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합쳐 신혼집 꿈꿨는데…’ ‘빌라왕’에 당한 예비부부 망연자실

■ 피해 속출… 세입자들 속수무책

보증보험도 반환절차 복잡

서울과 인천, 수도권 빌라와 오피스텔 1139채를 소유해 ‘빌라왕’으로 불렸던 김모 씨가 지난 10월 갑자기 숨진 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김 씨는 피해자 전세보증금을 이용해 거의 무자본 투자를 했지만, 종합부동산세 체납으로 집이 압류될 때까지 세입자들에게는 연락을 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김 씨에게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한 임차인 모임에 따르면, 임차인들은 대부분 각각 1억∼2억 원 안팎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결혼을 약속한 30대 안모 씨와 최모 씨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씨의 전세 사기로 신혼집 마련이 무산될 위기”라고 말했다. 직장 근처(인천 미추홀구)에서 자취하는 안 씨와 집 근처(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독립해 살고 있는 최 씨는 각자 자취방 전세보증금에 대출을 더해 신혼집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물거품이 됐다. 전세 사기 피해 사실은 먼저 방을 빼기로 한 안 씨가 먼저 알게 됐고, 이어 최 씨도 같은 처지인 걸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동네에 살고 있어 집주인이 같을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허탈해했다.

30대 이모 씨는 강서구 화곡동 다세대주택에 전세로 입주했다가 같은 입장에 처했다. 이 씨는 전세 계약 당시 신축 역세권 건물이라 마음에 들었지만, 전세 가격(2억 원)이 매매 가격(2억2000만 원)과 거의 비슷해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면 주택가격이 하락하거나 집주인에게 문제가 생기더라도 HUG에서 대신 전세보증금을 돌려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HUG의 보증 가입 요건을 꼼꼼하게 검토한 후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입주 직후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한 이 씨는 전세 만기 시점에 집주인에게 계약 종료 의사를 밝히고자 했지만, 임대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행을 받기 위해서는 전세 보증 약관상 전세계약 해지 통지 및 임차권 등기 설정이 필수이며 망인의 경우 상속 등의 법정절차가 완료돼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씨는 “HUG에 찾아가 상담을 받았지만 HUG 또한 ‘조속한 해결을 위해 여러 절차를 찾고 있다’고 안내만 할 뿐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더라”고 했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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