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분열되는 글로벌 시장, 작은 시장도 다시 봐야 하는 시대"
[파이낸셜뉴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올해 글로벌 경제를 두고 자국보호주의와 코로나19 펜데믹, 공급망 변화로 글로벌 시장이 급속도로 분열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내년에는 살펴보지 않던 작은 시장들을 적극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경제위기 파고를 잘 넘길 수 있을 거라 예상하면서도, 노사관계 갈등을 줄이고 한뜻이 돼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지원하고 기업이 발을 맞추며 기업의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21일 대한상의 회관에서 출입기자단과 송년 간담회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 쇼크를 견디는 체력을 비축하고, 거기에 경험과 대책을 마련하는 한 해였다"며 "내년에도 위기와 쇼크는 계속될 거라 생각하고, 이 쇼크를 견디며 살아가는 게 우리 체질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글로벌 국가들 '헤어질 결심'… 작은 시장도 들여다봐야"
최 회장은 최근 글로벌 국가 관계를 영화 '헤어질 결심'(공급망 붕괴)에 비교했다. 내 시장, 내 것을 지키고 내 것을 강화시키려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며 시장의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 엔데믹 쇼크와 전쟁을 통한 에너지 위기까지 몰아치며 변화의 파고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최 회장은 "예전에는 글로벌 시장에 싸게 만들어 효율적으로 팔면 됐지만, 이제 시장이 줄어들었다"며 "이를 타개할 유일한 해법은 보고 있지 않던 시장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장으로는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을 예로 들었다. 시장 사이즈 자체가 줄어든 만큼, 작은 시장까지 전부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비용 대비 이익이 크지 않은 아프리카 사업을 제외해 왔다"며 "작은 시장도 관계를 맺고 어떤 사업을 할지 깊게 살펴봐야 100에서 70까지 줄어든 시장 크기를 다시 110을 만들어 성장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서는 신뢰를 통한 설득을 해법으로 꼽았다.
최 회장은 "미국 법인만큼 법 제정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차별을 하지 말아 달라는 설득은 필요하다"며 "이미 EU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도 차별 정책을 펼치며 관련 산업들이 다 쪼개진 만큼, 한국 제품을 차별하지 못하게 신뢰 관계를 잘 확보해야 하는 게 대한민국의 과제"라고 말했다.
한·중, 한·일 등 꼬여있는 국가 관계 회복 필요성도 제시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 일본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는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 등이 있지만, G2 갈등 속에서 주변 국가들이 결속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단순히 좋다 나쁘다는 관계를 넘어서 고도의 전략을 통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회 갈등 줄이고, 기업 체질 강화 이끌어야"
시장이 쪼개지고 공급망 문제와 안보까지 문제가 되며 우리나라 기업들도 변화를 잘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다른 나라보다 잘 대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어느 나라든 내부가 문제"라며 "내부에서 통일성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고 한 몸이 되지 않으면 박자가 안 맞아 불협화음이 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치, 사회, 세대, 지방 등 대표적 사회문제들은 없앨 수 없는 만큼 '갈등의 강도'를 줄여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최 회장은 "갈등이 너무 강하면 급격히 바뀌는 시장에도 본인이 움직일 필요성이나 기득권을 놓을 필요성을 못 느낄 수 있다"며 "국민들이 변화를 거부하면 제도도 움직이지 않는 만큼, 국민들이 얼마나 빨리 변화를 이해하고 적응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해 법인세 인하는 꼭 필요하지만, 획일적 인하보다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법인세 지원은 산업·지역별로 차별화 시켜야 효과가 크다"며 "다만 세금을 내야 국가 문제를 해결하는 만큼,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국가 철학과 국정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내년도 정부의 역할로는 위기관리와 취약계층의 케어를 꼽았다.
그는 "1997년 IMF 당시에도 힘들어했지만, 나중에 몇 년 후를 보면 반등에 성공하고 (기업들의) 체질 개선도 많이 했다"며 "맞춤형 경제 정책을 통해 기업들의 체질 강화를 이끌고 취약계층에게 미칠 임팩트를 최소한으로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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