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인상으로 금융불균형 완화…부동산PF 부실위험은 경계해야”

이재은 기자 2022. 12. 2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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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부채 증가세 둔화·부동산 가격 하락
한은 “금리인상 통해 확실한 효과를 거뒀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 부상
취약차주 부실화·금융기관 건전성 악화 리스크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민간부채 증가세가 억제되고 주택가격이 조정을 받으면서 그간 저금리 기조 속에 누증된 금융불균형이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급격한 자산가격 하락으로 차주의 채무상환 부담이 커지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많이 취급한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기준금리 결정시 이같은 금융불안 요인을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은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그간 누증됐던 금융불균형 위험이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있으나, 시장금리 상승이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요인과 맞물리면서 금융부문의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 커졌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7월까지 연 0.5%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연 3.25%까지 높아졌다.

서울 마포구청 인근 오피스텔 밀집지역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실제 민간신용(빚) 증가세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서서히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민간신용 증가율은 올해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7.4%로, 지난해 4분기의 10.1% 대비 낮아졌다.

또 시중자금이 예금·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주식·주택시장으로의 유동성 쏠림 현상이 누그러졌다고 평가했다. 가계부문의 저축성 예금 운용액은 지난해 2분기 기준 16조9000억원에서 올해 2분기 33조9000억원으로 약 2배 증가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이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우발적 신용사건 등과 겹치면서 국지적 자금시장 위축이 예상보다 심화되고 주택경기 둔화, 관련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이어졌다고 한국은행은 평가했다.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기준금리 인상이 금융불균형 조정이라는 확실한 효과를 거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차주의 채무상환 부담이 커졌고, 급격한 자산가격 조정이 새로운 금융불안 요인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기업 전반적으로 부실이 확산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취약 가계와 자영업자, 한계기업 등의 부실 위험이 점차 높아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올해 6월말 기준금리가 연 1.75%였을 당시 기준으로 금리가 연 3.75%까지 200bp(1bp=0.01%포인트) 인상된다고 가정할 경우 취약 가계의 대출연체율은 기존 5.6%에서 7.3%로 1.7%포인트(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영업자 대출연체율은 5.7%에서 9.3%로 3.6%p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나리오에서 한계기업의 부실위험은 3.75%로 0.25%p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가격 급락이 가계와 기업의 재무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금리 상승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조정되면 가계의 순자산이 급감하면서 고위험 가구 비중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구가 보유한 주택의 가격이 올해 6월말 대비 20% 떨어질 경우 자산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고위험 가구의 비중이 기존 3.3%에서 4.9%로 확대될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전망했다.

동시에 부동산업, 건설업 등 관련 기업과 부동산 PF대출을 많이 취급한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도 악화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레고랜드발(發) 부동산PF 중단 사태 이후 관련 시장이 얼어붙었는데, 과도한 금리인상으로 관련 신용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총재보는 “향후 금융안정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부분은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이라며 “차주 부실화 위험과 금융기관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정부가 전날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부동산 시장 연착륙 방안을 발표한 만큼,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부총재보는 “금융기관은 이런 위험을 감내할 만큼 자본 여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나친 경계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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