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사는 게 다 좋은 게 아닌 까닭

한겨레 2022. 12. 22. 13:3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 사회는 옛날하고 많이 달라졌어요.

운동은 마음도 편안하게 하고 우울에서 벗어나게 한다고 합니다.

비교하는 게 불행의 제1 원인입니다.

잘 먹고 잘사는 게 다 좋은 게 아니네요.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휴심정] 용수스님의 티베트불교 향기]

픽사베이

한국 사회는 옛날하고 많이 달라졌어요. 옛날에는 잘 먹고 잘살기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이제 잘 먹고 잘살지만 불행합니다. 마음은 더 불안하고 복잡하고 몸은 더 허약하고 아파요.

더 가질수록 더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더 불행합니다. 무엇이든 더 많이 사야 하고 욕심은 끝이 없어요. 가질수록 부족하고 불만만 커지네요. 물질에 가치를 더 많이 둘수록 공허함이 커져요. 마음이 가난할수록 물질을 더 많이 가져야 하고, 마음이 충만할수록 물질에 대한 집착이 줄어들어요.

자발적인 가난이 답입니다. 소박한 생활이 마음을 평화롭게 합니다. 환경을 보호하는 최고의 방법은 소비를 안 하는 겁니다. 자발적인 가난은 돈을 아끼고 빚을 줄이고 시간도 아끼고 사는 환경도 깨끗해지고 마음은 평화로워져요.

저는 세상에서 가장 편리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지내봤는데 한국과 비교하면 미국과 유럽은 많이 불편해요. 편안한 집에서 자고, 어디 가는 것도 불편함이 없고, 회사에서도 몸 쓸 일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편안할수록 몸이 약해지고 까다로워져요.

불편함을 선택하는 게 답입니다. 몸을 써야지 건강합니다. 인간은 매일 할 수 있는 노동과 움직임이 필요해요. 운동은 마음도 편안하게 하고 우울에서 벗어나게 한다고 합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출퇴근길에 조금이라도 걸어보세요. 자전거 타는 것도 좋아요.

휴대전화가 마음을 불안하게 합니다. 휴대전화로 우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화면을 많이 볼수록 마음은 더 초조하고 복잡하고 집중력이 없어지고 있어요. 마음뿐만 아니라 자세도 틀어지고 눈도 나빠지고 몸은 무기력해집니다. 현대인을 중독에 빠트리는 게 휴대전화입니다. 모두 중독이 되어 있고 코로나보다 더 심각한 유행병입니다.

재밌는 게 너무 많다 보니까 재밌는 게 하나도 없어요. 채널은 많은데 볼 게 하나도 없고, 먹을 게 많은데 맛있는 게 없어요. 즐거움이 지나칠수록 즐거운 게 없어져요.

자발적인 지루함과 고요함이 답입니다. 휴대전화를 안 보고, 걸을 때 걷기만 하고 설거지할 때 설거지만 하고 밥 먹을 때 밥만 먹어보세요. 지금 휴대전화를 만지면서 운전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사고가 날지도 몰라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많이 이용할수록 우울하다고 합니다. 비교하는 게 불행의 제1 원인입니다. 이미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에스엔에스(SNS)를 볼수록 열등감이 커지고 우울해집니다.

픽사베이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스마트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입니다. 청소년들이 전보다 훨씬 더 우울하고 불안하고 집중이 안 되고 자살률도 두배나 많아졌다고 해요. 아이들에게 술을 주지 않는 것처럼 스마트폰도 통제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술보다 더 해로운 게 스마트폰입니다. 이 시대의 아이들이 너무 안됐어요.

마음을 빼앗는 게 너무 많은 시대예요.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 고통, 아집, 탐진치(사람의 착한 마음을 해치는 세가지 독), 이게 전부 다 산만함입니다. 우리는 어제보다 더 산만하기 때문에 어제보다 더 불행한 겁니다. 마음이 흩어질수록 불행하고 마음이 가만히 있을수록 행복합니다.

산만함의 시대는 무기력과 병과 우울과 불안의 시대입니다. 수행하기 어렵고 행복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잘 먹고 잘사는 게 다 좋은 게 아니네요. 너무 편하고 너무 쉽고 너무 빠르고 너무 많고, 이게 다 좋은 게 아니네요. 불편하고 어렵고 느리고 적고, 이게 다 나쁜 게 아니네요. 현명한 이는 자발적인 가난과 불편함과 어려움을 선택합니다.

용수 스님/세첸코리아 대표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