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철, 미워할 수 없는 '나쁜 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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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알싸한 공기를 휘감고 다니는 남자다.
그간 조한철은 비열하면서 동시에 유머러스한 인물들을 연기했었고, 이는 그가 여러 작품에 존재할 수 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조한철의 연기 주머니는 진양철의 재산만큼 두둑하다.
그리고 진동기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나쁜 XX'가 된 건 조한철이라는 배우에게 피어난 신뢰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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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그는 알싸한 공기를 휘감고 다니는 남자다. 정직하게 빗어올린 8대 2 가르마에 얇은 안경태, 그 아래로는 욕망 한가득 품고 있는 살모사의 눈빛. 더 큰 부를 점유하기 위해서라면 협잡도 마다하지 않는다. 웃는 얼굴로 친형에게 동맹을 약속하고선 뒤돌아 바로 다른 꿍꿍이를 궁리하는 재벌가의 차남.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동기(조한철)다.
진동기에게 있어 가장 결핍된 단어를 꼽자면 아마 정직(正直)일 것이다. 오직 높은 자리를 위해 그가 하는 일은 얄팍한 계교뿐이다. 아버지 진양철(이성민)이 한때 후계로 염두에 두었을 만큼 위장술에도 능하다. 하지만 지독하리만큼 계산적인 그가 역술가인 백상무(강길우)의 말을 맹신하는 모습은 역설적이면서도 묘하게 인간적이다. 그리고 이를 연기한 이가 조한철이 아니었다면 좀처럼 피어내기가 어려웠을 캐릭터다. 올해만 네 작품에 출연해 전혀 다른 얼굴들을 보여줬던 것처럼, 그만이 품은 다양성은 진동기의 모순에 단단한 방어기제로 작용한다.
방영 초기에 송중기, 이성민 등 쟁쟁한 캐스팅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그가 시청률 20%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상황에 따라 수위 조절을 탁월하게 이끌어낸 기운 덕분이었다. 10화에서 동기는 조카가 파놓은 함정에 울분을 터트리며 아버지를 찾아간다. "왜 맨날 나만 들러리예요"라며 칼날 같던 눈빛에 한순간 위태로운 유약함을 담아내며 동기가 두른 갑옷이 철갑이 아닌 얇디 얇은 비닐이었음을 모두에게 확인시킨 장면은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상적인 신 중 하나로 각인됐다.
진동기에게는 지금까지 조한철이 연기해온 다른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눈빛을 세모로 치켜뜨며 음흉한 속내를 드러내는 모습이나, 상대방의 처지에 따라 비열하게 머리를 쓰는 강약약강 태도, 순간적으로 품는 고뇌와 결핍은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tvN 드라마 '빈센조'의 한승혁과 '법대로 사랑하라' 이편웅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간 조한철은 비열하면서 동시에 유머러스한 인물들을 연기했었고, 이는 그가 여러 작품에 존재할 수 있던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들이 '재벌집 막내아들'의 동기처럼 시청자들을 직접적으로 이입하게 했던 경우는 드물었다. 조한철은 여러 작품을 오가며 부수적 존재로 활용되어왔고, 사물이 아닌 배경처럼 들뜨지 않는 존재감으로 작품에 머물렀다.
주로 조연으로 활약했던 그는 부담 없이 자신에게 들어오는 배역을 연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올해로 25년 차 배우가 됐고, 여러 배역들을 소화하며 출연하는 작품의 성격도 판타지, 누아르, 코미디, 로맨스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해졌다. 배우에게 여러 역할을 연기하는 경험들은 결국 중요 자산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조한철의 연기 주머니는 진양철의 재산만큼 두둑하다. 진동기의 입체감은 결국 그의 두둑한 주머니에서 나온 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만개다. 그리고 진동기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나쁜 XX'가 된 건 조한철이라는 배우에게 피어난 신뢰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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