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북 ‘막말 심리전’의 배경과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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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평양까지는 200㎞가 조금 안 된다.
분단이 75년을 넘어서니 평양에는 한민족 정서보다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김씨 왕조의 유일 수령 체제가 자리 잡았다.
1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해 닥치고 미사일 발사를 했지만, 유엔 대북 제재 해제는 언감생심이고 미국과의 협상은 가닥도 잡히지 않고 있다.
과거 평양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삶은 소 대가리'라는 비속어 표현을 사용했지만, 청와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묻지 마 구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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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서울에서 평양까지는 200㎞가 조금 안 된다. 전북 익산까지 거리와 비슷하니 물리적으로 아주 멀지는 않다. 고구려의 수도이기도 하니 이질감보다는 동질감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막연한 추론을 한 방에 일소시키는 것은 평양발 막말과 비속어다. 그것도 최고지도자 남매 명의로 발표되니 기겁할 노릇이다. 분단이 75년을 넘어서니 평양에는 한민족 정서보다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김씨 왕조의 유일 수령 체제가 자리 잡았다. 언어와 정서와 감성은 저급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북의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한 시험에 대해 ‘조악한 수준’이라는 등 남측 지적에 대해 “개나발들 작작하라”며 발끈했다. 그는 “악청을 타고 오는 주둥이” “개 짖는 소리” 같은 시정잡배의 표현을 쓰며 반발했다. 그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있다.
우선, 초조함의 발로다. 올해 73발의 각종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득보다는 실이 많은 데 대한 분노의 표현이다. 1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해 닥치고 미사일 발사를 했지만, 유엔 대북 제재 해제는 언감생심이고 미국과의 협상은 가닥도 잡히지 않고 있다. 특히, 그들이 야심 차게 촬영한 서울 도심과 인천 항구에 대한 정찰위성 사진이 수준 미달이라고 평가절하한 데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정찰위성은 상업용이건 군사용 사진이건 지상에서 독자가 어떤 신문을 보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몇십 미터 크기로 식별하는 북한의 위성사진은 20년 전 수준이며 구글 위성사진에도 못 미친다.
다음은, 첨단 군사 기술을 과시해 한·미·일 3국을 압박하려는 전략에 차질이 생긴 데 대한 불만의 표출이다. 김정은은 지난달 화성-17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에 대한 여세를 몰아 새해 강력한 군사 도발을 예고했으나, 둘째딸 김주애 공개를 제외하곤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정찰위성 시험발사로는 2023년 군사 도발 위협이 여의치 않다고 보고 강력한 말폭탄부터 퍼부었다.
끝으로, 남측에 대한 대남심리전의 일환이다. 북한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강경 여론을 흔들려는 프로파간다(properganda·선동) 전술이다. 과거 평양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삶은 소 대가리’라는 비속어 표현을 사용했지만, 청와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묻지 마 구애를 했다. 평양 대남심리전 부서는 거친 욕설로 상대를 질리게 하는 ‘조폭전술’을 구사해 양보를 얻어내는 전략으로 실속을 챙겼던 망상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여정의 비속어 사용 전술은 역설적으로 평양이 서울의 반응에 얼마나 민감한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북한의 대남심리전에 맞대응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김여정의 주장대로 ‘폄훼할’ 이유도 없다. 다만, 그의 히스테릭한 반응과는 별개로 북한의 군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사실은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가 ICBM의 고각 발사가 아닌 정상 각도 발사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위협은 점차 한반도를 거쳐 태평양으로 확대될 것이다. 김정은도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계기로 신형 전략무기 출현을 기대한다고 한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새해에도 북한의 군사 도발은 절대로 끝나지 않는 스토리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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