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모든 나라가 ‘헤어질 결심’ 중…공급망 붕괴로 새시장 개척해야”
송충현 기자 2022. 12. 22. 13:23
“이미 거의 모든 나라가 누구와 헤어진다고 생각하는 ‘헤어질 결심’을 했습니다. 과거에 없던 변화입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이 21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와 공급망 재편을 영화 ‘헤어질 결심’에 빗대며 시장 변화에 맞는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제의 동맹이 오늘의 경쟁자가 되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물론 정부 역시 차별화한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경제, 정치, 안보 면에서 기업과 정부가 한 몸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 시장 사이즈 작아져, 맞춤 전략 필요
최 회장은 최근 경기 침체 상황을 팬데믹 이후 찾아온 수요 위축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 과정에서 불거진 공급망 재편 등이 복합된 결과로 해석했다. 과거와 달리 글로벌 시장이 빠르게 쪼개지며 기업들도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불가피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모든 게 한꺼번에 일어나며 변화의 파고가 크고 무역과 수출을 중심으로 한 한국은 소화가 꽤 어려운 형태”라며 “해법 중 하나는 그간 보고 있지 않았던 시장까지 보고 시장을 새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특정 국가에 집중된 현재의 수출 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국가별 수출 비중은 중국 23.0%, 미국 16.0%, 베트남 8.9%, 일본 4.5%, 홍콩 4.1% 등으로 5개 국가에 전체 수출액의 절반 이상(56.5%)이 몰려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주력 수출 대상국인 중국 베트남 등에서 수출이 20% 이상 줄며 전체 수출 실적도 흔들리고 있다.
최 회장은 “과거엔 제품 잘 만들어 싸게 팔면 다 팔려나갔지만 이젠 더 이상 그렇지 않다”며 “시장이 쪼개졌다는 건 시장 사이즈가 줄었다는 의미이며 어딘가에서 회복을 못 하면 성장은 상당히 어렵다”고 우려했다.
● 엑스포 유치전 작은 시장 개척에 도움 돼
이런 의미에서 우리 기업들의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이 현재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제는 작은 시장도 개척하고 우리 것으로 확보해야 하는데 엑스포로 전 세계 많은 국가와 접촉해 접점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정부가 한 몸이 돼야 한다는 점도 당부했다. 그는 “내부에서 통일성을 가지고 문제를 같이 다뤄주고 한 몸이 돼 움직이면 유연하게 잘 대처하고 그게 안 맞으면 불협화음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및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 토론에 경제단체장 자격으로 참석해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금 돈이 숨었다. 기업도 투자할 돈이 없다”며 “정부가 투자 펀드를 만들어 전략 사업들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재계에서 정부와 국회에 요청 중인 법인세 인하와 같은 기업 지원책은 일정 부분 궤도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법인세를 무차별적으로 다 인하하는 게 과연 좋은 걸까하는 생각이 있다”며 “법인세를 깎아도 투자가 안 일어나면 굳이 해줄 이유가 있나 하는 문제가 있으니 획일적 형태보다는 산업에 따른 맞춤형 형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인 반도체 경기에 대해선 “반도체 업앤 다운 사이클이 짧아졌고 전체적으로 안 좋아질 것은 사실이지만 (회복이) 그렇게 오래 걸리리라고 보이진 않는다”고 진단했다.
노사 관계에 대해선 “(노사 관계가) 평생선을 달리면 제일 좋아하는 건 우리의 경쟁자”라며 “(경기가 추워지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어느 정도 온도를 낮춰 떨어지는 건 감수해야 한다”며 조화와 협력을 강조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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