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산림] 기후위기 시대 탄소 역배출로 재조명받는 '숲'

송민경 국립산림과학원 미래산림전략연구부 국제산림연구과 2022. 12. 2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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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의 피해 현장. 연합뉴스 제공

2022년 한해 우리에게 익숙해진 표현 중 하나가 ‘기후위기’다. 올 봄 울진과 삼척에서는 최장기간의 대형 산불이 발생해 서울시 면적의 1/3(약 2만 ha)에 달하는 산림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 8월에는 이례적인 수도권 집중 폭우와 초강력 태풍 ‘힌남노’로 인명과 재산 피해를 겪었다.

지금까지는 ‘지구온난화’, ‘이상기후’ 등 기후변화를 다소 이론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바로 나의 일상에서 ‘위기’로 맞닥뜨릴 수 있는 현상으로 인식하게 됐다. 특히 아파트 주차장과 같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기후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기후위기’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된 것이다.

국제사회는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을 채택한 이후 지금까지 약 30여 년 간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다. 협약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의 안정화를 목표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기후변화 대응 의무를 부과했다.

1997년에는 협약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규정하는 교토의정서를 채택해 감축의무 국가와 감축목표를 명시하고 이행했다. 2016년에는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파리협정을 채택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온도 증가를 최소 1.5℃ 미만으로 제한하는 장기온도 목표를 설정했고 목표 달성을 위해 각 국가는 국가결정기여(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세워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21세기 내에 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발간된 IPCC의 감축부문 제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를 1.5℃ 미만으로 제한하기 위해 허용 가능한 탄소배출량 가운데 이미 80%가 배출됐다(2020년 기준). 2030년 목표 배출량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NDC를 상향하여 60~260억 CO2-eq톤을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

IPCC 제6차 보고서(제3실무그룹 보고서)에서 평가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예상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전 지구적 온도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가운데, 탄소 흡수원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IPCC는 농업・산림 및 기타 토지이용 분야(AFOLU, Agriculture, Forest and Other Land Use)를 통해 대규모의 온실가스 감축 및 흡수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AFOLU 의 감축 비용이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림 부문을 포함한 이산화탄소 흡수․제거(CDR, Carbon Dioxide Removal) 분야를 강조했다. 탄소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바꾸는 ‘역배출’(Negative Emission)의 수단으로 산림, 습지, 해양 등 다양한 흡수원의 역할을 강화한 것이다. 

산림청의 캄보디아 RED시범사업 대상지 전경. 산림청 제공.

유엔기후변화협약 역시 1992년 협약이 채택될 때부터 산림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기후변화협약은 산림을 포함한 흡수원의 보전과 강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2005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개발도상국의 산림전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활동을 처음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후 약 10년 동안 당사국간 논의를 거쳐 산림황폐화 방지, 산림보전,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산림탄소축적 증진의 활동까지 확장한 개념(REDD+, 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and the role of conservation, sustainable management of forests, and enhancement of forest carbon stocks in developing countries)으로 발전했다. 2013년 UNFCCC 차원의 REDD+ 체계인 ‘바르샤바 REDD+ 프레임워크’가 채택되면서 세부적인 이행 규정들이 정립됐고 국제사회의 실제적인 REDD+ 이행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UNFCCC에 보고된 국가별 REDD+ 감축결과물(2022.1) 출처: UNFCCC, 산림청 제공

산림과 REDD+는 파리협정에서도 개별 조항(제5조)으로 포함될 만큼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산림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점점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기 시작하였는데,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총회(COP26)은 어느 해 보다도 산림의 중요성이 부각된 총회였다고 평가된다.

COP26이 공표한 ‘산림 및 토지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정상선언’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산림전용을 막고 산림복원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으로, 전 세계 산림 90.9%의 면적(총 36억9100만 ha)을 점유하고 있는 141개국 정상들이 서명했다. 또한 이를 위해 120억 달러를 조성하기로 한 ‘글로벌 산림재원서약’ 등 산림 이니셔티브가 출범했다.

이어서 지난 11월 개최된 COP27에서는 산림기후 정상회의를 개최해 ‘산림과 기후 지도자 파트너십(FCLP, Forest and Climate Leader’s Partnership)’을 공식 발족했다. 여기에 한국, 미국, 피지 등 25개국과 유럽연합이 참여해 글래스고 정상선언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고자 산림전용 중단 약속의 이행을 점검 및 독려하고, 산림의 중요성과 산림 재원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UNFCCC COP27에서 열린 산림기후 정상회의. 우리나라에서는 나경원 기후변화특사가 참석했다. 산림청 제공

하지만 탄소 흡수·제거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파리협정 이전의 흡수·제거 활동은 새로운 숲을 만드는 조림 사업으로만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했었다. 그런데 이번 COP27에서 조림 외에 혼농임업, 습지복원, 토양탄소증대, 해양 시비, 탄소포집 및 저장 등의 흡수·제거 활동을 확대하는 것을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시민단체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들 활동은 배출 감축을 지연시키는 상쇄 수단일 뿐이며, 흡수·제거 활동 규모의 확대로 인해 환경적, 사회적인 부정적 영향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탄소 흡수원의 역할을 탄소 배출을 늦추는 기능으로만 인식한다면 흡수원 사업의 규모가 확대되는 것이 우려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배출 감축만 중요하게 바라보는 시각에서 생기는 오해이다. 기후변화협약은 탄소 배출 감소와 흡수가 동등한 감축 효과를 가진다고 인정하고 있으며, 파리협정은 탄소 배출과 흡수의 균형을 맞추는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두고 있다. 특히, 보다 적극적인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역배출의 수단으로 흡수원이 강조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서 흡수·제거 활동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 시대에 국제사회는 산림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산림이 가지는 역배출의 기능과 잠재력이 현실화 되도록 기술적, 정책적 이슈들을 해결해나가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산림을 포함한 육상과 해양 생태계 및 지구공학 분야 등으로 흡수원 활동을 넓게 인정하되, 아직 기술 성숙도가 낮은 활동, 환경적, 사회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불확실한 활동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 동시에 각 활동에 대한 정의와 방법론을 명확하게 개발한다면, 산림을 포함한 다양한 흡수원을 활용하여 기후변화 완화와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and the role of conservation, sustainable management of forests, and enhancement of forest carbon stocks in developing countries 

송민경 국립산림과학원 국제산림연구과 임업연구사

[송민경 국립산림과학원 미래산림전략연구부 국제산림연구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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