저 없이 서로 돕는다. 대가는 바라지 않는다. ‘끼리끼리’ 문화와는 다르다. 꿈이 있고 열정이 있는 모두에게 열려있다.”

미국 소도시 볼더와 포틀랜드에서 만난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아무 조건 없이 먼저 돕는 문화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일궜다고 했다. 의심을 품은 채 도착한 그곳엔 놀라운 이야기가 가득했다. 인터넷 검색으로도 나오지 않는 포틀랜드의 한 작은 소재기업이 전설적인 신발 디자이너와 손잡고 나이키의 조던 프로젝트를 맡게 된 이야기에는 ‘공교롭게’라는 말이 자주 등장했다.

이 ‘공교로움’의 발단은 그가 다른 창업가에게 먼저 내밀었던 도움의 손길이었다. 한 번의 호의가 나비효과처럼 번져 일생일대의 기회로 돌아온 것이었다. 비단 그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볼더와 포틀랜드의 창업가들은 학연과 지연이 없어도 도움이 필요하면 용감하게 도움을 청한다고 했다. 동료 창업가들은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내어주며 용기에 화답한다고도 했다. 실리콘밸리에 가지 않아도, 글로벌 대기업 고객사가 없어도 소도시에서 기업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다.

세계 최대의 스타트업 성지인 이스라엘도 비슷하다. 작은 사막국가였던 이스라엘이 세계적인 창업국가 될 수 있었던 데엔 협동 문화가 있다. 세계적 창업가 아담 노이만은 이스라엘의 키부츠(농업공동체)에서 낯선 이들과 함께 부대끼고 서로 도우며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키부츠는 현재 쇠퇴했지만 그 안에서 배운 협동 DNA는 그의 정체성이 됐고, 그는 위워크(WeWork)를 창업해 세계에 협동 네트워크의 씨앗을 뿌렸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스타트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내년 하반기까지 지갑을 닫고 관망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거대한 위기 앞에서 정부 주도의 톱 다운(Top down·하향식) 생태계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 지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각 지역만의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쓴소리도 이어진다.

지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띄우기 위해 창업가들과 액셀러레이터, 창업지원기관들은 입을 모아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금까지의 네트워킹은 유명 창업가의 강연이나 명함 주고받기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 명분 없이도 자유롭게 모여들어 만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그들은 말한다. 결국 사람과 사람은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한두 번의 만남이, 무심코 건넨 도움의 손길이 곧바로 대단한 성과를 낳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디서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모르는 잠재력이 될 수는 있다. 아무리 겨울 칼바람이 매서워도 시간이 지나면 봄이 오고, 얼음이 녹은 대지에는 싹이 튼다. 다시 돌아올 봄을 기다리며 씨앗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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