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이태원 국조, 정치와 분리돼야 한다

2022. 12. 2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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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던 국가는 이태원 참사로 또다시 국민을 실망시켰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치권의 행태는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지 못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장관 해임은 정치 영역의 문제임을 뻔히 알면서도 참사 현장 책임자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며 이 장관 해임에 반대했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은 국민이 오랫동안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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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던 국가는 이태원 참사로 또다시 국민을 실망시켰다. 집권당이 어느 정당이든 국민 안전은 국가의 최소한 의무다. 그런데 의무마저 수행하지 못한 국가의 사후 대응을 보면서 국민은 분노를 느낀다. ‘정부’ 아닌 ‘국가’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행정부뿐 아니라 국회도 재발 방지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치권의 행태는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지 못했다. 대통령의 의지를 파악한 여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방탄을 위해 온갖 논리와 핑계를 동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장관 해임은 정치 영역의 문제임을 뻔히 알면서도 참사 현장 책임자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며 이 장관 해임에 반대했다. 여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장관 해임 건의안이 의결되는 걸 막기 위해 예산안 통과가 포함된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동시에 국정조사 보이콧이라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희생자와 가족들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미흡함을 메워줬다고 평가받지 못한다. 집요하게 행안부 장관 해임에 매달린 이유가 이재명 대표 관련 이슈를 덮으려는 속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줄을 뻔히 알면서 장관 해임에 총력을 기울인 전략은 참사 희생자들과 유족을 위한 최상 선택은 아니다. 해임 건의안을 빌미로 국정 협조를 전면 거부하는 태도는 다분히 여당이 어려움을 벗어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제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가려낼 곳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다. 경찰 조사에 대한 신뢰는 크지 않다. 그런 만큼 어렵게 합의한 국조특위의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여야 간에 활동 개시 시점을 예산안 통과 이후로 결정한 것부터 사달이 났다. 예산안 합의라는 큰 과제를 처리한 후 특위 활동 개시를 정했는데, 예산안 처리가 늦어져 너무 많이 지체됐다. 결국, 지난 19일에야 야당 위원들만 참석한 채 특위 첫 회의가 열렸다. 참사 발생 50일이 지났고, 특위의 활동 시한 45일 중 17일밖에 남지 않았다. 물론 여야 합의로 기한 연장이 가능하지만, 여당이 부정적이어서 낙관할 수 없다.

사실 국조특위의 향후 활동에 난관이 산적하다. 우선, 증인 채택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고, 관련 기관에 요청한 자료의 부실함을 지적하는 야당 위원들의 고성과 이를 방어하는 여당 위원들의 맞대응, 그리고 이어지는 휴회가 충분히 예상된다. 무려 159명이나 사망한 사건이다. 직계가족은 물론이고 당시 생존자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정치 쟁점의 국조특위들과는 다른 엄중한 목적을 가진 특위임을 소속 위원들은 명심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헌법 제46조를 되새겨야 한다.

이번 특위가 또 다른 정쟁의 출발점이 돼선 안 된다. 21일 특위 소속 여야 위원들이 동행해서 참사 현장을 다녀왔으니 가슴으로 느꼈을 것이다. 특위 활동은 국민 모두의 비통한 마음을 공감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특위가 야당의 국정 발목 잡기로 흐르거나 여당의 행정부 감싸기로 일관한다면 1년 반도 남지 않은 차기 총선에서 그에 대한 질책을 받게 될 것이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은 국민이 오랫동안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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