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세계는 '헤어질 결심' 중…전략산업 법인세 인하폭 키워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송년 기자간담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대한상의 챔버라운지에서 송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상의

"이미 거의 모든 나라가 '누구하고는 헤어진다'고 생각하는 '헤어진 결심'(공급망 붕괴)을 했다. 이제는 시장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 송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해 이같이 진단하면서 "대한민국이 무엇을(어떤 산업을) 키우고 싶은지, 어떻게 움직이는 게 우리에게 전략적으로 좋고 미래 경제의 안정과 성장에 도움이 될지를 고려한 맞춤형 산업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서울 중구 태평로 대한상의 챔버라운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국제관계의 변화에 맞춰 국내 전략산업에 대한 지원도 맞춤형이 중요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최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전 세계적 유행)이 엔데믹(풍토병화)으로 변하면서 업종마다 (업황의) 역전 현상이 꽤 많아졌다"면서 "이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공급망의 변화, 에너지 위기 등이 따라왔는데 이는 과거엔 없던 변화"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전까지는 공급, 시장 등이 변했는데 지금은 아예 관계가 변하는 것"이라며 "원 마켓(하나의 시장)이었던 글로벌 시장이 쪼개지고 그 안에서 '내 시장, 내 것'을 지키려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것 등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지면서 시장의 변화가 커졌다"고 했다.

최 회장은 "'헤어질 결심'이 끝나 있는 지금 시장의 변화가 저희한테는 제일 큰 위기"라며 "이제는 시장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보고 있지 않았던 시장까지 봐야만 하는 걸로 바뀐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쪼개지는 시장 안에서 해당 시장이 어떤 성질로 바뀌는지를 잘 관찰해서 맞춤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며 "솔직히 웬만한 다른 나라보다는 우리 기업들이 꽤 빠른 속도로 쫓아가고 있다"고 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대한상의 챔버라운지에서 송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상의

이러한 글로벌시장의 변화 속에서 국제관계의 새로운 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최 회장은 "국제사회에서 '신뢰 관계' 구축이 중요해졌다"면서 "무조건 싼 물건 파는 것만으로는 안되고 국제관계를 잘 맺어서 우리 물건과 시장을 안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G2(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해질수록 주변국가들은 좀더 결속할 필요성이 커진다"면서 "때문에 일본과의 관계 회복이 중요하고 우리의 넘버원(No.1) 경제 파트너인 중국에 대해서도 무조건 소홀히 하거나 배척할 수 없는 만큼 고도의 입장정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냥 '내가 헤어질 결심을 했으니 이 사람 안 봐'라는 게 아니라 '당신하고 이거는 하고 저건 안 해'와 같은 복잡도가 증가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러한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정부차원의 기업 지원과 관련해선 '맞춤형 전략'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무엇을 키우고 싶은 건지, 어떤 산업이 어떻게 변화하기에 우리가 (해당산업을) 키우거나 움직이는 게 전략적인지, 이를 통해 미래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등이 관건이 되는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도 이에 따른 맞춤형 형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금 논의 중인 법인세 인하의 경우에도 기업 입장에선 인하하는 게 무조건 좋다고는 생각한다"면서도 "높낮이(법인세 인하 폭)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이냐도 중요한 또 하나의 정책 수단"이라고 했다. 그는 "모든 산업을 다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생각이 대한민국에 있는지는 몰라도 세계는 그렇지 않다. 어떤 산업에 대해 법인세를 인하하고 왜 그렇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반도체, 배터리만 해도 어떤 나라는 엄청난 지원을 하면서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전략산업인 반도체, 배터리뿐 아니라 항공우주, 의료산업 등 우리가 전략적으로 키워야 하는 산업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최근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노동시장 개혁과 노사관계 개선에 대해선 "잡(일자리)이 달라지면 페이(급여)도 달라지고 고용의 형태나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게끔 플렉서빌리티(유연성)가 존재해야 고용도 훨씬 더 많게 풀릴 수 있고 사회도 훨씬 더 안정될 수 있다"면서 "최근 노사갈등도 결국 고용의 패턴 때문에 생긴 문제인 만큼 보다 고용의 형태를 유연화하면 지금과 같은 대립적 형태를 가져가야 하는 서로 간(노사간)의 이유도 그만큼 희석되고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캐피탈(자본)과 노동이라는 관계가 조금 더 평화롭게 갈 수 있는 형태가 존재할 수 있다"며 "'우리가 계속 서로 간에 협조하면 더 좋아져'라고 생각하는 기본 틀을 갖고 문제를 풀기 시작하면 양쪽이 다 더 좋아질 수 있는 방안이 계속 나온다"고도 했다.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노력과 관련해 최 회장은 "엑스포라는 게 '하드웨어 잘 지어놓고 손님 많이 받아서 장사하고, 이후에 하드웨어를 철거하고 없애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라면 솔직히 대한민국 경제에 큰 의미가 별로 없다"며 "엑스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엑스포는 대한민국의 위상과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줄지, 미래 세대한테 어떤 대한민국을 물려줄지 등을 보여줄 척도가 돼야 한다"며 "이는 자원을 지렛대 삼아 유치전을 펼치는 정도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비해 릴레이션십을 롱텀으로 가져가고 있는 우리의 전략이 더 잘 먹힐 것"이라고도 했다.

또 기업의 유치 활동에 대해선 "우리 기업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면서 "하고 싶지 않더라도 해외에 가서 뭔가 유치하려고 하면 활동이 이뤄지는 거고 그쪽에서도 무엇인가를 요구하게 돼 있는데, 서로 간에 정보가 오가고 접촉이 일어나면 새로운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