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재정비 나선 진단업계 투톱, '대조적' 행보 눈길

석지헌 2022. 12. 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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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젠, 6개월 새 인력 11% 감축
"몸집 줄이기 본격화" 평가
에스디, 본격 인력 확충 움직임
M&A 효과… 확장 기조 지속될 듯
이 기사는 2022년12월22일 09시3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진단업계 ‘투톱’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와 씨젠(096530)이 본격적인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조직 축소에 나선 씨젠과 꾸준히 인력 충원을 이어가는 에스디바이오센서의 대조적 양상이 눈길을 끈다.

왼쪽부터 천종윤 씨젠 대표와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이사회 의장.(제공= 각 사)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분자진단 전문기업 씨젠의 직원 수는 올해 3월 기준 1187명에서 9월 1053명으로 6개월 새 11% 줄었다. 반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3월 521명, 6월 543명, 9월 568명으로 꾸준히 늘어 같은 기간 9% 늘었다.

업계에서는 씨젠이 본격적인 인력 감축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씨젠 직원 수는 지난해 12월 1070명에서 올해 3월 기준 1187명까지 급증했지만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줄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회사의 실적 추이와도 연결된다. 한 때 ‘1조 클럽’에 입성했던 씨젠은 올해 매출이 1조원 미만으로 급감세다. 씨젠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5799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한 212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3분기 영업손실은 322억원에 달하면서 실적 악화가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씨젠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씨젠 채용 홈페이지 공고를 보면 10개 가까이 되는 채용 탭이 열려 있었다.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내부 신설 부서도 많았고 그만큼 사람도 많이 뽑았다”며 “하지만 갑자기 많은 부서들이 신설되자 담당자에 혼선을 빚거나 결제 라인이 명확하지 않는 등 업무가 효율적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2~3월을 기점으로 꼭 필요한 인력만 뽑는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몸집 줄이기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씨젠 홍보팀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대규모 인력을 충원해 이미 충분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더 이상 큰 규모 충원은 계획 없으나 필요 인력에 대해서는 수시 채용할 예정이고 앞으로는 투입 인력들이 사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씨젠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투자 담당 부서를 신설하고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는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신규 사업 기회을 발 빠르게 잡지 못하면서 이렇다 할 M&A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씨젠에서 신사업 강화를 위해 영입된 박성우 M&A 총괄 부사장은 씨젠 합류 1년 8개월여만에 퇴임하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들에서 오너의 ‘뚝심’ 경영 방식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천종윤 씨젠 대표는 ‘뚝심’ 경영 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평소 분자 진단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는 데 집중한 만큼,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돈 되는’ 면역진단 쪽인 자가진단키트를 판매하지 않았다. 코로나 초기 때는 씨젠의 주력 품목인 PCR(유전자증폭)기기를 활용한 검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졌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자가진단키트 시장이 활성화됐다. PCR 장비 수요 감소에 따른 씨젠의 매출 하락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평가다. M&A와 관련해서도 ‘완벽한’ 매물을 찾을 때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는 본격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선 에스디바이오센서와 대조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422명에 그쳤던 에스디바이오센서 직원 수는 3월 521명으로 23.5% 급증했고 최근에도 활발히 채용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회사는 지난달 대규모 하반기 공개 채용을 마쳤으며, 현재 청주·증평 공장 생산직과 센서개발 및 분자진단개발 인력 등을 계속 뽑고 있다.

업계에서는 굵직한 M&A 딜 성사가 이러한 인력 확충 기조에 활력을 줬다고 분석한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내년 1월 말 미국 진단기업 메르디안 바이오사이언스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 7월 밝힌 인수 금액은 15억3199만 달러(약 2조원)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최대 규모다. 회사는 추가 M&A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먹거리 선점에 나선 건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이사회 의장의 ‘효율’ 중심 경영이 일조했다는 평가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 중심 방식은 M&A에서 가장 빛을 발했다. 회사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발 빠르게 진단 제품군을 확대, 국내 대표 진단키트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일찌감치 신성장 동력 제품들을 구비한 덕에 에스디바이오센서의 3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코로나19 진단 수요 급감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7000억 원을 돌파했으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사상 첫 연매출 3조 원 달성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석지헌 (ca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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