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이례적으로 '헤어질 결심' 강조…왜?

기사내용 요약
21일 대한상공회의소 송년 기자간담회
"글로벌 시장 상황, 모든 나라 '헤어질 결심'"
"새 시장 개척해야 살아남아…일본과 화해도"

[서울=뉴시스]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최태원 회장이 답변하고 있다. (사진 = 대한상의 제공) 2022.12.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현 글로벌 시장 상황에 대해 '헤어질 결심'이 만연하고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그만큼 국가간 관계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될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가진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가 암울했던 코로나 터널에서 회복하는 형태였다면 내년은 새로운 복병들이 계속 들어올 것"이라며 "앞으로 대한민국은 이런 위기나 쇼크를 계속 견디면서 살아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는 내년이후를 버틸 체력을 비축하는 한 해였다는 소회도 내놓았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을 맞아 업종별로 부침이 있었는데 엔데믹이 오면서 역전 현상이 많아졌고 내년에도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 같다"고 밝혔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며 여러 변화와 위기가 공존했다는 게 최 회장의 입장이다.

최 회장은 "하지만 이 기저 안을 보면 한마디로 '헤어질 결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모든 나라가 누구하고든 헤어질 결심을 했다"며 "(이런 헤어질 결심은) 과거에는 없던 변화"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이처럼 국가마다 헤어질 결심까지 하는 이유는 글로벌 국가들의 '관계'가 바뀌고 있어서라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시장이 변했는데 이제는 관계가 아예 변하고 있다"며 "하나였던 것이 쪼개지는 것으로 쪼개지면 내 시장에서는 내 것을 지키려는 보호무역주의 형태가 강화되는데, 이게 또 전체로 퍼져 시장 변화가 온다"고 밝혔다.

그는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나다보니 변화의 파고가 크고 형태도 완전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경우 무역과 수출의 나라인데 안팎이 이렇게 변하다보니 소화가 어렵고 충격이 크다는 주장이다.

해법은 시장 개척…"우리나라 기업 잘할 수 있어"

최 회장은 이처럼 헤어질 결심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해법으로 '시장 개척'을 꼽았다.

그는 "이제 그동안 우리에게 있지 않았던 시장도 봐야 한다"며 "시장이 쪼개졌다는 건 우리 입장에서 보면 작아졌다는 것인데, 회복하지 못하면 성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에 맞게 바뀌어야 계속적인 성장과 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도 제시했다. 최 회장은 "변화에 맞춰나가는 속도가 얼마나 될 것이냐, 이게 서로 간의 경쟁"이라며 "시장 경제가 이제 안보와 국방이 합쳐진 패키지로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현재의 한미, 한중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과의 관계 회복도 중요하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그는 "일본도 우리와 비슷하게 추워지고 뾰족한 해법도 없는 상황이므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상대"라며 "과거사 문제가 있지만 그건 그거고, (일본과) 미래를 걱정하고 이익을 공유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 주변국가들은 스스로가 결속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우리의 동맹, 이웃 나라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상당히 고도의 입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전 세계에 헤어질 결심이 대두된 상황에서 한국의 후속 조치 마련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IRA를 만들고 EU, 일본, 중국 등 각 나라들이 룰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는 거기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헤어질 결심'에 따른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뢰 관계를 잘 확보해 우군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올해만 해도 3~4번 미국에 갔는데 갈 때마다 워싱턴을 방문해 누군가를 만난다"며 "이 일은 나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꽤 많은 회사의 총수, 사장들이 전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러나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한국 기업은 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웬만한 다른 나라보다는 민첩성 있게 빠른 속도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내부적으로 불협화음은 경계했다.

그는 "내부에서 통일성을 갖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박자가 안 맞으면 불협화음이 날 수 있다"며 "개인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보는 각도가 달라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노사 문제, 고용 형태 바뀌어야…힘 대결 안돼"

경기 불황으로 고용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최 회장은 "이제 고용에 대한 형태, 콘셉트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다들 고용에 대해서는 고정관념이 있다"며 "정규직으로 고정적인 월급을 받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젠 더 이상 그런 세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인재를 쓰는 형태도 달라져야 한다"며 "고용 문제가 좋아지려면 콘셉트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고용이 바뀌면 노사 대립도 해결될 것이라는 소신도 밝혔다.

그는 "고용의 형태가 유연해지면 지금과 같이 대립적 형태를 가질 이유가 없다"며 "노사가 서로 간에 협조하면 더 좋아지며 힘으로 얘기하는 건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에도 맞춤형 정책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각 기업은 기업대로 애로사항이 존재해 그걸 정부에 건의하지만 정부 여당이 모든 문제를 풀 수는 없다"며 "기업들도 조금씩, 한 발씩 나아지는 것을 원하지 갑자기 좋아지는 걸 생각하진 않으니 꾸준히 소통하고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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