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中으로, 우크라는 美로…전쟁 장기화 전망 속 '뒷배'와 결속

강민경 기자 2022. 12. 2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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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바이든 만나 러 공세 맞설 무기와 지원책 받아내
시진핑 찾은 메드베데프, "중러 접근방식 일치" 강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0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러시아는 중국과, 우크라이나는 미국과의 결속 다지기에 나섰다. 양쪽 모두 내년까지 전쟁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가장 큰 우호국을 찾아 외교적 지지를 호소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을 중국 베이징에 파견했고, 같은 날 이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개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 워싱턴을 직접 찾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다시금 구했다.

◇젤렌스키, 바이든 만나 러 공세 맞설 무기와 지원책 받아내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미 전 자신의 목적을 확실히 했다. 당일 새벽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의 회복력과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전쟁 장기화 국면 속 러시아에 맞설 무기를 얻으러 간다는 뜻이다.

그가 공식적으로 해외를 방문하는 건 개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출국 과정에서 극비리에 미 군용기가 동원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쟁 중 방미'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는 푸틴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한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보였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연설을 마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건내는 선물을 전달받고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속적인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미국 등 서방에 무기 지원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대에 응하듯 "미국은 용감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러시아의 침략으로부터 그들의 나라를 계속해서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데 전념하고 있다"면서 18억5000만달러(약 2조37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지원 방침을 밝혔다.

미국의 이번 군사 지원에는 우크라이나가 꾸준히 요청해 온 패트리엇 미사일 방공체계가 포함됐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에너지 시설을 포격하며 겨울의 추위를 무기화하는 것을 막는 데 쓰일 전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 의회 앞에서 초당적인 안보 지원을 요청했다. 연설은 내년 초 출범하는 118대 연방의회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기 전에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공화당을 설득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자선(charity)이 아니라 세계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라면서 우크라이나에 백지 수표를 쓰지 않겠다고 발언한 내년 하원의장에 유력한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21일(현지시간) 중국 수도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왼쪽)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2022.12.21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시진핑 찾은 메드베데프, "중러 접근방식 일치" 강조

수세에 있는 러시아는 전쟁을 내년에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방부 이사회 확대 회의를 주재하며 핵전력 전투태세 강화와 군대에 대한 무제한 지원 방침을 발표하며 장기전 대비책 마련에 착수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이 자리에 참석해 "특별 군사작전은 모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미국 국방장관은 이른바 '특별군사작전'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면서 전체 병력 숫자를 101만명에서 150만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러시아 또한 전쟁 장기화를 각오한 가운데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시 주석을 찾아 "다양한 외부 압력과 불공정한 조치에 공동으로 저항하고 러중 간의 포괄적인 협정의 의 발전을 촉진하겠다"면서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이어갈 것을 촉구했다.

이에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중국이 관련 사안의 장점에 따라 입장과 정책을 결정하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며 평화회담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 편을 대놓고 드는 미국과는 달리 중국은 국제사회의 질타를 우려해 표면적으로는 중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만큼 전쟁에서 러시아의 편을 대놓고 들기는 어려운 것이다.

회담 이후 러시아 측에선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는 내용의 성명이 나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부의장 비서실은 성명을 내고 "양국은 중요한 국제 문제에 대해 시각을 맞췄다"면서 "가장 시급한 세계 문제에 관한 러시아와 중국의 접근 방식이 대체로 일치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에서 두 나라가 입장을 같이하는지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중국이 적어도 서방과는 다른 노선에서 중재에 나서려 한다는 것을 확인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측 대표단이 만나 평화 협상에 나서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전쟁 피로감 속 떠오르는 평화협상론, 아직은 요원

점점 고조되는 전쟁 피로감 속에 양측이 평화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시진핑 주석도 메드베데프 부의장과의 면담에서 중국이 일관적으로 평화회담을 촉구해온 점을 언급하며 "정치적 해결"을 강조했다.

그러나 당장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둘 다 대화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대화 성사를 위한 전제 조건에 양측의 의견차가 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종식 방안'에 대한 질문에 "저는 대통령으로서 단지 평화를 위해 우리 나라의 주권과 자유, 영토 보전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침략에 따른 모든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모두 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하지만, 이는 푸틴이 품위를 갖고 군대를 철수하는 옳은 일을 할 때 가능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며 평화 회담 전망을 일축했다.

협상에 나설지 말지는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며, 이 문제로 우크라이나를 재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향후 몇 달이 이번 전쟁의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 서기는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향후 1~3개월을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며 "동맹국들이 예전에는 헬멧이나 방탄 조끼 등을 지원했지만 현재는 중화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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