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충분하다는 기업, 13.6% 불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300일이 넘었지만 이에 대한 대응 능력이 충분한 기업은 13.6%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와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는 국내 5인 이상 기업 1035개사(응답 기준)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시행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다수의 기업이 중처법 시행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중처법상 모든 의무사항을 '알고 있다'는 기업은 38.8%에 그쳤다. 경총은 이에 대해 중대재해가 사회이슈화 되면서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졌으나, 실제 산업현장에서 법령상 모호하고 광범위한 의무규정을 모두 파악하기는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중처법상 대부분의 의무는 산업안전법을 준용하고 있는데, 이 법상 의무는 1222개 조항에 달한다. 중처법에 규정되어 있는 안전·보건 관계법령 범위가 포괄적이므로 모든 의무를 인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게 경총 지적이다.
중처법 의무에 대한 대응능력이 '충분하다'는 답변은 13.6%에 불과했으며 '부족하거나 모르겠다'는 응답이 86.4%로 나타났다. 대응능력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문인력 부족(46.0%)', '법률 자체의 불명확성(26.8%)', '과도한 비용부담(24.5%)' 순으로 나타났다.
규모별로는 중소기업(300인 미만)은 '전문인력 부족(47.6%)', 대기업(300인 이상)은 '법률 자체의 불명확성(50.6%)'을 골랐다.
중처법 시행이 기업 경영활동에 '긍정적인 영향(29.5%)'보다 '부정적인 영향(61.7%)'을 미친다는 응답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경총은 중처법 시행이 안전투자 확대 등과 같이 긍정적인 기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무거운 형벌조항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이 위축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준다는 것으로 봤다.
응답자 중 81.5%는 중처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했으며, '개선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0%에 그쳤다. 중처법 개선방향으로는 '법률 폐지 및 산안법 일원화(40.7%)'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법률 명확화 등 법 개정(35.4%)', '처벌수준 완화(20.4%)' 순으로 집계됐다.
규모별로 300인 이상은 '법률 명확화 등 법 개정(48.7%)', 300인 미만은 '법률 폐지 및 산안법으로 일원화(42.2%)'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현재 2년 간 유예 중인 50인 미만 사업장 중처법 적용에 대해서는 89.8%가 유예기간 연장 또는 적용 제외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경총은 소기업이 현재도 열악한 제반사정으로 인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역량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법 적용 시기(2024년)까지 법령상 의무를 완벽히 준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총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은 "많은 기업들이 산재예방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처법 대응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후속조치 과정에서 중처법의 모호성과 과도한 형사처벌을 개선하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이명로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중처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불명확한 의무와 과도한 처벌수준 등으로 인한 혼란과 애로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인적·재정적 여력이 매우 부족한 여건에서 법 적용 전에 중처법상 의무사항을 모두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무리한 법 적용으로 범법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유예기간을 연장하고, 전문인력 인건비 지원, 시설개선비 지원 등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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