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한동안 없을, 히어로즈의 ‘4번째 찬스’

안승호 기자 2022. 12. 22.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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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정후(왼쪽)와 안우진. 정지윤 선임기자



우승 도전 기회가 늘 오는 것은 아니다. 구단별로 기대하는 ‘때’가 있는가 하면, ‘때’가 지난 뒤에야 아쉬움을 곱씹는 일도 있다.

키움 입장에서는 내년 시즌이 또 한번의 ‘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전체 전력의 ‘핵’이던 이정후가 내년 시즌 이후로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이만한 전력을 다시 갖추려면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예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파 에이스 안우진이 리그 최고 투수로 솟아오른 상태로 정상 도전을 위한 여러 긍정적 요소가 모여가고 있다.

돌아보자면 2008년 히어로즈 창단 이후로 첫 우승 기회가 3차례 지나갔다.

홈런군단 ‘넥벤저스’를 앞세웠던 2014년 최초의 흔적을 남겼다. 염경엽 감독이 지휘봉을 쥐고 있던 그해 히어로즈(넥센)는 박병호(52홈런), 강정호(40홈런), 유한준(21홈런), 이택근(21홈런) 등 홈런포를 앞세워 정상에 도전했지만 0.5게임차로 정규시즌 우승을 놓친 뒤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2승4패로 물러섰다. 그해 히어로즈의 팀홈런수는 199개, 팀 OPS는 0.891로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히어로즈는 이후 2015년에는 강정호, 2016년에는 박병호를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보내며 팀컬러도 달라졌다.

장정석 감독이 이끌던 2019년에는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SK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두산에 4연패하며 돌아섰다. 박병호와 제리 샌즈, 김하성, 서건창 등 야수진의 조화로 팀타율 1위에 오르고 외국인투수 제이크 브리검, 에릭 요키시와 최원태가 선발 삼각편대로 나서 등 나름의 동력을 만들었던 시즌이었지만, 고지까지는 몇 발짝이 모자랐다.

또 한번 우승 기회가 찾아온 것은 올해였다. 키움은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KT와 LG를 연파하고 한국시리즈에서 SSG를 만났다. 2승2패 뒤 5차전에서 2점 차 리드의 9회 김강민에게 대타 역전 3점홈런을 맞지 않았다면, 기대하기 어려웠던 첫 우승을 달성했었을지 모른다. 키움은 2승4패로 시리즈를 내줬다.

키움은 이정후와의 동행이 일단은 내년까지만 이어질 것으로 이미 예감한 듯 보인다. 이미 내년 시즌 ‘올인’ 승부를 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키움은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베테랑 불펜요원 원종현을 4년 총액 25억원에 영입하고, 퓨처스 FA로 대어로 분류된 이형종을 4년 총액 20억원에 영입하는 등 전체 전력에서 아쉬운 자리를 메워갔는데, 이전 스토브리그의 행보와는 전력 구축의 방법이 달랐다. 빠르게 결과를 내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이적 또는 부상에 따른 주축선수의 ‘공백’은 매번 이슈가 된다. 그런데 이정후까지 빠져나간 히어로즈라면 과거 어떤 사례와 비교해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짐작하자면 한화가 에이스 류현진이 2012시즌 이후 LA 다저스에 입단한 뒤 겪은 허전함과 비견될 수도 있다. 류현진이 한화에서 뛴 2012년 기록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6.54, 이정후의 올해 WAR은 10.25였다. 그래서 키움의 2023시즌은 특별하다. 또 소중할 수밖에 없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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